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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맛볼까]중복 더위 이기는 힘…서울 도곡동 '해품장 팔팔장어'

등록 2022.07.26 09:20:00수정 2022.07.27 22: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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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맛볼까]중복 더위 이기는 힘…서울 도곡동 '해품장 팔팔장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26일은 '삼복'(三伏) 가운데 두 번째인 '중복'(中伏)이다.

"복날"하면 연관 검색어처럼 떠오르는 것이 '보양식'이다. 무더위로 인해 고갈된 '기'(氣)를 채운다는 의미에서 고단백질 식품을 즐겨 먹던 조상의 지혜에서 유래했다.

한때 '보양식의 왕'처럼 군림하던 '보신탕'이 시대의 거센 흐름 앞에 사실상 퇴출당한 뒤, 그 자리는 '삼계탕'이 이어받았다.

매년 세 차례 복날이면 유명한 삼계탕 전문점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자칫 보양하려다 뙤약볕 아래서 기가 더 쇠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곳이 '장어구이' 전문점이다.

장어는 단백질과 비타민 A 함량이 높고, 불포화지방산도 많다. '스태미너 식'으로 불릴 정도로 영양 면에서 닭과 인삼 연합군에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육류'보다 건강에 더 좋다고 여겨지는 '수산물'이다.

그런 장어가 삼계탕보다 인기가 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삼계탕보다 인당 '가격'이 비싼 편(다만 요즘 삼계탕 가격이 너무 치솟아 이젠 정작 따져보면 그 차이는 예전보다 상당히 좁혀지긴 했다)이다.

사실 가격이야 비싼 만큼 줄을 덜 서도 되니 꾹 참을 수 있다. 그러나 쉽게 타협하기 힘든 것이 '맛'이다.

그간 상당수 장어구이 집에서 경험한 아쉬움이 복날에도 장어 앞에서 지갑을 선뜻 열기 어렵게 만든다.
[김정환의 맛볼까]중복 더위 이기는 힘…서울 도곡동 '해품장 팔팔장어'



하지만 이 집은 다르다. 서울 강남구 도곡로 '해품장 팔팔장어 도곡점' 얘기다.

'해품장'은 '해의 기운을 품은 장어', '팔팔장어'는 '기운을 팔팔하게 만들어주는 장어'를 의미한다. 가히 상호부터 비장하다.

이 집 메뉴는 단순하다. '풍천장어 1㎏' '풍천장어 500g', 그리고 소고기인 '안창살'(200g)이 전부다. 굳이 더 꼽는다면 식사 메뉴인 '잔치국수' '된장찌개' '누룽지' 등이 있다.

장어는 모두 '소금구이'다.

미리 손질해 최적 상태로 숙성한 장어에 천일염을 뿌려 참숯에서 초벌구이한 뒤, 고객 앞 참숯 화로 위에 불판을 놓고 본격적으로 구워준다.

소금만 뿌려 구우면 장어 본연의 육질과 미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고추장 등 갖은 양념으로 위장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품질에 자신 있다는 얘기다.

이 집은 전북 고창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양만장(장어 양식장)에서 길러낸, 살이 가득한 자포니카 장어만 사용한다. 그래서 한 조각을 입에 넣어도 입안이 꽉 찬다.

특히 노릇노릇 익어가는 장어를 보다 보면 문득 '저러다 빵 터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실제 잘 익은 장어를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에 육즙이 사정없이 흘러넘친다.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가장 잘 구워진 장어를 제일 알맞은 타이밍에 먹을 수 있어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담 직원이 장어를 구워주는 덕이다. 직원이 처음에만 구워줄 뿐 그다음부터는 고객이 떠맡는 대다수 장어구이 집과 180도 다른 점이다. 프로가 우리 편인데 게임에서 어떻게 지겠는가.

이 집 메뉴 중 특이한 것이 안창살이다.

여러 사람이 왔을 때 한 사람 정도 있기 마련인 '장어 못 먹는 사람'을 위한 메뉴다. 문제는 그 안창살이 장어 못지않게 맛있다는 사실이다. 안창살만 주문할 수 없고, 장어를 먹어야 맛볼 수 있게 한 것이 이해가 간다.

이 집은 인테리어가 장어집이 맞나 싶은 정도로 기품있고 우아하다. 비결은 아마도 화로 위에 길게 늘어진 '흡기 자바라'가 없어서일 것이다.

다른 장어구이 집은 물론 인테리어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을 최고급 '소 꽃등심 전문점'까지 참숯 직화구이를 하는 곳에서 고객이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 사라졌다.

대신 직접 개발해 특허받은 '특수 흡기 장치'가 화로 바로 아래 설비돼 쉴 새 없이 연기와 냄새를 빨아들인다.

그 덕에 점심시간 이 집에서 한참 먹고 사무실에 가도 장어구이를 먹고 왔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과거 보신탕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던 논리가 "대수술을 끝낸 환자에게 의사가 권하는 음식"이라는 것이었다.

그랬던 보신탕이 사라진 요즘, 환자 보양식을 찾는다면 장어구이가 어떨까. 마침 이 집은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서 300m 거리에 있다.

매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문 연다. 주차는 건물 뒤 전용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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