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2500석 달아올랐다…혼연일체 된 조성진과 베를린필[강진아의 이 공연Pick]

등록 2023.11.13 12:12:5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베를린 필하모닉과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협연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3.11.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베를린 필하모닉과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협연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3.11.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별들의 만남에 객석도 모두 숨죽였다.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과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6년 전 함께한 첫 한국 무대의 감동을 다시금 불러왔다. 이번엔 더 성숙해졌고, 더 깊어졌다. 쌀쌀해진 바람이 관객들의 뺨을 차갑게 스쳤지만, 공연장의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6년 만에 내한한 베를린필과 조성진의 협연에 2500여석의 객석이 빼곡하게 찼다. 합창석과 3층까지 빈자리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티켓은 역대 최고가인 55만원(R석)에 달했지만, 예매 개시 직후 5분가량 서버가 마비되고 2~3분여 만에 전석 매진이 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보였다.

조성진이 이날 건반 위에 써내려간 시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고전 레퍼토리를 원했던 베를린필에 그가 이번 공연을 앞두고 직접 제안한 곡이다.

손가락은 가벼웠지만, 소리는 묵직했다. 조성진을 닮은 부드러움 속 단단함이 건반에 그대로 스며들었다. 투명하면서 자유롭게 생동하는 피아노 선율에 발맞춰 현악의 활은 춤을 췄고, 관악은 노래를 불렀다. 때론 청량하게, 때론 힘있게 변화하는 피아노에 풍성함을 입히며 오케스트라와 조성진은 혼연일체 돼 어우러졌다.

건반에 살포시 내려앉은 손길로 잔잔하고 서정적인 피아노의 독주가 공연의 문을 열었고, 현악과 관악이 차례로 부드럽게 받아냈다. 피아노가 경쾌하게 재잘거리면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등 관악기가 같은 주제를 반복하며 서로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이어 나갔다.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베를린 필하모닉과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협연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3.11.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베를린 필하모닉과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협연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3.11.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베를린 필하모닉과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협연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3.11.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베를린 필하모닉과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협연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3.11.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어두운 분위기로 시작한 2악장은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대비가 극명했다. 오케스트라는 비극적이고 비장한 기세로 소리를 내뿜어 냈고, 그와 정반대로 피아노는 고요하게 대답했다. 미동 없이 꼿꼿하게 걸어가는 피아노에 현악기도 몸을 낮추며 함께 조용한 아름다움을 그려냈다.

분위기가 전환된 3악장에선 조성진과 베를린필의 호흡이 더욱 빛났다. 피아노는 밝고 산뜻한 분위기로 건반을 뛰어다니며 노닐었고, 통통 튀는 재치도 엿보였다. 피아노 선율을 받아 오케스트라가 웅장하게 빚어내면, 또다시 그 음색을 피아노가 받아 힘차고 경쾌하게 내질렀다.

조성진은 연주를 마친 후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와 포옹을 나눴고, 몸을 돌려 악단에 먼저 존경과 애정의 박수를 보냈다. 단원들도 조성진에게 흐뭇한 미소와 함께 박수로 화답했다. 베를린필이 조성진과 "특별한 관계"라고 했듯, 그는 내년엔 베를린필 상주음악가로 활동한다.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엔 사랑을 노래한 리스트의 '순례의 해, 두번째 해 '이탈리아'' 중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104번'으로 애절하고 낭만적인 선율의 편지를 선물했다.
[서울=뉴시스]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와 베를린 필하모닉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후 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3.11.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와 베를린 필하모닉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후 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3.11.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와 베를린 필하모닉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3.11.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와 베를린 필하모닉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3.11.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로 꾸며진 2부는 세계 최고로 꼽히는 베를린필의 자신감과 자부심을 보여줬다. 무대를 꽉 채운 100여명의 단원들은 한 편의 드라마를 들려주며 '영웅' 같은 당당한 자태를 뽐냈다.

페트렌코의 절도 있는 지휘와 트럼펫, 호른 등 관악기의 힘찬 울림으로 시작된 곡은 영웅의 등장과 위상을 알렸다. 이어 크고 작게 지저귀며 제각각 튀어나오는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등 목관악기들은 '영웅의 적들'을, 고고하며 유려한 선율을 선사한 바이올린 독주는 '영웅의 반려자'를 그려냈다.

특히 연주 도중 자리를 뜬 세 명의 트럼펫 연주자가 무대 옆문 너머에서 팡파르를 울리며 '전장의 영웅'을 알리는 대목이 흥미를 더했다. 이후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격정적이고 웅장하게 뻗어가며 '영웅의 업적'까지 전하고, 감미로운 하프와 윤기 나는 현악이 황혼의 순간처럼 평화롭게 '영웅의 은퇴와 완성'을 마무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