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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부 유튜버 "'외로운 죽음' 현장엔 오랜 생활고의 흔적"[일문일답]

등록 2023.09.30 06: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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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오빠' 채널 운영하는 최영진씨 인터뷰

"'존경한다'는 말 태어나서 가장 많이 들어"

[서울=뉴시스]유튜브 채널 '청소오빠'는 지난해 9월28일 '적어도 배고픈 사람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실제 고독사 특수청소 현장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사진=청소오빠 채널 영상 캡처) 2023.09.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튜브 채널 '청소오빠'는 지난해 9월28일 '적어도 배고픈 사람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실제 고독사 특수청소 현장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사진=청소오빠 채널 영상 캡처) 2023.09.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유튜브 채널 '청소오빠'를 운영 중인 최영진(40)씨는 이른바 '특수청소부' '유품정리사' 직업과 관련해 "고인을 존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18일 진행된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하며 "제 영상에서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소위 주거 빈곤층이 너무 많다"고 언급했다.

고독사·극단적 선택 등을 한 고인의 거처를 정리하는 최씨는 유족 등의 동의 아래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을 콘텐츠화하고 있다.

그는 "현장에 가면 세금이나 공과금 체납(독촉장) 이런 건 기본"이라며 "변변한 먹을거리가 없는 곳도 거의 대부분 다 그렇고, 일기장이나 유서 같은 걸 보면 생활고에 오랫동안 시달리는 내용들이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저분하거나 방치돼서 관리가 안 된 곳들이 많다. 돈만 벌겠다는 나쁜 마음으로 일하면 '왜 이렇게 더럽게 살았나' 등 막말을 내뱉을 수 있지 않나"라며 "(또) 가족들한테 보여주기 싫은 물건이 있을 수도 있다. 고인의 마음을 존중해 그냥 덮어두는 그런 것"이라고 했다.

과거 현장을 찾는 데 있어 찝찝함이 있는 일부 직원의 경우, 작업을 마친 뒤 몸에 소금을 뿌린 적도 있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아울러 "지금은 없지만 (과거에) 한국 정서적 문제인데 스스로가 부정적인 마음으로 일했으니까 소위 '귀신이 부을까 봐' 몸에 왕소금을 뿌리는 직원들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어떤 반응을 접할 때 뿌듯한가'라는 물음에는 "제가 착하게만 살아온 사람이 아니고, 학교 다닐 때 엄마 속도 많이 썩였다"며 "보통 사람인데 존경한다는 말을 태어나서 이렇게 많이 들어본 적이 처음"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는 제 일을 진심을 담아 열심히 할 뿐인데 '쉽지 않은 일인데 감사하다'는 말씀도 많이 해주시니까 좀 부끄럽고 죄송하기도 하지만 또 보람도 느낀다"며 "그런 응원을 들을 때마다 이 일을 하기 잘했다고 스스로 힘이 나더라"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유튜버 '청소오빠'는 지난해 3월10일 '월 1000만원 버는 특별한 직업이 있다 특수청소부가 전하는 고독사 이야기'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사진=청소오빠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2023.09.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튜버 '청소오빠'는 지난해 3월10일 '월 1000만원 버는 특별한 직업이 있다 특수청소부가 전하는 고독사 이야기'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사진=청소오빠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2023.09.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다음은 '청소오빠'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저도 과거에 힘든 경험이 많아서 사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그런 경솔한 선택을 했던 시간이 있다. 그런 와중에 제가 또 우연히 이런 일을 하게 됐는데, 현장에 가보니까 너무 공감도 많이 되고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스스로 목숨 끊었는지도 더 잘 알게 됐다 제가 그런(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또) 저한테 연락을 하시는 힘든 분들이 너무나 많더라. 제가 일일이 다 말씀드리기도 힘들기도 하고 영상으로 제작해서 뭔가 메시지를 던져드리면 스스로 보람도 있겠다 싶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었다."

-특수청소부 일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따로 있나.

"처음에는 그냥 입주 청소 업체였다. 사실 처음에는 돈 때문에 시작했다. 저도 사업을 하는 사람이고 집에 아이들이 있다 보니 이게 더 가치가 높은, 소득이 높은 일이겠다 싶어 무작정 하게 됐다. 막상 이제 현장에 가서 보니까 일도 어려울뿐더러 그냥 가볍게 해서는 안 되는 일 같았다. 아무래도 돌아가신 분들 이제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는 일이다 보니까."

"올해로 특수청소를 한 지 만 5년이 넘었다."

-일하시면서 느낀 소회를 여쭙고 싶다.

"가족, 삶, 생명의 소중함 그런 것들을 진짜 많이 느꼈다. 지금도 작업하면서 매번 느끼고 있고 돌아가신 분들을 보면 가족, 친구, 이웃과도 단절되고 거의 철저히 고립된 상황이다. 고독사나 극단적 선택이나 마찬가지더라. 어디 기댈 데도 없고 얘기할 데도 없으니까 혼자 그렇게 가시는 건데. '내가 이런 건 하면 안 되겠다', '매 순간 감사하며 살아야 되겠다' (등의) 복잡한 여러 가지 감정들이 많이 생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이 있다면 무엇이었나.

"아버지가 혼자 계시다가 돌아가셨는데 군대에서 제대한 아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아들이 형편도 많이 안 좋은데 돌아가신 아버지를 책임지려고 저한테 사정도 했다. 그래서 제가 이제 집주인을 잘 설득해서 월세 밀린 것도 좀 봐 달라고 하고 저도 정말 청소비밖에 안 받았다. 그때 제 인건비는 받지도 않고 직원들은 줘야 되니까. 그래도 소정의 금액은 안 받을 수 없어서 받았는데 그것도 마음에 좀 걸리더라."

"유가족 입장에서는 (고인이 된) 가족 얘기를 자세하게 저한테 말할 이유가 없고, 말하기도 사실 불편하지 않겠나. 다만 구구절절 하소연하듯 먼저 말씀해 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 제가 다 알 수 있지만, 먼저 막 묻거나 그러지는 못한다, 분위기가 너무 안 좋으니까."

-실제 현장을 찾는 건 얼마나 되나.

"평균적으로 한 달에 5건 정도 되는 것 같다. 겨울엔 공기가 차갑다 보니까 부패가 빨리 안 된다. 만약 문을 열고 보일러를 끈 채로 돌아가시는 경우 겨울 내내 방치되기도 한다. 벌레도 안 새이고. 그러다가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 연락이 많이 온다."

-고인이 거처에서 가장 오래 방치된 기간은 얼마나 되나.

"집주인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1년이 넘었다고 한 곳이 있다. (현장을 찾았을 때) 손가락뼈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분은 무연고 사망이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전해 듣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고수익을 기대하며 지원했다가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던데.

"그렇다 엄청 많다. 제가 사람을 구할 때 일반인 중에서도 이런 업종에 관심이 있다면서 연락을 좀 간절하게 주시면 한 번씩 부르는데 보통 한두 시간 내로 그냥 가시는 분도 있다. 우리나라에 아직은 좀 희소한 직업이지 않나. 그래서 호기심 때문에 오셔서 그런 건지, 아니면 진짜 의지가 약하신 건지 모르겠지만 당일 그만두시는 경우가 제일 많다. '개인적인 이유' 이런 게 제일 많고, 직접 와봤더니 너무 참혹하고 가니까 정서적으로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무서워서 현장에서 들어오지도 못하는 분도 계셨다."

-특수청소부를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나 가치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인을 존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이른바 주거 빈곤층인 사람들이 너무 많다. 현장에 가면 보통 세금이나 공과금 체납(독촉장) 이런 건 기본이다. 변변한 먹을거리도 없는 곳도 거의 대부분 다 그렇다. 일기장, 유서 같은 것도 있을 텐데 보면 생활고에 오랫동안 시달리는 내용들이 공통적이다."

"지저분하거나 방치돼서 관리가 안 된 현장이 많다. 나쁜 마음으로 일해서 돈만 벌러 가면 '왜 이렇게 더럽게 살았냐' 이렇게 막말을 내뱉으면서 할 수도 있지 않나 사람이니까. 그리고 고인이 생전에 가족들한테도 보여주기 싫은 물건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것들도 고인의 프라이버시니까 존중하는 마음으로 덮어두고 그런 거다. 그런 마음이면 (현장을) 나와 몸에 소금 뿌릴 일은 없을 거다. 지금은 없지만 스스로가 부정적인 마음으로 일했으니까 소위 '귀신이 붙을까 봐' 한국적인 정서적 문제로 뿌리는 직원들도 있었다."

-어떤 반응을 접할 때 뿌듯한가.

"저도 살면서 되게 착하게만 살아온 사람이 아니고 학교 다닐 때 어머니 속도 많이 썩였다. 보통 사람인데 존경한다는 말을 제가 태어나서 이렇게 많이 들어본 적이 처음이다. 제 일을 진심으로 열심히 할 뿐인데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다 보니까 좀 부끄럽고 죄송하기도 하지만 또 보람도 느낀다. 그런 응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정말 이 일을 하길 잘했다 이렇게 스스로 힘이 나더라."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제가 청소업으로 주로 돈을 벌지 사실 특수청소로 돈을 많이 벌거나 그러진 않는다. 그래서 되도록 정말 힘드신 분들, 정말 비용을 내기 힘드신 분들 몇 분이라도 제가 조금 더 열심히 일해서 한 달에 한두 건이라도 무료 (특수)청소를 좀 진행하고 싶다. 우리 구독자님들과 같이 힘을 보태서 현장에서 봉사활동 개념으로. 그런 방향의 일, 콘텐츠를 꼭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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