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 그는 가수가 아니다
프로듀서에 가까운 퍼포머…무대 위 기획·연출가
14일 고척돔서 세 번째 월드투어 '위버멘쉬' 마무리
내년 빅뱅 20주년…태양·대성과 출정식 분위기 연출도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고척돔 콘서트. (사진 = 갤럭시 코퍼레이션 제공) 2025.1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2/14/NISI20251214_0002017932_web.jpg?rnd=20251214203711)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고척돔 콘서트. (사진 = 갤럭시 코퍼레이션 제공) 2025.12.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해당 그림엔 파이프가 그려져 있다. 파이프 아래엔 이런 글귀도 적혀 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 n‘est pas une pipe).'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이를 '이미지의 반역'이라고 해석했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긴장은 기존의 관습적인 수용을 타파하고,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낸다.
지드래곤이 가수가 아니라는 정의도 비슷한 맥락을 유도할 수 있다. 빅뱅은 K-팝 프로듀서형 아이돌 그룹의 원조이고, 지드래곤은 이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지드래곤은 가창에 방점이 찍힌 가수라기보다, 프로듀서에 가까운 퍼포머다. 팀 내 무대 위 포지션이 래퍼이고 아이돌이라 춤도 추지만 그의 퍼포먼스 자체는 행위보다 기획·연출에 무게가 쏠린다. 즉 지드래곤이 가수가 아니라는 정의는 오히려 폭 넓게 그를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
그래서 최근 CJ ENM의 K-팝 시상식 '2025 마마 어워즈' 등 종종 가창력으로 흠이 잡히는 무대는 사실 지드래곤이라는 아티스트의 본질적인 걸 간과한 것이다.
노래 자체가 완성되지 못한 몇몇 무대를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무대 위에 선 가수라면 최소한 듣는 이들의 집중력을 흩트려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드래곤은 무대 위에서 가창 아닌 다른 걸 더 보게 만드는 퍼포머다.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고척돔 콘서트. (사진 = 갤럭시 코퍼레이션 제공) 2025.1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2/14/NISI20251214_0002017931_web.jpg?rnd=20251214203532)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고척돔 콘서트. (사진 = 갤럭시 코퍼레이션 제공) 2025.12.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1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지드래곤의 세 번째 월드투어 '지드래곤 2025 월드투어 [위버멘쉬] 인 서울 앙코르 프레젠티드 바이 쿠팡 플레이'(G-DRAGON 2025 WORLD TOUR [Ubermensch] IN SEOUL : ENCORE presented by Coupang Play)가 그 증거다.
'위버멘쉬', 즉 '초인'이라는 공연 타이틀답게 '파워'로 시작한 이날 공연은 그렇게 정서, 체험을 모두 떠나 지드래곤의 동작, 표정, 말투 하나로 인해 뜨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노래라서 음악이 되는 게 아니라 지드래곤 그 자체가 음악이 되는 장면들로 수두룩했다. 그의 가창과 동작 자체가 공연 본연의 물성과 질감이 됐다.
콘서트 초반부터 하이라이트가 펼쳐졌다. '홈스위트홈'에서 빅뱅 동료들인 태양, 대성이 나와 지드래곤에게 큰 힘을 실었다.
이날은 전 세계를 돌며 39회를 공연한 이번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었다. 그런데 사실 시작점엔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드래곤은 이번 투어의 시작이던 지난 3월 29~30일 경기 고양 고양종합운동장 공연을 돌아봤다. 당시 야외 공연장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최대 난관은 영하의 날씨로 인한 추위였다. 강풍 등으로 인해 안전점검 문제로 공연 시작 시간이 늦쳐줬고, 팬들은 추위 속에서 기다려야 했다. 지드래곤 컨디션도 역시 좋지 않았었다. 지드래곤은 당시 추위와 지연에 거듭 사과하며 사투를 벌였다. 이날 역시 다시 한 번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거듭 사과했다.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고척돔 콘서트. (사진 = 갤럭시 코퍼레이션 제공) 2025.1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2/14/NISI20251214_0002017934_web.jpg?rnd=20251214203751)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고척돔 콘서트. (사진 = 갤럭시 코퍼레이션 제공) 2025.12.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라이브 밴드의 펑크(punk)함과 펑크(funk)함이 공연을 다채롭게 했다. 이번 투어의 라이브 연주는 지드래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거나 존경하는 뮤지션들의 대표곡이 조금씩 인용되는 순간들도 별미다. '크레용' 초반에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를 샘플링한 이 곡은 관객의 떼창을 불러 내기에 충분했다.
이날 '환상속의 그대' 외에도 귀에 익숙한 곡들이 일부 샘플링돼 흥겨움을 더했다. '니가 뭔데'는 미국 그룹 '잭슨 파이브'의 '아이 원트 유 백', '개소리'에선 미국 힙합스타 켄드릭 라마 '낫 라이크 어스' 일부가 각각 곡의 전환 구간에서 사용됐다.
대표곡 '삐딱하게'에서 터지는 관객들의 떼창은 록 공연을 방불케 했다. '꼬마 룰라' 시절을 비롯해 지드래곤의 어린 시절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지드래곤이 선물이라고 한 게스트들의 협업 무대도 일품이었다. 세계적인 비트박스 & 아카펠라 그룹 '비트펠라우스(BPH)'가 공연 중간 역동성을 실어줬고, 이 팀의 멤버인 비트박스 세계 챔피언 윙(WING·김건호)은 지드래곤과 '하트브레이커' 협업 무대를 꾸몄다.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2'(스우파2) 우승 크루 '베베(BEBE)' 리더 겸 안무가 바다가 깜짝 등장해 '스우파2'의 화제 챌린지 곡 '스모크'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고척돔 콘서트. (사진 = 갤럭시 코퍼레이션 제공) 2025.12.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2/14/NISI20251214_0002017933_web.jpg?rnd=20251214203729)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고척돔 콘서트. (사진 = 갤럭시 코퍼레이션 제공) 2025.12.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리고 내년 20주년을 맞는 빅뱅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내년이 빅뱅 성인식을 치르는 해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지드래곤은 같은 해 4월 열리는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출연이 빅뱅 20주년의 워밍업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드래곤 솔로 응원봉인 데이지꽃 사이로 빅뱅 팬덤 'V.I.P'들이 들고 있는 왕관 모양의 '뱅봉' 역시 반짝거렸다. 태양, 대성은 막바지 '위 라이크 투 파티(WE LIKE 2 PARTY)' 대목에서도 나와 공연장을 다시 한 번 뒤흔들었다. 그야말로 빅뱅 20주년을 앞둔 출정식 분위기였다.
그간 군 복무, 루머 등으로 인해 대중과 접점이 적었던 지드래곤은 올해 다양한 활동으로 소통의 폭을 넓혔다. '초인'은 지드래곤의 음악적 행보뿐 아니라 기존 삶 자체를 넘어서려는 수식으로 읽힌다. 기존과 달리 부쩍 많아진 대중을 상대로 한 활동은 앨범 제목 '초인'을 그가 의도한 방향이 아닌 오독할 수 있게 한다. 그가 사실 완벽한 초인(超人)을 선언한 게 아니라, 손을 내밀어 사람을 부르는 초인(招人)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게 이번 투어, 특히 이번 투어의 마지막 공연인 이날은 그렇게 초인(招人)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자리였다.
지드래곤이 뮤즈에게 바치는 세금은 이렇게 철학적이다. 지드래곤은 무대 위 노래가 아닌 생(生)을 퍼포먼스하는 아티스트다. 지드래곤을 정말 아는 이들은 그에게 가창이 아닌, 이런 걸 원한다. 지드래곤의 고척돔 공연은 지난 12일부터 열렸다. 회당 1만8000명씩 모여 총 5만4000명이 운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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