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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카카오 동맹, 콘텐츠·플랫폼 시너지…하이브·네이버와 맞대결도

등록 2023.02.07 18:11:06수정 2023.02.07 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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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이사회, 카카오에게 신주·전환사채 배정

SM 발행주식총수의 약 9.05%

이수만 창업주, SM에 법적대응 예고…"상법·정관에 위법한 행위"

[서울=뉴시스] SM엔터테인먼트 로고. 2023.01.25. (사진 = SM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SM엔터테인먼트 로고. 2023.01.25. (사진 = SM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내 굴지의 플랫폼 기업 카카오가 K팝 대표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가 된다고 7일 예고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 펀드로부터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히면서 카카오의 SM 인수설이 불거졌었다. 그런데 결국 두 회사는 인수합병이 아닌 전략적 제휴를 택했다.

SM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한 것은 아니다. SM이사회는 카카오에게 제3자 배정방식으로 약 1119억원 상당의 신주와 약 1052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전환사채에 부여된 전환권이 행사됐을 경우를 전제로, SM 이사회가 카카오에게 배정한 신주와 전환사채는 SM 발행주식총수의 약 9.05%에 이른다. 이에 따라 기존 18.46%였던 이수만 총괄의 지분율은 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두 회사가 인수가 아닌 전략적 제휴를 택한 것이 일단 더 나은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K팝 개척자로 통하는 SM 입장에선 인수는 회사의 유산을 잃게 되는 뼈아픈 선택이다. 카카오 역시 SM를 인수하면, 아티스트·회사 직원 등 내부 구성원들과 크고 작은 마찰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위험들을 최소화하면서 서로에게 힘을 실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사실 SM이나 카카오엔터는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오랫동안 국내 가요기획사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SM은 몇년 전부터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을 앞세운 하이브에 정상을 내줬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이날 기준 K팝 기획사 중 하이브(7조8365억원), JYP엔터테인먼트(2조5487억)에 이어 SM(2조1450억)이 3위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SM이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며 이수만 창업주의 '1인 체제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온 이유다.
[서울=뉴시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로고. 2023.02.07. (사진 = 카카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로고. 2023.02.07. (사진 = 카카오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 최근 들어 K팝, 특히 '슴덕'(SM 마니아를 온라인에서 지칭하는 용어)들 사이에서도 이수만 전 프로듀서가 이끌어온 'SMP'(SM Music Performance)에 의구심을 표해온 것이 사실이다. SMP는 편하게 듣는 음악보다 퍼포먼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곡인데 음원플랫폼 등 차트 성적에서 기대를 밑돌았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SM 어벤저스 걸그룹 '갓더비트'가 낸 첫 니앨범 '스탬프 온 잇(Stamp On It)'도 SMP에 치우친 음반인데, 멤버들의 기량에 비해 덜 조명돼 아쉬움을 샀다.

이렇게 코너에 몰리자 SM은 환골탈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성수·탁영준 SM 공동 대표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이 전 프로듀서가 프로듀싱에서 손을 떼는 것이었다. 이미 SM은 이 전 프로듀서의 개인 사업자인 라이크 기획과 지난해 말 계약을 종료했다. 그리고 이 전 프로듀서가 주도한 '1.0'과 '2.0'을 지나 'SM 3.0'을 시작하겠다며 제작센터·레이블을 도입해 '멀티 프로듀싱'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이브가 하이브 레이블즈로 실행 중인 체제랑 유사하다.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을 운영 중인 카카오엔터도 수많은 레이블을 보유 중이다. 하지만 하이브 레이블즈와 달리 다소 느슨한 편이다.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 몬스타엑스와 아이브 등이 속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에이핑크와 더보이즈 등이 속한 IST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집단인 안테나 등이 있다. 여기에 슈퍼주니어, 엑소, NCT, 에스파 등 전 세계에서 파괴력이 큰 SM 소속 가수들의 IP까지 유통하게 된다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콘텐츠 제작사 SM C&C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SM도 카카오라는 막강한 콘텐츠 노출 플랫폼을 좀 더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K팝 플랫폼 업계는 크게 양강 대결 구도로 재편됐다. SM·카카오·카카오엔터 동맹과 하이브·네이버·YG엔터테인먼트 동맹이 일부 산업군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서울=뉴시스] '2022 윈터 에스엠타운 : SMCU 팰리스' 티저 2022.12.26.(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022 윈터 에스엠타운 : SMCU 팰리스' 티저 2022.12.26.(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표적인 분야는 글로벌 팬덤 커뮤니티다. 앞서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 컴퍼니는 네이버의 '브이(V) 라이브' 사업부를 양수했다. 방탄소년단, 세븐틴 같은 하이브 레이블즈 그룹뿐 아니라 블랙핑크 등 YG 소속 가수 등이 이 플랫폼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세계 팬덤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SM의 계열사로 현재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 '버블'을 운영 중인 디어유도 최근 엔씨소프트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인수했다. 유니버스엔 카카오엔터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이 다수 입점해있었던 만큼, 이들은 곧 버블로 갈아타게 됐다.

플랫폼뿐 아니라 콘텐츠 영역에서도 SM과 카카오는 더 협력할 여지가 많다. 하이브가 네이버웹툰과 손잡고 방탄소년단·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르세라핌의 IP를 기반으로 한 웹툰·웹소설을 선보이는 것처럼 웹툰·웹소설 파트를 함께 운영 중인 카카오엔터가 SM 소속 아티스트 IP를 기반으로 웹툰·웹소설을 선보이는 것이 가능하다.

이미 SM은 K팝 기획사 중 처음으로 SM컬처유니버스(SMCU·SM Culture Universe)의 세계관을 쌓아왔다. SMCU는 다양한 영웅을 내세운 디즈니의 마블 스튜디오처럼, SM에 속한 각 그룹이 이른바 '광야'(KWANGYA)라는 활동 공간에서 각자 쌓아온 서사를 펼치거나 서로 교차시키는 걸 가리킨다. 마블의 어벤저스처럼 SM 소속 보이그룹 멤버들과 걸그룹 멤버들이 각각 뭉친 '슈퍼엠'과 갓 더 비트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다. 다른 콘텐츠로 전환이 비교적 쉬운 셈이다. 또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와 협업 방안도 구상할 수 있다.

SM·카카오는 "SM IP와 카카오가 보유한 다양한 플랫폼, 인공지능(AI) 기술을 융합해 콘텐츠 경쟁력 강화 및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 등 IP 수익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울=뉴시스] 이성수, 탁영준 공동 대표. 2022.06.07.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성수, 탁영준 공동 대표. 2022.06.07.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와 함께 음악적인 협업도 긴밀히 한다. 글로벌 오디션을 통한 K팝 아티스트를 공동 기획하고, 해외 현지에서 글로벌 매니지먼트 사업을 함께 추진해 각 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카카오가 사업자로 참여해 건립 예정인 도봉구 창동 내 서울 아레나를 활용해 국내 공연 문화 생태계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힘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시너지를 내기까지 다소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SM은 내분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측근인 것으로 알려진 SM C&C 사외이사이자 배우 겸 가수인 김민종은 지난 5일 SM 전사메일을 통해 전 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가 발표한 'SM 3.0'에 대해 비판했다.

두 대표의 발표 내용으로 임직원과 소속 아티스트가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프로듀서와 소통해서 나온 결과가 아닌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일방적인 작별이라고 토로했다. "SM을 위해서는 이수만 프로듀서의 감각이 필요하고, SM 창업과 발전에 일생을 바친 이수만 프로듀서를 예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김민종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SM 직원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공동대표의 발표 내용에 대한 지지와 함께 김민종에 대한 비난 등이 담긴 글을 다수 올렸다. 김민종의 메일이 오히려 직원들의 불쾌감만 높인 꼴이 된 셈이다. 특히 "이수만 선생님, 손뼉 칠 때 멋있게 떠나달라" 등의 요청글도 눈에 띄었다. 이수만 전 프로듀서가 거둔 성과를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지금 이 창업주가 퇴진하는 것이 그와 회사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창업주는 SM 내에서 프로듀싱을 감당하지 않더라도 K팝 업계에 기여할 바가 많은 인물이다. 향후 K팝 전도사로서 대외적인 활동에 대한 역할을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이 전 프로듀서는 카카오가 SM의 2대 주주가 되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그의 법적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이날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동대표이사들이 주도하는 SM의 이사회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2022.10.06.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2022.10.06.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SM은 최대주주인 이 전 프로듀서와 주주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한 얼라인파트너스 간의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작년 SM의 정기주주총회와 관련하여 감사 선임을 위한 주주제안 등을 했고, 이후 회계장부 및 이사회의사록에 대한 열람등사 청구 등 일련의 행동을 통해 최대주주를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여 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0일 SM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이사는 최대주주인 이수만 프로듀서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제안에 합의함으로써 최대주주를 상대로 한 경영권 분쟁이 심화됐다"는 게 화우의 판단이다.

사실 두 공동 대표는 이 전 프로듀서와 인연이 깊다. A&R에서 능력을 발휘해온 이 대표는 이 전 프로듀서 처조카다. 2001년 SM에 공채 입사한 탁 대표는 매니저로부터 출발해 이 대표와 오래 함께 하며 대표까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로 두 공동 대표와 이 전 프로듀서가 등을 돌리게 된 것이다.

화우는 "SM 이사회가 내세우는 자금조달 목적은 상법 및 정관 규정에 부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등 회사 지배관계에 변동을 주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대주주의 대리인으로서 위법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통해 SM 이사회의 불법적 시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것"이라면서 "위법한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별렀다. 또 "SM 이사회의 불법적 결의로 인해 급작스러운 주가 변동 등 시장 교란의 가능성을 예의 주시할 것이며, 혹시라도 이에 결탁된 세력이 있다면 관계 당국에 대한 고발 등을 통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카카오엔터가 SM엔터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우회상장을 시도할 것이란 예측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다만 카카오 측은 "이번 지분 취득은 사업 협력에 방점이 있다"며 선을 긋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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