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정, 그녀의 소리에 빛이 있을수밖에 없는 까닭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소설가 황석영의 며느리인 국악인 최수정(오른쪽)과 남편인 국악작곡가 황호준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모임공간에서 뉴스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수정은 최근 첫 음반인 경기소리 음반 '빛이 있는 소리'를 발매했으며, 남편인 국악작곡가 황호준이 음반 프로듀싱을 했다. [email protected]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12잡가) 이수자인 최수정의 주종목은 경기소리다. 하지만 행보가 다소 의외다. 국립국악원 소리극 '황진이' 주연, 국립오페라단 창작오페라 '아랑' 주연 등 극음악에 참가했다. 국악관현악단과 협연하며 다양한 형태의 기악반주와 만남을 통한 실험적 무대를 적극 선보였다.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하다. 20여년을 낸 경기소리이지만 전통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앨범은 철저히 3현6각에 의한 전통반주로 녹음했고 '청춘가' '태평가' '천안삼거리' '정선아리랑' '한오백년' 등 23곡의 경서도 민요를 수록했다.
"기획은 3년 전부터 했다. 항상 함께했던 경기소리지만 전통을 철저히 지키는 소리는 지금도 가장 어렵다. 새로운 곡으로 편곡하고 재즈 등을 더해 흥을 만들어내면 더욱 수월할텐데라는 안일한 생각도 계속 들었다. 국악계 큰선생님들이 듣고 실망할까봐 더 조심스러웠다."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소설가 황석영의 며느리인 국악인 최수정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모임공간에서 뉴스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수정은 최근 첫 음반인 경기소리 음반 '빛이 있는 소리'를 발매했으며, 남편인 국악작곡가 황호준이 음반 프로듀싱을 했다. [email protected]
"내가 음반을 낸다고 했을 때 요즘에 맞는 음악으로 새롭게 편곡한 민요를 선사할 것이라는 예상과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그러한 규정과 편견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다. 지금도 늦은 감이 있지만 전통 소리 자체가 가진 좋은 소리를 최대한으로 뽑아내 전통 소리의 정수를 담아내고 싶다. 계속 반복하고 갈고 닦아 음반이 빛을 보게 됐다."
인재는 대개 후천적 노력파와 타고난 천재로 나뉜다. 최수정은 후자에 속한다. 너무도 필연적으로 전통음악과 조우하게 된다. 세습무인 부모를 통해 국악 유전자를 받았고, 세대로 전해내려온 무속음악과 몸짓을 자연스럽게 보고 자랐다.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소설가 황석영의 며느리인 국악인 최수정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모임공간에서 뉴스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수정은 최근 첫 음반인 경기소리 음반 '빛이 있는 소리'를 발매했으며, 남편인 국악작곡가 황호준이 음반 프로듀싱을 했다. [email protected]
그러나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자신이 소리를 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고등학생 시절, 소리꾼으로서의 삶은 운명처럼 찾아왔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열병에 걸린 듯 온몸에 심한 열이 나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얼마동안 운신을 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어느 날 꿈속에서 환한 빛이 나를 감싸고 있고, 그 안에서 노래를 하다 잠에서 깼는데 알 수 없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후 곧바로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현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로 전학을 하고 지금은 고인이 된 안비취 명창을 찾아가 소리학습을 시작했는데 아프던 몸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회복됐다."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소설가 황석영의 며느리인 국악인 최수정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모임공간에서 뉴스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수정은 최근 첫 음반인 경기소리 음반 '빛이 있는 소리'를 발매했으며, 남편인 국악작곡가 황호준이 음반 프로듀싱을 했다. [email protected]
"최수정씨로부터 새로운 구상을 떠올리고 자극을 받는다. 작곡가들은 본능적으로 새로운 것을 찾기 때문에 전통은 겉핥기식으로 안다. 서로 같이 보완되는 부분이 있다", "부부가 서로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다보면 사실 피곤하기도 하고 충고나 지적에 더 큰 상처를 받기도한다. 하지만 황호준씨의 음악을 들으면 그 서운했던 감정들이 다 사라진다. 음악으로 보상받고 있다."
국악부부인 이들이 항상 가슴 깊이 새기고 있는 것은 동시대성이다. 특히, 대중과의 호흡을 중시한다.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소설가 황석영의 며느리인 국악인 최수정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모임공간에서 뉴스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수정은 최근 첫 음반인 경기소리 음반 '빛이 있는 소리'를 발매했으며, 남편인 국악작곡가 황호준이 음반 프로듀싱을 했다. [email protected]
최수정이 롤모델로 경기명창 김영임(58)을 손꼽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김영임 선생님은 소리에 치장을 안 하고 계속 덜어내는 작업을 한다. 경기소리 명창이 듣기에 김영임 선생님의 노래는 제도권 바깥에 있는 소리다. 그런데 거기서 관객들이 감동을 느끼고 눈물을 흘린다. 어떻게 쏘고 떠는지 등 창법은 소리를 닦아가는 과정에서는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극적인 것을 노래로 몸으로 풀어내는 김영임 선생님만의 개성적인 소리가 동시대의 관객과 호흡할 수 있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부부는 앞으로도 대중과 호흡하기 위해 다양한 변주를 시도한다. 내년 상반기 전통에 현대적 색채를 입힌 음반 발매와 이를 연계한 공연을 벌이고, 세계인을 위한 국악 뮤지컬 '바리의 노래'(가제)도 하반기 무대화를 목표로 기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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