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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뉴욕 브롱크스에서 흑인 · 라틴계 유권자 상대 유세

등록 2024.05.24 08: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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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최종 판결 앞두고 적대적인 소수자표 얻기 위해

최근 소수계 지지율 증가 "미국을 위대하게 했다"구호도

[뉴욕=AP/뉴시스] 5월 23일 뉴욕 흑인구역 브롱크스 유세장에 입장하는 트럼프. 그는 흑인과 유색인종 일색의 민주당 텃밭인 이곳에서 그 동안 멸시하고 방치했던 빈곤층 흑인 유권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했다. 2024. 05. 24. 

[뉴욕=AP/뉴시스] 5월 23일 뉴욕 흑인구역 브롱크스 유세장에 입장하는 트럼프.  그는 흑인과 유색인종 일색의 민주당 텃밭인 이곳에서 그 동안 멸시하고 방치했던 빈곤층 흑인 유권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했다. 2024. 05. 24.   

[뉴욕= AP/ 뉴시스] 차미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이 자신에게 가장 적대적인 민주당 우세지역인 뉴욕의 사우스 브롱크스에서 흑인과 라틴계 주민들을 상대로 득표를 위한 구애 작전을 시작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성범죄 입막음 돈에 관한 맨해튼 법원의 최종선고 공판을 불과 며칠 앞두고 23일(현지시간) 이 곳에서 전례 없는 유색인종 대상의 유세를 시작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뉴욕에서도 가장 빈곤층과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사우스 브롱크스의 크로토나 공원에서 공화당의 트럼프가 유세를 한다는 것은 몇 년 전 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동안 트럼프는 주로 백인 지지층만 상대로 선거유세를 벌여왔다.

이 날 유세장에는 행사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지지자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이들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문구의 첫 단어를 Made로 고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었다"( Made America Great Again)라고 쓴 모자들을 쓰고 있었다.

공원 입구에서는 보안검색이 시작되었고 그 동안 트럼프 선거본부의 각종 선전물이 공원 주변을 휘감았다.  트럼프 선거본부는 이 날 수 천명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트럼프는 재판으로 뉴욕에 발이 묶인 지난 6주 동안에 뉴욕의 할렘을 비롯해 전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았던 여러 곳에서 집중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건설 현장을 방문하기도 하고 뉴욕 소방대를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는 등 공을 들였다.

이 번 브롱크스 유세는 트럼프가 뉴욕에서 처음으로 공화당이 아닌 일반 대중을 향해서도 개방하는 선거 유세이다.  트럼프는 1984년 로널드 레이건 이후 한 번도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한 적이 없는 이 곳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 집회와 반대 시위대가 함께 모여든 장관이 연출된 가운데,  트럼프는 자신의 경제 정책과 이민 정책을 제시하면서 민주당 텃밭에서 지지층을 빼앗을 계획이다.

뉴욕 브루클린 출생으로 이번 유세에 가담한 플로리다주의 바이런 도널즈 하원의원은 " 뉴욕과 브롱크스에서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전략은 전형적인 대통령 선거유세와는 전혀 다르지만, 트럼프는 미국을 정상궤도로 돌려놓기 위해 모든 사람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잠재적인 러닝메이트 후보이기도 하다.

브롱크스의 민주당은 트럼프가 이 곳 공원에 나타나는 것 자체도 항의 시위의 대상이라며 대항 시위를 준비했다.  소셜 미디어에도 "브롱크스는 트럼프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광고를 게재했다.

트럼프 선거본부는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대부분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해도 일부분, 특히 청년층 남성들은 정치에 무관심하고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절망한 사람들이 많아서 트럼프의 터프가이 스타일에 매료되어 지지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더욱이 최근 뉴욕을 비롯한 각처에서 트럼프가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것도 미국의 사법 시스템에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흑인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것으로 계산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바이든 진영과 사법 재판에 대한 강력한 비판 성명을 계속 내놓고 있다. 

바이든 선거본부는 이에 대항해서 23일 트럼프의 흑인유권자 모시기 작전을 방해하는 두 건의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첫 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출생지 공격" ( 출생지가 미국이 아니어서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공격한 것) 사건, 두번 째는 1989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일어난 5건의 강간사건으로 (재임시 잡힌)억울한 5명의 남성을 진범으로 몰아가 사형까지 구형했던 사건이다.

바이든 선거본부는 이에 관련해 가상의 트럼프 선거운동원과 흑인 유권자의 대화를 짤막한 극으로 만들어 전국 주요도시와 경합지역, 특히 브롱크스를 비롯한 뉴욕 선거운동 지역에 송출했다.

현재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로 중단된 트럼프 재판은 다음 주에 속개되며 그 때까지 트럼프는 어떻게든 뉴욕 지역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적을 향한 구애를 계속할 예정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형사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최초의 범죄자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뉴욕=AP/뉴시스] 뉴욕 브롱크스의 흑인 트럼프 지지자인 루벤 디아스 전 시의원이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대통령의 대선 선거연설에 앞서 연설하고 있다. 2023. 05. 24.

[뉴욕=AP/뉴시스]  뉴욕 브롱크스의 흑인 트럼프 지지자인 루벤 디아스 전 시의원이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대통령의 대선 선거연설에 앞서 연설하고 있다. 2023. 05. 24. 


현장에서 트럼프 유세를 돕고 있는 루벤 디아스 목사 ( 전 상원의원, 전 뉴욕시의원)는 뉴욕의 흑인 지역에 별도로 대통령 후보가 방문한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이 곳 소수자들을 방문하고 유세를 한 최초의 대통령일 거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면서도 여전히 민주당원으로 남아있는 그는  뉴욕에는 자기 같은 사람이 많다면서 그 이유를 뉴욕에 넘쳐나는 신규 이민자들의 압도적 물결과 전보다 더 열악해진 삶의 조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이제 민주당이 말하는 우리를 돕겠다는 말에 신물이 나 있다…민주당 정부 아래에서도 우리들은 더욱 더 살기가 어려워지기만 했다"고 그는 말했다.
 
앤드류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도 뉴욕시 브롱크스에서 선거유세를 하는 것은 트럼프로서는 아주 지혜로운 방안이라고 말했다.

브롱크스는 한 때 뉴욕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당의 보루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이  곳에서 91.2%의 지지표를 얻어 뉴욕주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았다. 

바이든도 2020년 대선에서 이 곳에서 83.5%의 지지를 얻었지만 트럼프는 16%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번에 트럼프가 유세를 시작하는 지역은 브롱크스에서도 가장 백인인구가 거의 없는 곳이다.  주민의 65%가 히스패닉계이며 31%가 흑인인 것으로 미국 인구통계에 나와 있다.  주민들의 35%는 빈곤층 경계선 이하에 속해 있다. 

이 곳에서 캠페인을 벌였던 공화당 대선 후보가 없었던 건 아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1980년 지미 카터에 대항해서 사우스 브롱크스에서 유세를 했지만 샬로트 가의 텅빈 주차장을 향해 연설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지역을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된 런던에 비유하면서 몇 해전 그 곳에서 개발과 복구룰 약속한 카터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을 지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일부 항의시위대가 " 당신도 역시 아무것도 못할 것이다"  " 당신의 캘리포니아로 돌아가라 !"는 구호를 외치며 그의 연설을 방해했다.

뉴욕 청년공화당클럽의 흑인의장인 애담 솔리스는 이번 트럼프 선거유세를 도왔다며 자신이 나서 자란 브롱크스가 "잊혀진 지역"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찬성이든 반대든 평화로운 시위라면 언제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잊혀지고 버려지는 것 보다는 어떤 쪽이든 시위라도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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