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물<142>정애와 세 남자, 마음·몸·임신

◇제29화 그녀는 죽지 않았다!<142회>
하도야는 평소의 냉정한 검사가 아니었다. 그는 흥분하고 있었다.
“너 아냐? 너…백마강에서 정애와…?”
하류가 재수 옴 붙었다는 듯이 셔츠를 털어냈다.
“그건 맞아. 하지만 난 진작부터 대물이 되기 위한 제비는 사정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배웠어! 이민을 떠나기 전에 정애가 전화를 해서 고백했어. 내게!”
방효순 경장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아!”
하지만 소리를 지르고 싶은 건 하도야였다. 그는 이들의 이야기가 실감나지 않았다. 자신과 이정애의 사이에서 벌어진 사고를 이들은 모른다.
“고백이라니?”
하류가 고함을 질렀다.
“꼭 들어야겠어? 개쪽 팔려서 절대 이야기 하지 않고 있었는데.”
하도야가 기진맥진한 몸을 스스로 지탱하며 조용히, 그러나 날카롭게 내뱉었다.
“반드시 이야기해라!”
“좋아. 이제는 먼 과거의 일이니까. 그때 내게 고백하기를…널 마음에 두고 있었다더라.”
하도야는 내심 한 차례 진저리를 쳤다.
“나를…?”
“그래. 마음은 너에게 주고, 내게는 몸을 주고…당하기는 학과 선배에게! 정애도 진짜 팔자 더러워. 그래서 이 나라 떠난다고 하더라.”
하도야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현기증이 일어났다.
“그거 진…실이냐? 너…맹세해?”
하류가 이죽 거렸다.
“네게 마음 줬다고 해서 지금 감격 하는 거야? 야, 정신 차려…그 물건 이제는 멀리 물 건너가서 잘 살고 있을 테니까.”
하도야의 머릿속이 하얀 백지장이 됐다. 머릿속은 깨질 듯이 통증이 몰아쳤다. 방효순은 안심이 돼 중얼거렸다.
“다시 부산에 갈 필요는 없겠네요.”
“부산이라니요?”
“이모네가, 그러니까 정애가 이민 가기 직전까지 살았던 곳이요.”
하도야의 눈에서 신광이 번들거렸다.
“그 주소를 내게 알려 줄 수 있소?”
방효순은 문제없다는 듯이 주소가 적혀있는 쪽지를 넘겨줬다. 그 주소가 하도야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제 그녀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었다.
“난 홀가분해요.”
이정애의 추락사 소문은, 그녀의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인한 일종의 가족 도피로 불거진 헛소문에 불과 했던 것이다. 그러나 하도야는 정신적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이건…노파심이긴 하지만 부산에서 말대가리 부하를 만났어요. 그들이 어떤 사람을 안내해서 공주를 통해 부여로 들어갔어요. 하검사님이 참고하시는 게 좋을 듯 싶어서요.”
하류가 놀란 음성으로 되물었다.
“말대가리라면 형이 사살했던 깡패 두목 아냐? 그 부하들이 왜 부여로 들어간 거야?”
방효순이 강남회칼의 인상착의를 설명했다.
“동행하던 인물은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 이었고요…무표정한 얼굴에 눈에 초점이 잘 잡히지 않았어요. 어딘가 음산해 보이는, 기분 나쁜 생김새였어요.”
하도야가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몇 명이 부여로 들어갔소?”
“3명이에요. 그들이 일전에 조촌면의 무덤을 훼손 했던 장본인일 수도 있고요…이번에 다시 시도할 지도 몰라요.”
하도야가 불길한 직감에 하류에게 소리쳤다.
“아버지에게 전화 해봐! 가게로.”
하류가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하도야가 초조해 하며 중얼거렸다.
“조직을 이루고 있는 깡패들은 같은 수법을 두 번씩 즐겨 사용하지 않아. 그들의 목표는 이번에 무덤은 아닐 거야.”
하류도 다급하게 전화기를 재촉했다.
“꼰대, 빨리 좀 받아라!” <계속>
※우신출판문화 032-906-9501 www.wooshinbooks.co.kr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