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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자리서 여직원 '헤드록'…대법 "모욕감 주는 추행"

등록 2020.12.24 10: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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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대표가 직원에게 '헤드록' 건 혐의

'강제추행죄' 맞는지 두고 1·2심 나뉘어

대법 "피해자 여성성 드러내며 모욕해"

회식자리서 여직원 '헤드록'…대법 "모욕감 주는 추행"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머리를 팔로 감싸 조이는 레슬링 기술인 '헤드록'(headlock)도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4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표이사였던 A씨는 지난 2018년 5월 한 식당에서 자신 회사의 직원 B씨의 머리를 팔로 감싸 끌어당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회식자리에서 B씨의 결혼 여부에 관한 얘기를 하던 중, 왼팔로 B씨의 머리를 감싼 뒤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는 B씨의 머리를 2회 친 뒤 "이X을 어떻게 해야 계속 붙잡을 수 있지. 머리끄덩이를 잡아야 되나"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계속해서 B씨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었으며, 어깨도 여러 차례 치며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이 헤드록을 건 것은 이직하려는 B씨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것뿐이며, 강제추행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A씨의 행위를 강제추행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1심과 2심의 판단이 나뉘었다.

1심은 "B씨는 A씨의 행위가 있은 직후의 기분에 대해 '불쾌하고 성적 수치심이 들었다'고 진술했다"라며 "함께 회식에 참여했던 거래처 인사도 A씨의 행위를 보고 '이러면 미투다. 그만하라'며 말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다른 인물은 여성의 입장에서 어떤 느낌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진짜 싫을 텐데'라는 느낌이 있었다고 진술했다"면서 "A씨가 접촉한 부위가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가 아니더라도, 여성에 대한 추행에 있어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그런데 2심은 A씨가 B씨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2심은 "A씨가 접촉한 부위는 머리나 어깨로 사회통념상 성과 관련된 특정 신체 부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A씨가 한 행위는 폭행이 될 수 있음은 별론이라고 하더라도, 성적인 의도를 갖고 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얘기했다.

또 "A씨의 행동이 다른 성적인 언동과 결합돼 있지는 않다"라며 "B씨가 불쾌감과는 구분된 성적 수치심을 명확하게 감지하고 진술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가 당시 성적 수치심을 느낀 것으로 봐야 한다며 추행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말과 행동은 B씨의 여성성을 드러내고 A씨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방법"이라며 "B씨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성적인 의도를 갖고 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B씨는 A씨의 반복되는 행위에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당시 감정에 대해 '소름끼쳤다'는 성적 수치심을 나타내는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면서 "이러한 피해자의 피해감정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성적 수치심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거래처 대표가 '이러면 미투다'라고 말한 것이 강제추행죄의 성부에 대한 법적 평가라고 할 수는 없더라도, 이는 A씨의 행동이 제3자가 보기에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인식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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