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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란 "스멀스멀 걷다보니 망망대해…연극 제대로 해보려 합니다"[문화人터뷰]

등록 2026.03.29 14:00:00수정 2026.03.29 1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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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2015년 '시유어겐'으로 연극 데뷔

"이제는 '부캐'의 시대…안 된다고 여기던 걸 깨면 더 큰 세상 있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연극 활동…"이제는 연기 배우는 게 1순위"

연극 '만무방' 내달 10~12일 공연…"그 인물 만나려 더 치열하게 준비"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경란 배우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연극 '만무방' 연습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방송인에서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그는 연극 '만무방' 통해 한 단계 더 깊어진 배우로서의 변신과 도전을 보여준다. 2026.03.2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경란 배우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연극 '만무방' 연습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방송인에서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그는 연극 '만무방' 통해 한 단계 더 깊어진 배우로서의 변신과 도전을 보여준다. 2026.03.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이번 생은 이 콩깍지가 안 벗겨진 채로 살고 싶어요."

연극을 말하는 김경란의 눈빛은 사랑에 빠진 사람 같았다. KBS 27기 공채 아나운서 출신으로 '뉴스9', '스펀지' 등을 통해 익숙한 그가, 이제는 무대 위에서 배우로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만난 김경란은 "현실을 마주하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싶을 때도 있지만, 지금은 이런 세상 속에 있는 게 정말 행복하고 좋다"며 활짝 웃었다.

대중에게 김경란은 방송인으로 익숙하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이제 방송 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날도 내달 개막을 앞둔 연극 '만무방' 연습을 마친 뒤, 저녁에는 연극 '기억의 숲' 무대에 올랐다.

그는 "체력적으로 사실 너무 힘들다"면서도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 내가 재미있어하는 걸 하며 사는 인생이 얼마나 축복인가 싶다"고 말했다.

김경란에게 방송과 연극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방송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일이라면, 연극은 인물의 내면에 끝까지 들어가야 하는 작업이다.

그는 "방송인의 숙명은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림 없이 해내는 것이라면, 연극은 인물과 얼마나 깊고 진하게 만나느냐가 중요하다"며 "배우 김경란과 작품 속 인물이 만나는 지점을 끝까지 고민해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무대에 서면 생각보다 많은 것이 바뀐다"며 "이해가 되지 않던 인물도 연기하려면 그 순간의 타당성과 당위성을 찾을 수밖에 없고, 그걸 납득해가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도 함께 확장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경란 배우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연극 '만무방' 연습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방송인에서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그는 연극 '만무방' 통해 한 단계 더 깊어진 배우로서의 변신과 도전을 보여준다. 2026.03.2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경란 배우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연극 '만무방' 연습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방송인에서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그는 연극 '만무방' 통해 한 단계 더 깊어진 배우로서의 변신과 도전을 보여준다. 2026.03.29. [email protected]


연극은 오래 품어온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는 연극 '염쟁이 유씨'를 보고 무대에 압도됐다고 회상했다.

"홀로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배우의 에너지에 놀랐어요. 무대라는 곳에 경외감이 들었어요. 인간 대 인간으로 배우가 정말 멋있더라고요. 평생 한 번은 해봐야겠다 마음 먹었죠."

그 꿈은 2015년 배우 최불암의 권유로 연극 '시유어겐'에 출연하면서 현실이 됐다. 이후 '1950 결혼기념일', '사랑해 엄마', '목소리의 형태' 등에 출연했다.

아나운서 출신의 배우를 향한 선입견도 있었다. 김경란은 사람들에게 구축된 '김경란'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더 이상 하나의 이름표로 자신을 가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지금은 '부캐', 'N잡러'의 시대잖아요. 모든 것을 넘나드는 시대죠. 오히려 나를 규정하는 건 '나'예요. 나 자신이 안 된다고 여기던 걸 스스로 열고 깨나가다 보면 더 큰 세상이 열릴 수 있죠."

연극이 그의 삶 중심으로 들어온 건 2024년 겨울 무렵이다. 김경란은 그 시기를 자신의 위치를 다시 묻기 시작한 때로 기억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방송인으로 살아왔으니 그건 이미 제 호흡 같은 삶의 일부예요. 그런데 연극 안에서는 '배우 김경란'이라는 이름이 여전히 낯설었어요. 슬금슬금 가다 보니 백사장과는 너무 멀어졌고, 앞에는 망망대해가 펼쳐진 느낌이었죠. 이왕 여기까지 온 거라면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 먹었어요."

결심이 선 그는 연기 수업과 워크숍을 찾아다니며 본격적으로 연기를 공부했다. 방송을 우선에 두던 삶의 순서도 바뀌었다.

김경란은 "예전에는 방송인이니까 방송을 1순위에 뒀다면 이제는 연기 배우는 걸 1순위로 해야겠다 결심했다"며 "그 뒤로는 거의 모든 시간을 연기 배우는 데 쏟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경란 배우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연극 '만무방' 연습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방송인에서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그는 연극 '만무방' 통해 한 단계 더 깊어진 배우로서의 변신과 도전을 보여준다. 2026.03.2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경란 배우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연극 '만무방' 연습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방송인에서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그는 연극 '만무방' 통해 한 단계 더 깊어진 배우로서의 변신과 도전을 보여준다. 2026.03.29. [email protected]


실력을 갈고닦으며 작품에도 연달아 출연했다. 지난해 연극 '갈매기', '세상 참 예쁜 오드리', '기억의 숲'으로 관객을 만났고, 지난달에는 '배타적 창작의 영역'을 마쳤다.

그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열심히 하다 보면 그게 내 몸에 쌓일 거라고 믿는다. 언젠가 그 인물이 내게 와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거라 믿으면서 쉬지 않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은 '기억의 숲' 출연과 함께 다음 달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씨어터 202에서 공연하는 '만무방' 연습이 한창이다.

1994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만무방'은 1953년 한국전쟁이 끝으로 치닫던 시절을 배경으로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선택을 그린다.

김경란은 눈 덮인 외딴 초가집에서 낮에는 태극기를, 밤에는 인공기를 바꿔 달며 위태롭게 삶을 이어가는 여인을 연기한다. 억척스럽고, 진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인물로,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다.

"'만무방' 대본을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생존 욕구가 어떤 결말을 가져오는가가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과거를 배경으로 하지만, 현재의 관객에게도 울림을 주리란 자신도 있다.

김경란은 "극단의 상황에 인간이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결국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경란 배우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연극 '만무방' 연습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방송인에서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그는 연극 '만무방' 통해 한 단계 더 깊어진 배우로서의 변신과 도전을 보여준다. 2026.03.2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경란 배우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연극 '만무방' 연습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방송인에서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그는 연극 '만무방' 통해 한 단계 더 깊어진 배우로서의 변신과 도전을 보여준다. 2026.03.29. [email protected]


'만무방'은 2026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참가작으로도 선정됐다. 김경란에게는 첫 연극제 무대다.

그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너무 크다"면서 "관객들이 잘 봐주시길 바라는 소망 하나밖에 없다. 남은 시간 동안 정말 그 인물과 만나기 위해 더 치열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물에 다가가는 자신만의 방식을 들려줬다.

"하루도 빠짐없이 이 여인이 왜 이렇게 했을까를 생각하면서 연습하고 있어요. 내가 만날 수 있는, 가장 이해되는 여인으로 무대에 서야 하니까요. 늘 상상해요. 무대에 서기 전, 이 여인이 나에게 '경란씨, 잘 부탁해요. 내 마음을 모조리 말해줄게요. 잘 전해주세요'라고 속삭이는걸요. 부끄럽지 않게 잘 전달하고 싶어요."
연극 '만무방' 포스터. (생이 아름다운 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극 '만무방' 포스터. (생이 아름다운 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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