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 사이트 개설도 처벌…'합법적 해킹'도 검토
등록 2026.08.20 11:30:00수정 2026.08.20 13:08:24
성평등부·경찰청·방미통위, 불법사이트 대응 방안 발표
한국인 관련 영상 215만개…불법사이트 6683개 접속 가능
도박장처럼 개설 자체 처벌 추진…경찰, 특별수사팀 신설
광고·계좌로 수익 차단…삭제 불응 땐 장관이 직접 차단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지난 6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디지털성범죄 대응 협의체 킥 오프 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요훈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원 장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2026.06.09. chocrystal@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09/NISI20260609_0021313804_web.jpg?rnd=20260609121644)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지난 6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디지털성범죄 대응 협의체 킥 오프 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요훈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원 장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2026.06.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불법촬영물 등을 유통하는 사이트를 개설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수사기관이 불법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수사 단서를 수집하거나 원본 데이터를 삭제하는 이른바 '합법적 해킹' 도입도 검토한다.
성평등가족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20일 정부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불법촬영물 등 유통사이트 심층분석을 통한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불법촬영물을 발견해 삭제하거나 접속을 차단하는 기존 대응에서 나아가 사이트 운영자를 처벌하고 수익원을 차단하는 등 불법사이트 자체를 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인 관련 영상 215만개…사이트당 연 2억 이상 수익
접속 가능한 사이트 중 한국어로 운영되거나 'Koreanporn' 등 한국 관련 카테고리가 있는 사이트는 1316개였으며, 이들 사이트에 게시된 한국인 관련 영상은 약 215만개로 추정됐다. 이름과 직업, 거주지역, 연락처, SNS 계정 등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신상정보가 함께 게시된 사례도 확인됐다.
정부는 이러한 사이트들이 조직적인 수익사업으로 운영되는 정황을 포착했다. 기술적 분석 결과 동일 운영자가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385개 그룹이 식별됐으며, 일부는 20개 이상의 사이트를 함께 운영하거나 성착취물 사이트와 도박사이트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었다.
주요 수익원은 도박·성매매 등 배너광고였다. 경찰이 검거한 126개 불법사이트 중 수익이 확인된 117개의 총수익은 약 304억원이었다. 광고 단가 등을 고려하면 사이트 한 곳당 최소 연 2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도박장처럼 사이트 개설 자체 처벌…'합법적 해킹' 도입도 검토
지난해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 건수 중 불법유해사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1.6%였으며, 전체 삭제 불응 건수의 약 85%가 불법유해사이트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불법사이트 개설·운영 행위를 직접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운영자를 성착취물 제작·유포의 방조범으로 처벌하는 데 그치고 있다. 불법사이트가 성착취물 확산·재생산의 근원이 되고 있지만 사이트 개설 자체를 정범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정부는 도박장 개설죄와 유사하게 불법촬영물 유통을 목적으로 사이트를 개설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도록 성폭력처벌법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영리 목적으로 도박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시스]경찰청은 미국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 사이버팁라인과 아동구조연합(CRC) 등으로부터 확보한 단서를 활용해 성착취물 소지·유포자를 수사하고, 자체 구축한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을 통한 현장 지원으로 최근 4개월간 관련 사건 102건을 인지해 16명을 검거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사진은 피의자의 컴퓨터에서 확인된 아동성착취물 저장 화면. (사진=경찰청 제공).2026.08.03](https://img1.newsis.com/2026/08/03/NISI20260803_0002202447_web.jpg?rnd=20260803085830)
[서울=뉴시스]경찰청은 미국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 사이버팁라인과 아동구조연합(CRC) 등으로부터 확보한 단서를 활용해 성착취물 소지·유포자를 수사하고, 자체 구축한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을 통한 현장 지원으로 최근 4개월간 관련 사건 102건을 인지해 16명을 검거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사진은 피의자의 컴퓨터에서 확인된 아동성착취물 저장 화면. (사진=경찰청 제공).2026.08.03
경찰은 '불법사이트 특별수사팀'을 신설해 사이트 운영자를 겨냥한 인지수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전국 사이버성폭력수사팀 인력 127명을 일부 활용하고 정원을 보강해 올해 하반기 중 서울·부산·경기남부·전남 등 4개 시도경찰청에 인지수사 전담 특별수사팀을 꾸릴 계획이다.
특히 그동안 피해자 신고를 토대로 개별 사건을 수사해왔다면 앞으로는 서버 위치나 사이트 간 연결관계 등 분석자료를 바탕으로 불법사이트 운영자를 선제적으로 추적할 예정이다. 관계부처는 한국인 피해가 심각한 사이트를 우선적으로 추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수사기관이 불법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수사 단서를 확보하고 원본 데이터를 삭제하는 '능동적 방어 제도(합법적 해킹)' 도입도 적극 검토한다.
호주의 경우 수사기관이 범죄 인프라에 접근해 데이터를 추가·삭제하거나 계정을 장악할 수 있고, 영국도 법원의 영장을 통해 국가기관의 해킹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범죄환경 분석과 기술적 대응 방안, 법리적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거쳐 근거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광고 막고 계좌 정지…삭제 요청 거부하면 장관이 차단 요구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사이트는 호스팅·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를 통해 무력화한다. 협의체는 최근 몰도바의 한 호스팅 사업자에게 자체 약관을 근거로 14일 내 서비스 중단을 요구했으며, 불응할 경우 현지 규제기관에 조치를 요청할 방침이다.
사이트가 삭제 요청에 지속적으로 불응하는 경우 성평등부 장관이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직접 접속차단을 요청할 수 있는 '긴급 차단 요구권'도 도입한다. 미러사이트나 유사 도메인은 신속 차단하고, 도메인을 계속 바꾸는 '도메인셔틀링'을 자동 탐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기술도 개발한다.
플랫폼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발견되거나 신고된 경우 이용자 아이디(ID), 인터넷주소(IP) 등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피해 접수부터 삭제 명령, 사업자 제재 등을 아우르는 통합 대응체계와 디지털성범죄 특별법 제정도 검토한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이번 심층분석을 통해 그동안 짐작만 해왔던 불법사이트의 조직적·기업화된 실체가 구체적 데이터로 확인됐다"며 "피해자의 성착취물이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수익 차단과 집중 수사, 처벌 강화 등 불법사이트 자체를 무력화하는 데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은 "불법사이트는 디지털성범죄를 확산시키고 피해를 반복시키는 핵심 경로"라며 "피해자 지원부터 유통 방지, 삭제·차단, 수사까지 전 단계에 걸쳐 빈틈없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디지털 성착취물 등을 유포하는 사이트들은 사이버도박, 불법 성매매 등 불법 콘텐츠의 관문 역할을 하며 광범위한 불법 수익을 공유하는 범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며 "디지털성착취물 사이트 배후의 불법 수익 생태계 전체를 뿌리 뽑는 전방위적 수사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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