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마스터]⑧'픽앤롤'의 대가들

2009년 11월 시너지 스포츠 테크(Synergy Sports Tech)사의 조사에 따르면 미 프로농구(NBA) 각 구단들이 한 경기에서 픽앤롤이 가미된 공격을 사용하는 빈도는 약 18~19%였다. 지난 5년 사이 4% 증가한 것으로, 단시간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공격으로 여겨지고 있다.
픽앤롤은 단순히 두 선수만의 공격이 아니다. 미스매치를 비롯해 상대 수비의 취약점을 만들고 공간을 창출해내 제2, 제3의 기회를 파생시킬 수 있다.
1990년대 유타 재즈의 칼 말론(47. 206cm)과 존 스탁턴(48. 185cm)이 대표적인 선수로, 단순히 스탁턴이 말론에게 연결시켜주는 것 이상의 효과를 창출하며 오랜 시간 유타를 플레이오프에 올려놨다.
픽앤롤은 언제, 어디서,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파급효과가 달라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진행하는 선수의 역량이다. 픽앤롤을 진행하는 선수의 판단이 중요하다. 수비를 읽고 진행의 판단여부를 가려야 한다. 무작정 돌파하다가는 함정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스크린을 걸어주는 선수도 중요하다. 스크린의 타이밍과 방향, 이후 움직임에 따라 공격의 결과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오늘날처럼 전력분석 기술이 발달해 상대 움직임을 꿰뚫고 있는 프로농구 시스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오늘날 NBA에서 명성을 떨치는 픽앤롤 마스터로는 누가 있을까?
▲ 픽앤롤 마스터, 스티브 내쉬
피닉스 선즈의 스티브 내쉬(36. 191cm)는 2대2 플레이만 놓고 보면 존 스탁턴의 계보를 잇는 선수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04~2005시즌 피닉스에 가세한 내쉬는 아마레 스타더마이어(28. 208cm)와의 환상 호흡으로 피닉스를 강 팀 반열에 올려놨고, 덕분에 2005년과 2006년 2년 연속 MVP를 수상했다.
내쉬는 누구보다도 공간을 잘 활용하는 선수다. 운동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NBA에서 가장 빠른 가드도 아니지만 틈을 자르고 들어가는 드리블 기술이 훌륭한데다 상대 수비를 읽고 반응하는 속도도 빠르다.
만약 스터드마이어가 볼을 받지 못할 상황이라면 직접 돌파하거나 확률 높은 중장거리 슛으로 공격을 마무리해 상대로서는 막기가 까다롭다. 내쉬는 올 시즌 50.7%(야투)-42.6%(3점슛)-93.8%(자유투)라는 경이로운 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 같은 경우는 아예 바꿔막기(스위치 디펜스)를 시도해 움직임을 저지했지만 수비 조직력이 잘 갖춰진 팀이 아니라면 '알고도 당하는' 패착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 데론 윌리엄스과 크리스 폴
유타 재즈의 데론 윌리엄스(25. 191cm)와 뉴올리언스 호네츠의 크리스 폴(24. 183cm)은 2005년 드래프트 동기생이자 라이벌이다.
장차 제이슨 키드와 스티브 내쉬의 당대 현역 최고 포인트가드 자리를 물려받게 될 두 스타는 이미 미국대표팀의 일원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나름대로의 전설을 만들어가고 있다.
두 선수는 빠른 스피드와 현란한 드리블, 다양한 마무리 기술을 이용해 팀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더불어 장신 선수들과의 2대2 플레이도 훌륭하다.
픽앤롤을 유행시킨 제리 슬로언 감독을 스승으로 두고 있으며 또 그 주인공인 존 스탁턴으로부터 과외를 받기도 했던 데론 윌리엄스는 카를로스 부저(29. 203cm) 및 메멧 오커(31. 211cm) 등과 펼치는 2대2 플레이가 일품이다.
비록 픽앤롤 플레이 자체는 스탁턴-말론 시절에 비해 사용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지만 팀이 확실한 득점을 필요로 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저의 경우 안쪽에서의 플레이도 좋지만, 중거리 슛도 뛰어나 픽앤롤 뿐 아니라 픽앤팝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만약 지금의 유타에 제프 호너섹 정도로 꾸준히 슛을 때려줄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윌리엄스와 빅맨의 콤비 플레이는 더욱 빛을 낼 것이다.
크리스 폴은 데이비드 웨스트(30. 206cm)가 올스타가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웨스트 역시 장신이면서도 보통 슈터 못지 않게 슛 거리가 길고 정확한 선수다. 픽-앤-팝 플레이로 쏠쏠한 재미를 봐왔다. 비록 2009년 플레이오프에서는 덴버 너기츠의 바꿔막기 및 도움수비에 의해 완전히 봉쇄당하면서 고개를 떨구었지만.
▲ 명암 엇갈린 팀 동료, 칼데론과 터코글루
토론토 랩터스의 주전 포인트 가드이자,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핵심멤버인 호세 칼데론(28. 191cm)도 뛰어난 픽앤롤 수행자다. 하이포스트에서 크리스 보쉬(26. 208cm), 안드레아 바르냐니(25. 211cm)와 펼치는 2대2 플레이가 일품이다.
정돈된 공격 상황에서 칼데론은 대단히 선이 굵은 패스를 선보인다. 움직임에도 군더더기가 없다. 보쉬와 바르냐니 모두 슛 거리가 길고 공격능력이 좋아 그의 2대2 플레이는 더욱 빛난다.
칼데론 역시 스크린을 타고 돌아나와 정면 하이포스트 지점에서 던지는 슛 성공률이 높아 견제하기가 까다롭다.
사실 칼데론의 2009~2010시즌은 불만족스러웠다. 계속된 부상으로 긴 시간을 소화하기보다는 몸 상태 유지에 초점을 뒀다. 제리 트리아노 감독의 공격 철학과 맞지 않아 출장시간도 8분 가량 줄고, 또 주전에서도 밀리다 보니 기록적인 면에서도 하락세가 있었다.
2008~2009시즌에는 평균 12.8득점 8.9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올 시즌에는 10.3득점 5.9어시스트에 그쳤다. 그러나 팀이 세트 오펜스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공격을 전개하고자 할 때는 칼데론만한 플레이메이커도 없을 것이다.
트리아노 감독은 지난 여름에 영입한 히도 터코글루(31. 203cm)에게 볼 소유시간을 보장해주면서 또 다른 스타일의 2대2 전개를 도모했다. '터키의 마이클 조던'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터코글루는 현역 NBA 포워드 중에서 2대2 전개에 가장 능한 선수다.
터코글루는 피벗과 훼이크로 상대 밸런스를 무너뜨린 후 시도하는 돌파능력이 좋을 뿐 아니라 빅맨까지 잘 활용하고 있다. 지난 시즌 올랜도 매직은 사이드에서 터코글루를 적절히 활용한 픽앤롤 플레이로 재미를 봤다.
▲ 르브론 제임스와 마누 지노빌리
2대2 플레이가 꼭 가드와 장신자 사이에서 이뤄지라는 법은 없다.
과거 신기성 이적 후 포인트가드 포지션이 약해졌던 원주 동부가 김주성과 양경민의 2대2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간 적이 있었던 것처럼 볼 핸들링과 패스, 득점력을 갖춘 선수와 장신자가 펼치는 2대2 플레이는 상당한 파괴력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르브론 제임스(25. 203cm)다. MVP를 수상한 제임스는 포워드 포지션 선수 중 8.6개의 어시스트로 역대 1위를 기록한 선수다. 워낙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이 좋고, 득점 2위에 오를 정도로 득점력도 뛰어나 수비를 흔들어놓기에 부족함이 없다.
마누 지노빌리(33. 198cm)는 샌안토니오에서 가장 뛰어난 플레이메이커다. 제임스만큼의 하드웨어는 아니지만 '유로스텝'이라고 불리는 현란한 풋워크와 천부적인 감각, 다양한 훼이크 동작이 그의 패싱 게임을 돕는다.
올 시즌에는 팀 던컨(34. 211cm)뿐 아니라, 루키 드완 블레어(20. 201cm), 안토니오 맥다이스(35. 206cm)를 활용한 픽앤롤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공황상태로 빠뜨렸다. 올 시즌 그가 기록한 어시스트는 4.9개. NBA 데뷔 8시즌만에 세운 최고기록이었다.
2007년 NBA 파이널에서 샌안토니오를 우승으로 이끈 토니 파커(27. 188cm)도 우수한 픽앤롤 플레이어였다. 비록 올 시즌은 부상으로 고전한 감이 있었지만 적어도 교과서적으로는 픽앤롤이 잘 성공할 수 없는 구역에서조차 훌륭히 역할을 수행해 냈다.
빠른 발 놀림과 스피드, 그리고 특유의 마무리 기술이 큰 힘이 됐다. 물론 당시 던컨이나 두 선수의 움직임에 맞춰 외곽과 하이포스트에서 대기했던 동료들의 플레이도 기가 막혔다.
올랜도 매직에서 물 오른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자밀 넬슨(28. 183cm), 전성기 시절 새크라멘토 킹스에서 크리스 웨버(37. 208cm 은퇴)와 기가 막힌 하이포스트 픽앤롤을 펼쳤던 마이크 비비(31. 188cm), 튀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볼 배급을 보여준 마이애미 히트의 카를로스 아로요(31세, 188cm) 등도 픽앤롤 플레이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가드들이다.
<자료 = N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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