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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문화계? 알고보니 부도덕 장사치…출판사 자음과모음 사태

등록 2013.05.08 19:04:22수정 2016.12.28 07: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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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출판사 '자음과 모음'이 베스트셀러 작가 황석영. 김연수, 백영옥의 소설집을 사재기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동시에 출판계의 치부가 드러났다.  7일 SBS TV 시사프로그램 '현장21'은 황석영의 '여울물 소리',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에 대한 일이라면', 백영옥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 등이 사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황씨는 자신은 모르게 진행된 일이라며 자음과모음 측에 출판권 해지를 통보하고 해당 책을 절판할 것이라고 알렸다. 특히, 지난해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책으로 치욕을 당했다면서 출판사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의 딸은 이 출판사에 편집자로 근무하기도 했다.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자음과모음 강병철 대표는 8일 "어떠한 변명도 없이" 사퇴할 뜻을 밝혔다.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서교동의 사옥도 매각할 것으로 전해졌다. 출판사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 역시 삭제됐다. 홈페이지는 이날 오후 현재 방문자 수가 늘어나면서 트래픽 초과로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앞서 자음과모음은 지난해 3월 남인숙 소설집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출간 당시에도 사재기 혐의를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와 관련, 자음과모음에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자음과모음은 황씨의 뜻에 따라 시중의 '여울물 소리'를 수거키로 했다. 황광수 편집위원을 주축으로 심진경, 박제연, 박소이, 임자영으로 구성된 자음과모음 비상대책위원회는 곧 새 전문경영인을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자음과모음은 "방송에서 거론된 소설들과 그 작가 분들은 이 사태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상태에서 졸지에 엄청난 불명예를 떠안는 참화를 겪게 됐다"면서 "어떠한 변명이나 위로의 말씀도 그분들께는 위로가 될 수 없다는 사실 앞에 저희들은 그저 참담한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독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를 위해 존경받는 전문경영인을 유치, 합리적인 경영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사옥이 팔리는대로 지분 문제까지 새롭게 재편,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경영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재기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문단의 거목과 스타 작가의 책까지 사재기 의혹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사재기가 근절이 되지 않는 이유는 베스트셀러 차트 위주로 책이 판매되는 흐름 때문이다. 독서행태가 상당부분 베스트셀러 차트와 미디어에 소개된 책의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책이라도 눈에 띄지 않으면 판매가 되지 않는다. 출판사들이 무슨 방법을 사용하든 자신들의 책을 베스트셀러 차트 상위권에 올려놓으려고 기를 쓰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번 자음과모음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사재기는 이미 출판계에 뿌리 박힌 고질병이다.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었는데 이번에 그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고 짚었다.  사재기를 감시하는 기구로는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 운영위원회가 있다. 도서정가제 위반행위와 도서 사재기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의 접수·처리 및 감시활동 등을 하는 기관이다. 2007년 민간 자율기구로 설립했으나 최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 이관됐다.  하지만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사재기를 한 출판사나 저자에 대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물려 제재에 대한 실효성은 크게 없었다. 지난해 1월26일부터 종전 300만원 이하에서 1000만원 이하로 상향 시행하고 있으나 과태료는 벌금형도 아니다.  단행본 출판사 430여개의 대표들로 이뤄진 단체로 매주 8곳의 서적 판매량을 종합해 베스트셀러 차트를 정하는 한국출판인회의(회장 박은주)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의 기능을 보다 공적 개념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사재기 처벌조항을 벌금형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한국출판인회의는 "비록 일부 출판사이긴 하지만, 속칭 '사재기'라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잘못된 관행으로 베스트셀러를 조작하는 일이 출판계에 있어 왔던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매출 올리기에 급급한 서점과 독자를 기만해서라도 책을 팔고 보자는 출판사의 얄팍한 상술이 빚어낸 공동 작품이라는데 출판계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어려운 출판 현실을 빙자해 출판계와 독자를 이간시키고 교란시킨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관계자는 "이러한 부도덕한 관행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번 문제에 책임이 있는 출판사는 물론, 출판계가 함께 자성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이후에도 사재기를 계속하는 출판사와 이를 조장하는 서점이 있다면, 명단을 업계에 공개하고, 출판사의 경우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 자정 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알렸다.  특히, 출판계는 지난해 신간발행 종수와 부수가 2011년에 비해 떨어지는 등 불황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태가 터진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 납본업무를 대행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지난해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1년 간 출협을 통해 납본된 신간(2012년 발행일 기준)을 조사한 결과, 전년도와 비교해 볼 때 발행 종수는 9.7% 감소, 발행 부수는 20.7% 감소했다. 2011년 발행 종수는 4만4036종, 발행 부수는 1억955만227부다.  출판계 관계자는 "이번 사재기 사태가 출판계에 뼈 아픈 일이지만 이를 계기로 건전한 유통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방치하면 출판계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출판사 '자음과 모음'이 베스트셀러 작가 황석영. 김연수, 백영옥의 소설집을 사재기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동시에 출판계의 치부가 드러났다.

 7일 SBS TV 시사프로그램 '현장21'은 황석영의 '여울물 소리',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에 대한 일이라면', 백영옥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 등이 사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황씨는 자신은 모르게 진행된 일이라며 자음과모음 측에 출판권 해지를 통보하고 해당 책을 절판할 것이라고 알렸다. 특히, 지난해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책으로 치욕을 당했다면서 출판사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의 딸은 이 출판사에 편집자로 근무하기도 했다.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자음과모음 강병철 대표는 8일 "어떠한 변명도 없이" 사퇴할 뜻을 밝혔다.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서교동의 사옥도 매각할 것으로 전해졌다. 출판사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 역시 삭제됐다. 홈페이지는 이날 오후 현재 방문자 수가 늘어나면서 트래픽 초과로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앞서 자음과모음은 지난해 3월 남인숙 소설집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출간 당시에도 사재기 혐의를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와 관련, 자음과모음에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자음과모음은 황씨의 뜻에 따라 시중의 '여울물 소리'를 수거키로 했다. 황광수 편집위원을 주축으로 심진경, 박제연, 박소이, 임자영으로 구성된 자음과모음 비상대책위원회는 곧 새 전문경영인을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자음과모음은 "방송에서 거론된 소설들과 그 작가 분들은 이 사태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상태에서 졸지에 엄청난 불명예를 떠안는 참화를 겪게 됐다"면서 "어떠한 변명이나 위로의 말씀도 그분들께는 위로가 될 수 없다는 사실 앞에 저희들은 그저 참담한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독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를 위해 존경받는 전문경영인을 유치, 합리적인 경영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사옥이 팔리는대로 지분 문제까지 새롭게 재편,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경영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재기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문단의 거목과 스타 작가의 책까지 사재기 의혹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사재기가 근절이 되지 않는 이유는 베스트셀러 차트 위주로 책이 판매되는 흐름 때문이다. 독서행태가 상당부분 베스트셀러 차트와 미디어에 소개된 책의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책이라도 눈에 띄지 않으면 판매가 되지 않는다. 출판사들이 무슨 방법을 사용하든 자신들의 책을 베스트셀러 차트 상위권에 올려놓으려고 기를 쓰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번 자음과모음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사재기는 이미 출판계에 뿌리 박힌 고질병이다.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었는데 이번에 그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고 짚었다.

 사재기를 감시하는 기구로는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 운영위원회가 있다. 도서정가제 위반행위와 도서 사재기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의 접수·처리 및 감시활동 등을 하는 기관이다. 2007년 민간 자율기구로 설립했으나 최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 이관됐다.

 하지만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사재기를 한 출판사나 저자에 대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물려 제재에 대한 실효성은 크게 없었다. 지난해 1월26일부터 종전 300만원 이하에서 1000만원 이하로 상향 시행하고 있으나 과태료는 벌금형도 아니다.

 단행본 출판사 430여개의 대표들로 이뤄진 단체로 매주 8곳의 서적 판매량을 종합해 베스트셀러 차트를 정하는 한국출판인회의(회장 박은주)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의 기능을 보다 공적 개념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사재기 처벌조항을 벌금형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한국출판인회의는 "비록 일부 출판사이긴 하지만, 속칭 '사재기'라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잘못된 관행으로 베스트셀러를 조작하는 일이 출판계에 있어 왔던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매출 올리기에 급급한 서점과 독자를 기만해서라도 책을 팔고 보자는 출판사의 얄팍한 상술이 빚어낸 공동 작품이라는데 출판계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어려운 출판 현실을 빙자해 출판계와 독자를 이간시키고 교란시킨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관계자는 "이러한 부도덕한 관행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번 문제에 책임이 있는 출판사는 물론, 출판계가 함께 자성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이후에도 사재기를 계속하는 출판사와 이를 조장하는 서점이 있다면, 명단을 업계에 공개하고, 출판사의 경우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 자정 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알렸다.

 특히, 출판계는 지난해 신간발행 종수와 부수가 2011년에 비해 떨어지는 등 불황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태가 터진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 납본업무를 대행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지난해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1년 간 출협을 통해 납본된 신간(2012년 발행일 기준)을 조사한 결과, 전년도와 비교해 볼 때 발행 종수는 9.7% 감소, 발행 부수는 20.7% 감소했다. 2011년 발행 종수는 4만4036종, 발행 부수는 1억955만227부다.

 출판계 관계자는 "이번 사재기 사태가 출판계에 뼈 아픈 일이지만 이를 계기로 건전한 유통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방치하면 출판계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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