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2020]"10년 책임지자" 이제 박지수·박지현의 시선은 파리로
여자농구, 도쿄올림픽 3패로 탈락…12명 전원 훈련은 4일뿐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13년 만에 올림픽 본선
3위 스페인·4위 캐나다·8위 세르비아 상대로 선전
23살 박지수·21살 박지현, '세계에서 통한다'는 자신감…"10년 함께 할 선수"
[사이타마(일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9일 오전(현지시간)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2차전 대한민국과 캐나다의 경기, 대한민국 박지수가 박지현에게 패스를 하고 있다. 2021.07.29. [email protected]
우승후보로 꼽히는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싸웠다. '쌍박' 박지수(23·KB국민은행), 박지현(21·우리은행)은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전주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세르비아와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A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61-65, 4점차로 석패했다.
앞서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3위 스페인(69-73), 4위 캐나다(53-74)에 2패를 당한 한국에 세르비아(8위) 역시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한국의 랭킹은 19위.
결과만 보면 2008 베이징올림픽(8강) 이후 13년만의 올림픽이 초라해 보일 수 있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10점차 열세에서 역전에 성공하는 등 세르비아를 벼랑 끝까지 몰았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세르비아의 동메달을 지휘했던 마리나 말코비치 감독의 표정이 경기내내 좋지 않았던 이유다.
박지수는 8점 11리바운드 5어시스트 2블록슛, 박지현은 17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스페인과 첫 경기서부터 신체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한발 더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비 조직력도 안정적이었다.
박지수는 "진짜 좋은 경기를 했는데 내가 시작을 턴오버로 하면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밸런스를 찾지 못한 것 같다"며 자책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박지수 쪽에서 많은 실수가 나왔다. 당연하다. 박지수는 한국에서 동료들과 손발을 맞춘 게 4일뿐이다.
[사이타마(일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9일 오전(현지시간)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2차전 대한민국과 캐나다의 경기, 대한민국 박지수가 슛을 하고 있다. 2021.07.29. [email protected]
백신 접종이 끝나 격리는 면제됐지만 진천선수촌에 입촌할 수 없었다. 전염 위험성이 높은 상황에서 방역에 초점을 맞추면서 입촌이 막혔다. 같은 이유로 대표팀의 촌외 훈련도 불발됐다.
박지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긴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훈련할 시간이 없었던 게 정말 아쉽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지수는 이번 대회에서 평균 13.3점 10.7리바운드 3.3블록슛을 기록했다. 수비에서 위력적이었다.
막내 박지현은 세르비아와 최종전에서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3경기 평균 8.3점 4리바운드를 올렸다. 출전시간이 많지 않았던 걸 감안하면 준수하다.
나란히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드래프트 1순위답게 첫 올림픽에서 과감하게 자신들의 농구를 선보였다.
박지수는 "(박)지현이가 정말 잘해줬다. 고맙고, (내가 잘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앞으로 나와 10년을 같이 해야 하는 선수다. 나와 지현이 모두 자신감을 가지고, '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전주원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 올림픽에서 근 20년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지만 이번을 계기로 이 멤버들이 잘해준다면 다음에는 훨씬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고 했다.
[사이타마(일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9일 오전(현지시간)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2차전 대한민국과 캐나다의 경기, 대한민국 박지현이 패스를 하고 있다. 2021.07.29. [email protected]
전 감독은 "선수들이 상대와 직접 부딪혀 보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하더라"며 "올림픽이라고 해서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왔지만 본인들이 경험하면서 그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어간 대회"라고 했다.
박지수도 "친선경기가 필요하다. 이번에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경우였지만 우리는 대회에 나와 경기를 하나하나 치르면서 경험을 쌓는다. 남중, 남고와 연습하는 것보다는 (친선경기가)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박지수는 1998년생, 박지현은 2000년생이다. 미래가 창창하다. 박지수의 말처럼 가드(박지현)와 센터(박지수)로 한국 여자농구의 10년을 이끌어가야 할 콤비다.
"이번에 아쉬운 경기를 많이 했지만 파리에서는 꼭 8강에 들고 싶다"며 웃으며 말한 박지수는 감정이 올라왔지만 공동취재구역을 빠져 나갈 때까지 울지 않았다.
라커룸에 들어가서 울었다고 한다. 2024 파리올림픽에선 눈물과 땀의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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