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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민우혁 "레미제라블, 인생 바꾼 작품"[문화人터뷰]

등록 2023.11.27 18:11:08수정 2023.11.28 16: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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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배우 민우혁이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2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배우 민우혁이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2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한 번도 뭔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어요. 야구도, 가수도 중도에 포기했죠. 레미제라블을 만나고 나서야 '더이상 포기하지 않아도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뮤지컬 배우 민우혁(40)에게 '레미제라블'은 인생을 바꾼 작품이다. 야구명문 군산상업고등학교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민우혁은 2003년 KBO리그 LG 트윈스에 신고 선수로 입단했지만 부상으로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이후 얼굴없는 가수 '포니'로 활동하며 드라마 '요조숙녀' OST를 부르는 등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긴 무명생활 끝에 포기했다.

2015년 비전공자 출신의 2년차 무명 뮤지컬 배우였던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데스노트'에 도전했다. 하지만 또다시 실패했다. 오히려 후련한 마음으로 오디션장을 떠나는데 데스노트 김문정 감독이 '레미제라블'에서 프랑스 혁명을 이끄는 앙졸라역 오디션을 제안했다. 그렇게 마지막 기회를 붙잡았다.

악착같이 노력했다. 그리고 기적이 벌어졌다. 레미제라블을 시작으로 위키드, 아이다, 벤허, 안나카레리나, 지킬앤하이드, 광주, 그날들 등 대형 뮤지컬들이 몰려왔다. 민우혁은 뮤지컬계의 대세로 떠올랐다.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으로 대중적 인기도 얻었다. 그리고 그는 8년만에 다시 레미제라블 무대에 섰다. 이번에는 주인공 '장발장'역이다.

2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민우혁을 만났다. 지난 11~19일 부산 공연을 마치고, 오는 30일부터 서울 공연에 돌입하는 그는 "장발장은 죽기 전 마지막 역할이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바라왔던 배역이었다"며 "생각보다 빨리 맡게 됐다. 기대감과 걱정이 굉장했는데 부산 관객들이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셨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배우 민우혁이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2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배우 민우혁이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27. pak7130@newsis.com

"그 전에 했던 일들이 '도전'이었다면 레미제라블을 만나고 처음으로 저에게 직업이 생겼어요. 지금도 '안녕하세요. 뮤지컬 배우 민우혁입니다'라고 말할 때 행복합니다."

민우혁은 "8년 전 레미제라블을 하며 단순히 멋있고 매력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작품의 본질을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마음의 병까지 고쳐줄 수 있는 직업이 배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때부터 가치관이 달라지고, 배우라는 직업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번 오디션도 쉽지는 않았다. 민우혁은 지정곡 4곡을 부르고, 동료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등  8개월간의 오디션을 거쳐 장발장으로 낙점됐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작곡가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가 알랭 부브리 콤비가 힘을 합친 작품으로, 빵 하나를 훔치고 19년간 징역을 살고 나온 장발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민우혁은 거칠고 야성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헝클어진 모습으로 오디션에 참가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배우 민우혁이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2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배우 민우혁이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27. pak7130@newsis.com

"앙졸라 때는 셔츠 단추를 모두 잠그고 깔끔한 모습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장발장은 야수같은 거친 면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 자고 일어나자마자 헝클어진 머리로 양치만 하고 오디션장에 갔죠. 캐머런 매킨토시가 '빵을 훔쳐먹게 생긴 이미지'였다고 했으니 대성공이었어요."

민우혁은 가장 난이도가 높은 넘버로 '브링 힘 홈'을 꼽았다. "운동을 했기 때문에 힘으로 하는 것은 자신이 있어요. 야수처럼 내지르는 곡은 힘으로, 감성으로 할 수 있죠. 브링 힘 홈은 필라테스 같아요. 속근육을 다 써야 하죠. 오디션 때 1시간 넘게, 목이 부을 정도로 노래를 한 후, 마지막으로 '브링 힘 홈'을 불렀어요. 정말 힘들었죠." 

배역을 딴 후에는 실용음악·성악 등 레슨만 4개를 받으며 공연을 준비했다. "장발장은 모든 뮤지컬 배역 중 가장 난이도가 높습니다. 남자가 낼 수 있는 모든 음역대를 다 내야 해요. 8년 전 앙졸라 역을 하며 장발장 역을 맡은 선배들이 얼마나 노력하는 지 봐서 두려움이 앞섰어요. 앙졸라를 할 때 성대결절이 왔고, 이후 최대한 성대를 아끼는 발성으로 훈련해왔어요.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목소리를 아낄 수 없죠. 안전하게 발성을 하면서도 거친 소리, 긁는 소리를 내야 했어요."

'앙졸라' 역할을 할 때 희생과 용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사랑'과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 "장발장으로 무대에 올라보니 레미제라블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사랑이었어요. 발장의 따뜻함이 19세기의 암울하고 차가운 시대를 따뜻하게 녹인거죠."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배우 민우혁이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2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배우 민우혁이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27. pak7130@newsis.com

민우혁은 "장발장을 연기하면서 저 역시 따뜻해지는 느낌"이라며 "나이가 들어서인지, 장발장을 연기해서인지 저 자체도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저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어요. 포기할 때마다 굉장히 무서웠지만 그럼에도 다시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의 믿음 덕이었죠. 10년간 수백, 수천번 포기하고 싶었어요. 안 좋은 생각을 한 적도 있죠. 하지만 가족, 믿어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저를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민우혁은 '닥터 차정숙' 출연 후 방송계의 쏟아지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레미제라블 공연 기간에는 최대한 아무 일정도 잡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뮤지컬은 절대 놓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팬들, 저를 믿는 분들이 많아져 책임감도 더 커졌다. 1분1초 열심히 마음을 담아 연기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공연을 마치고 터져나오는 눈물을 눌러참았어요. 눈물을 아끼고 있어요. 작품을 후회 없이 잘해내고 후회 없이 오열하는 게 목표입니다. 서울이나 대구공연의 마지막 커튼콜때 제가 오열하면 후회없이 잘 했구나 생각해주세요."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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