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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교수 성학, 왼쪽 고환이 땅기지요?

등록 2011.10.23 07:11:00수정 2016.12.27 22: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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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67>

 직립보행을 하는 탓에 요통과 함께 숙명적으로 앓는 질환은 바로 치질(痔疾)이다. 그런데 이 치질(痔疾)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비교적 소상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 대변을 내보내는 부분의 질병이므로 더럽다 느끼면서도 안쪽에 있으면 암치질, 바깥으로 삐져나오면 수치질이라는 등 성별(性別)까지 암수로 나누어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질도 일종의 정맥류(靜脈瘤)라고 의학적으로 설명하면 갑자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러나 용어 자체가 왠지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지더라도 정맥류라는 이름이 정맥에 혹이 생겼다는 뜻이므로 질병의 본태를 이해하기에는 훨씬 쉽다. 정맥류 중 여자는 도저히 앓을 수 없는 게 정계의 치질 정계정맥류(精系靜脈瘤: varicocele)다.

 정계정맥류란 남성 음낭의 만상총(蔓狀叢) 내 정맥혈이 울혈돼 비정상적으로 확장되고 굴곡된 상태를 말한다. 더 쉽게 말하면 정맥류란 정맥(靜脈)이 병적으로[疒역] 머물러 정체된[留유] 것인데, 이 정맥류의 상태가 정계(精系)에 있는 게 정계정맥류란 말이다. 정계에 정맥류가 발생하면 음낭의 피부 아래에 청색의 벌레주머니 모양 종창이 생기고, 음낭을 끌어당기는 듯 둔중한 동통을 일으키며, 또 정맥류 자체의 무게로 인해 서혜부의 견인통도 발생한다.

 임상적으로 명확한 정계정맥류는 흔히 하지(下肢)정맥류나 치질과 동반되기 때문에 이들 질환이 있을 때는 진단이 훨씬 쉽다. 이런 정계정맥류는 대개 활동력이 왕성하고 음낭 내 혈류가 증가하는 사춘기에 나타나기 시작해 17~26세의 정상 청년층에서는 약 10%까지 발견되는데, 연령이 늘면서 정맥류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발생빈도 또한 감소한다.

 흔히 고환부위가 땅긴다는 불편사항을 의사에게 호소하면 마치 점쟁이마냥 ‘왼쪽이 그렇죠?’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혈행 분포의 특성상 정계정맥류의 90% 이상이 좌측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호발부위가 좌측인 것은 좌측 내(內)정계정맥의 길이가 우측보다 평균 4.5㎝ 정도 길어서 정수압(靜水壓: hydrostatic pressure)이 높고, 유입되는 각도 또한 거의 직각에 가까우며, 대동맥과 하장골(下腸骨)동맥 사이에서의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편 고환은 남성의 정자를 생산하고 양육하는 곳이기에 정계정맥류가 발생하면 정자의 운동성이나 숫자 등이 떨어지는 정액의 이상 소견도 약 50%의 환자에게서 나타난다. 그 까닭은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지만 만상정맥총의 온도조절 기능이 장애를 받거나, 정맥혈의 울혈에 의해 산소 장력(張力)이 감소한데 따른 고환조직의 대사장애에 의한다는 주장이 많다.

 정계정맥류의 부위와 증상을 참작하면, 이 역시 한의학에서 일컫는 산병(疝病)의 범주에 속한다. 앞서의 전립선염, 또 음낭수종을 설명할 때 인용된 산병이 이 정계정맥류라는 질병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에 식상(食傷)할지 모르겠지만, 한의학이 인체의 생리나 병리를 기능 중심으로 관찰해서 겉으로 드러나는 증후(證候) 위주로 병증을 표현했기 때문에 이는 오히려 당연하다.

 따라서 전립선염, 음낭수종, 정계정맥류 등이 서양의학적 병명으로는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에서는 병명에 구애받지 않고 외현(外顯)되는 병증과 환자의 상태를 파악해서 치료한다.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단점인 한의학의 이런 특징을 ‘이병동치 동병이치(異病同治 同病異治: 다른 병에도 동일한 치료법이 쓰일 수 있고, 같은 병에도 다른 치료법이 응용될 수 있다)’라 하니, 독자들께서는 재차 음미하실지어다.

 남편의 외박을 이해하거나 눈감아주는 아내는 얼마나 될까? 모르긴 해도 거의 없을 것이다. 남자들 세계에서는 피치 못해 외박(外泊), 문자 그대로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숙박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일들이 가끔씩(?) 발생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아내들이 불만을 터트리는 까닭은 단순히 잠만 자지 않을 것이란 의구심이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이런 의구심은 뚜렷한 증거(?)에 의해 종종 사실로 확인되는데, 이는 남성이 혼외정사 시 상대 여성으로부터 쾌감은 물론 질병까지 선사받기 때문이다.

 성관계로 전염되는 성병 중 제일 유명한 것은 임균성 요도염이다. 이보다 임질(淋疾:  gonorrhea)이 귀에 더 익숙한 까닭은 과거 남성의 요도에 염증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 임균(淋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임균이외의 잡균이 염증을 일으키는 소위 비임균성 요도염(非淋菌性 尿道炎: nongonococcal urethritis)이 많이 등장해서 남성의 면죄부(免罪符) 역할을 톡톡히 한다. ‘임균이 아니니 성병이 아니고, 그런 만큼 나는 결백하다’며 치졸한 변명을 하게 만드는…. 그러나 이는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다. 왜냐하면 성인병(性因病)의 주종을 이루는 가장 흔한 질병은 다름 아닌 비임균성 요도염이기 때문이다.  

 전체 요도염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비임균성 요도염은 선진국일수록 발생빈도가 높은데,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성장과 함께 임균성 요도염보다 더욱 흔한 질병으로 등극했다. 이는 성 개방 풍조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겠지만, 비임균성 요도염은 감염되더라도 과반수 이상에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보균자(保菌者)로 지내면서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기 때문이다. 또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성관계 이후의 잠복기간이 1∼3주로 일정하지 않고, 증상 자체도 배뇨 시의 가벼운 불쾌감이나 요도의 묽은 분비물 정도가 고작이어서 지나쳐 버리기 쉽다는 이유도 작용한다.

 원인균은 클라미디아(chlamydia), 우레아플라스마 우레알리티쿰(ureaplasma urealyticum) 등 일반인들에게는 발음조차 하기 힘든 세균들이다. 이런 균들은 일반적인 세균배양 검사로는 찾아내기 어려워 특수배지를 사용해야 하며, 배양기술 또한 까다로워서 확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보통의 세균검사에서 임균이 발견되지 않으면 원인균에 관계없이 비임균성 요도염이라 진단하니, 이 ‘아닐 비(非)’가 접두어로 붙는 까닭에 남성에게 얼토당토 않은 면죄부의 탈을 제공한다.

 치료는 으레 그렇듯 항생제에 의존하는데, 몇 종류 되지 않는 약물들이 원인균의 규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비교적 좋은 효과를 거두며, 적어도 일주일 이상의 금욕과 약물투여가 요구된다. 또한 잠복기 동안의 일(?)도 있고 해서 부부 공동치료가 권유된다.

 한의학에서는 이전에 설명한 임병(淋病)이나 음식창(陰蝕瘡)의 범주에 속한다. 임병도 세분하면 노림(勞淋), 기림(氣淋), 혈림(血淋), 열림(熱淋), 석림(石淋), 고림(膏淋), 사림(沙淋), 냉림(冷淋) 등 여덟 가지 종류로 나뉘어진다. 그 중에서도 오줌이 누런 고름처럼 나오면서 음경속이 따갑고 아프다[尿出如膏 莖中澀痛]는 고림과 가장 유사하다.

 한편 창가(娼家)와의 교접(交接)으로 독기(毒氣)가 전염돼 발병한다는 음식창은 하감창(下疳瘡)이라고도 한다. 옛 문헌에 신석(信石), 수은(水銀), 경분(輕粉) 등의 맹독성약물(猛毒性藥物)이 주된 치료약으로 수록된 것을 보면 치료에 몹시 어려움을 겪었으리라 여겨진다.

 저자는 비록 한의사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의 과오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지독한 질병을 퇴치하고자 약 또한 지독한 놈을 골랐으리라는 긍정적인 눈길을 보내고 싶다.

 지상사 02-3453-6111 www.jisangs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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