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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마이너'들에 건네는 나태주의 위로…‘인생시집’ 3부작의 시작 [문화人터뷰]

등록 2025.12.11 16:29:58수정 2025.12.11 16: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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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시집 1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출간

"자신의 모든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중요"

청춘·마흔 주제로 나눠 내년에 순차 출간 예정

"독자 헌신·봉사 목표…인생 내리막길 잘 마무리"


[서울=뉴시스] 시인 나태주. (사진=본인 제공) 2025.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시인 나태주. (사진=본인 제공) 2025.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내가 산 내 인생만이 내 인생입니다. 자기와의 소통, 자기를 아는 일이 중요하고 자신의 모든 것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시력(詩歷) 55년의 시인 나태주(80)가 '인생시집' 3부작 프로젝트의 첫 권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니들북)을 펴냈다.그동안 발표한 작품을 총정리한 11권의 시선집을 올해 완간한 데 이어 새롭게 시작한 기획이다.

나 시인은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시는 그 시를 쓴 사람의 인생에 대한 보고서 그 자체이며, 편편이 모여 하나의 자서전을 이룬다"고 말했다. '인생시집'이라는 제목에 대해서도 "매우 친숙하면서 의미심장함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이번 시선집은 '청소년을 위한 시집'으로 기획했지만, 작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범위가 넓어졌다.  스스로를 작고, 서툴고, 부족하게 느끼는 사람을 독자로 하는 방향으로 잡았다. 출판사는 "매일이 서툰 자기 모습을 탓하느라 과거에 머물러 있는 어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생시집 2,3편은  '청춘'과 '마흔'을 주제로 내년에 순차 출간될 예정이다. 나 시인은 프로젝트 구성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가장 힘겹게 인생의 고비를 넘기는 시기에 맞춰 작품을 골랐다"며 "시는 어려운 시기를 사는 사람에게 위로와 축복과 동행과 기도를 선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사진=니들북 제공) 2025.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참 잘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사진=니들북 제공) 2025.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자세히, 가까이 두고 오래 보아야 예쁘다'라는 시인의 오랜 문학관이자 태도가 이번 시선집에도 담겼다.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아무것에게나 함부로 맡기지 말아라/술한테 주고 잡담한테 주고 놀이한테 너무 많은 자리를 주지 않았나 돌아다보아라//가장 나쁜 것은 슬픔한테 절망한테/자기를 맡기는 일이고/더욱 좋지 않은 것은 남을 미워하는 마음에/자기를 던져버리는 일이다/그야말로 그것은 끝장이다"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 중)

나 시인은 문학강연을 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누구도 자신이 하는 일에 소홀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존감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지나친 속도감과 상대 비교가 스스로를 과도하게 몰아붙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삶의 속도를 줄이고 비교를 줄여야 합니다. 인생의 목표를 타인이나 세상에 두지말고 자기 자신에게 둬야 한다"며 이를 실천하는데는 '시'가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시는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언어 예술입니다. 감정을 다스리고 순화하는 기능이 있죠. 현대인들의 마음은 모가 나있고 거칠어져 있습니다. 그런 마음에 시가 들어가면 모가 둥글어지고 거친 마음이 조금씩 순해집니다."

이번 시집 작업에는 그의 시를 꾸준히 편집해온 김예원 작가가 참여했다. 김 작가는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와의 문답을 담은 '나태주 시 AI에게 묻습니다'를 펴내기도 했다.

AI 시대를 바라보는 시인의 생각은 분명했다.

"챗GPT가 시에 대한 해설이나 감상은 아주 뛰어나고 놀랍게 잘할 수 있어도, 시 창작 만은 어렵다는 해답을 얻었습니다."

시인에게는 어떤 '인생 시집'이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첫 시집 '대숲 아래서'(1973)와 '막동리 소묘'(1980)를 들었다. 그러나 그의 문학 세계를 결정적으로 바꾼 시집은 따로 있었다.

"내 문학 생애에 커다란 영향을 준 시집은 '꽃을 보듯 너를 본다'일겁니다. 한국에서 83만 부, 일본에서 14만 부가 팔렸기 때문이죠.”

[서울=뉴시스] 시인 나태주. (사진=본인 제공) 2025.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시인 나태주. (사진=본인 제공) 2025.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가 50년 넘게 시를 쓸 수 있었던 힘은 의외로 단순하다.

"호기심, 그리움, 사람. 이 세 가지는 젊은 사람의 특성이자, 무언가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 갖는 정서적 특성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그 무엇으로도 '메이저'일 수 없는 사람이었기에 그토록 오래 집요하게 시에 매달려 살아온 것 같습니다.”

등단 이후 시집 출간, 문학상 수상, 문학관 건립, 문학상 운영까지 문학인의 거의 모든 길을 걸어온 그는 이제 생의 후반을 차분히 정리하는 데 마음을 두고 있다.

"이제는 독자들에게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 일을 위해 앞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며, 제 인생의 내리막길 마무리를 잘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서울=뉴시스] 시인 나태주. (사진=본인 제공) 2025.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시인 나태주. (사진=본인 제공) 2025.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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