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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살인 8년①]'강남역 살인사건' 8년 지났지만…'갈등' 여전

등록 2024.05.17 06:00:00수정 2024.05.22 09: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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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강남 한복판 살인사건 발생 8년 지나

모르는 남성에 의해 발생한 여성 살해, 88건

"젠더갈등'이 아닌 구조적 성차별 인지해야"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016년 5월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에 만들어진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공간에 피해자 여성을 추모하는 글들이 붙어 있다. (사진 = 뉴시스DB)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016년 5월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에 만들어진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공간에 피해자 여성을 추모하는 글들이 붙어 있다. (사진 = 뉴시스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지난 2016년 5월17일 23살 여성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피의자는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후 '여성혐오 범죄' 논란에 불이 붙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오늘날 전문가들에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달라졌느냐'고 물었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성차별로부터 기인한 폭력·살인 등 범죄행태가 줄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8년 전과 비교해 사회가 나아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경찰청범죄통계에 따르면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2016년 이후에도 살인범죄 여성피해자 건수는 전체 건수 대비 줄지 않은 모양새다.

2016년 379건, 2017년 332건, 2018년 315건, 2019년 326건, 2020년 285건, 2021년 269건, 2022년 293건으로 건수는 줄었지만, 전체 살인범죄 건수 내 비율은 여전히 40%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여성 인권 시민단체 여성의전화는 강남역 살인사건 8주기를 앞두고 성명을 통해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은 우리 사회가 묵인한 사회구조적 성차별이 극단적 형태인 살인으로 나타난 결과"라며 "2024년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은 8년 전에 비해 안전한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실제로 일면식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는 꾸준히 발생해왔다. 여성의전화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 모르는 관계의 남성에 의해 발생한 여성살해는 84건으로 집계됐다.

언론에 노출된 사건 수만 집계한 것으로,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에는 한 남성이 경남 진주시의 편의점에서 '페미니스트인 여자는 맞아야 한다'며 아르바이트 중인 여성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같은 해 8월에는 남성이 서울 관악구 등산로에서 처음 본 여성에게 성폭행을 시도하고 무차별 폭행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해 5월에는 대구에서 귀가하는 여성을 쫓아가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히고 강간을 시도한 남성이 검거됐다.

관련 사건을 둘러싸고 온라인 상에서의 '젠더갈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각종 혐오 발언을 재생산하며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젠더갈등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살인, 강도범죄 대표 피해자 성별 비율 추이. 2018~2022년, 불상 제외. (사진=경찰청범죄통계 자료 갈무리) 2024.05.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살인, 강도범죄 대표 피해자 성별 비율 추이. 2018~2022년, 불상 제외. (사진=경찰청범죄통계 자료 갈무리) 2024.05.17.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이같은 '젠더갈등'이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구조적 성차별을 묵인하는 것에서 시작됐다고 봤다.
 
송다영 인천대학교 교수는 "어느 사회든 젠더 갈등은 존재하지만 사회가 어떻게 그것을 받아내느냐가 중요하다. 일부 정치인들이 '성차별이 없다'고 주장하고, 소수의 소리인 것 마냥 여기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그러나 성별 임금격차부터 시작해서 일가족 양립 등 우리나라의 구조적 성차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적 성차별을 인지함으로써 '젠더갈등'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갈등이라고 하는 것은 동등한 위치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갈등'이라고 표현하는데, 여성 쪽에서 봤을 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여성들이 겪고 있는 것을 '갈등'이라고 할 수 있는가 싶다"라며 "노동시장이든, 성역할이든 남녀 간의 격차가 존재하는데 그런 상황을 '갈등'으로 표현해도 되는가"라고 말했다.

또다른 여성정책 관련 전문가도 "젠더갈등은 만들어진 프레임"이라며 "궁극적으로 안전 정책을 보완하고, 구조적인 문제에서 오는 피해자 지원이나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지원센터 등에 조직적 기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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