싹 다 갈아엎는 유통업계…더 절박해진 생존 투쟁
포스트 코로나 대비 경쟁 더 심화
인적쇄신·조직개편·협업 동시다발
임원 20% 덜어낸 롯데 임원 인사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롯데그룹이 지난 26일 단행한 임원 인사는 롯데가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지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 키워드는 임원 수 축소, 젊은 CEO 전진 배치, 임원 직제 개편 세 가지였다. 기존 600여명이었던 임원 중 약 20%를 줄였고, 1960년대 후반 1970년대 초반 생 임원을 계열사 대표이사로 내세웠다. 여기에 임원 직급별 승진 연한을 축소·폐지해 능력만 있다면 빠른 승진을 가능케 했다. 단순히 체중 감량만 한 게 아니라 근육량도 함께 늘리는 고강도 다이어트를 단행한 것이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 대해 "시장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新)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해낼 수 있는 젊은 경영자를 전진 배치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신동빈 회장 의지가 반영됐다"고 했다.
이런 시도는 신세계그룹 이마트 부문에서 먼저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강희석 대표가 이 변화의 상징이다. 강 대표는 1969년생으로 젊고, 컨설팅 회사 출신 외부 인사다. 지난달 인사에선 이마트와 SSG닷컴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되면서 온·오프라인 통합 운영을 하게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은 트렌드가 점점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이 속도를 따라가려면 아무래도 젊은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게 더 낫다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롯데와 신세계가 회사 내부 개혁에 집중하고 있다면, GS리테일과 네이버는 다른 회사와 협업으로 약점을 보완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GS리테일은 내년 7월까지 GS홈쇼핑과 합병할 계획이다. GS리테일은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분야에선 강점이 명확하지만, 온라인 부문에선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온라인에서 강점을 가진 GS홈쇼핑을 통해 채워가는 게 목표다. 두 회사가 가진 물류·IT 인프라와 배송 노하우 등을 화학 결합할 수 있다면 유통 시장을 일정 부분 이상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네이버가 CJ그룹과 손잡은 것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지난해 기준 국내 e커머스 기업 중 거래액 규모(20조9250억원)가 가장 큰 회사였지만, 취약한 물류 시스템이 약점으로 꼽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CJ그룹과 6000억원 규모 주식을 교환하며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로써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이라는 강력한 풀필먼트(포장·배송·재고 관리를 한 번에 처리해주는 시스템) 파트너를 얻게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업종 불문하고 타 회사와 협업은 이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유통에서도 이런 사례가 더 자주 나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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