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호박' 세계적 아방가르드 작가 야요이 쿠사마 별세…향년 97세
등록 2026.08.27 11:37:48수정 2026.08.27 11:46:42

야요이 쿠사마.쿠사마 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세계적인 일본 현대미술가 야요이 쿠사마가 별세했다. 향년 97세.
27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쿠사마는 지난 14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쿠사마 스튜디오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별세 소식을 발표했다.
쿠사마 스튜디오는 "쿠사마는 예술 창작에 평생을 바친 선구적인 아방가르드 작가로 시각예술과 퍼포먼스, 소설, 시를 아우르며 국제적인 활동을 펼쳤다"며 "마지막 날까지 붓을 놓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고 밝혔다.
1929년 일본 나가노현 마쓰모토에서 태어난 쿠사마는 반복되는 점(도트)과 '인피니티 네트(Infinity Net)', 노란 호박, 거울을 이용한 '인피니티 미러룸(Infinity Mirror Room)' 등으로 세계 현대미술의 아이콘이 됐다.
국내에서도 검은 점이 뒤덮인 노란 '호박' 작가로 큰 인기를 누렸다. 미술시장에서도 작품 가격이 치솟으며 국내 컬렉터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해외 작가로 꼽혔다. 지난 3월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된 2015년작 ‘Pumpkin(MBOK)’은 104억5000만원에 낙찰돼 국내 쿠사마 작품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95억원에 출품된 야요이 쿠사마, Pumpkin (MBOK), 2015 Acrylic on canvas, 130 x 160 cm *재판매 및 DB 금지
2013년 대구미술관에서는 대규모 개인전 '쿠사마 야요이: A Dream I Dreamed'가 열렸다. 회화와 조각, 설치 등 100여 점을 선보인 전시는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듬해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도 대규모 개인전이 열렸다.
쿠사마의 점은 단순한 장식적 무늬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환각을 경험한 그는 자신의 몸과 세계가 반복되는 무늬 속으로 사라지는 경험을 작품으로 옮겼다. 자신과 세계의 경계가 사라지는 '자기소멸(self-obliteration)'은 평생 그의 작업을 관통한 핵심 개념이 됐다.
1958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쿠사마는 도널드 저드 등과 교류하며 화면을 무수한 망으로 뒤덮는 '인피니티 네트' 회화를 선보였다. 1960년대에는 가구와 사물에 천으로 만든 남근 형태를 반복적으로 붙인 '소프트 스컬프처'와 퍼포먼스, 설치 작업으로 뉴욕 아방가르드 미술계에서 활동했다.
1966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1500개의 거울 구를 잔디밭에 펼친 '나르시스 가든(Narcissus Garden)'을 선보였다. 쿠사마는 현장에서 '당신의 나르시시즘을 팝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구를 개당 2달러에 판매하다 비엔날레 측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1973년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1977년부터 도쿄의 정신병원에 자발적으로 입원해 생활하면서 인근 스튜디오를 오가며 작업을 이어왔다.
한동안 국제 미술계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쿠사마는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았다. 이후 거울과 빛, 반복되는 이미지로 무한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인피니티 미러룸'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현대미술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뉴욕현대미술관(MoMA), 런던 테이트 모던, 워싱턴 허시혼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열었다.
쿠사마는 생전 자신의 사후 평가에 대해 "내가 죽은 뒤 어떻게 분류될지 상상할 수 없다"며 "아웃사이더라는 것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쿠사마 스튜디오는 "그의 뜻을 이어 예술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미래를 위한 희망과 힘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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