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태백서 가장 부지런한 택시기사 이홍렬씨

【태백=뉴시스】홍춘봉 기자 = 강원 태백시 동원운수 소속 이홍렬(50)씨는 태백지역에서 가장 별나면서도 부지런한 택시 운전기사다. 사진은 지난 25일 태백산도립공원 택시승강장에서 핸들을 잡고 있는 이씨 모습. 2013.08.29. [email protected]
이씨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택시 기사는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른 아침 영업 시작부터 승객에게 최대한 친절하고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모시겠다는 각오로 핸들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항상 군용 조끼 스타일의 복장에 호각, 맥가이버 용품, 등산용 밧줄과 소형 손전등을 조끼에 휴대한 채 운행하고 있는 그는 승객들에게 ‘맥가이버’같은 만능 엔터테인먼트로 통한다.
올해로 택시 운전경력 16년의 베테랑이 된 그는 회사에서 단골 고객이 가장 많고 가장 많은 거리를 운행하는 탓에 연료비 환급도 가장 많이 받는 ‘3다(多) 기사’로 알려졌다.
그는 “택시 영업이 갈수록 힘들고 열악하지만 택시기사 직업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며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택시기사 이미지를 간직하기 위해 항상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태백산도립공원 택시승강장에서 그를 만나 최고 택시기사의 애환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구감소와 불경기 등으로 택시영업이 무척 힘들다고 하던데.
“맞는 말이다. 지난 2008년 10월 한보탄광이 폐광하고 택시 영업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나도 탄광에서 10여년 근무했지만 술을 마시면 광부들은 기분이 좋아진다. 당연히 과거에는 택시 타는 사람이 많았는데 폐광으로 광부가 줄면서 택시 영업도 힘들어졌다. 특히 자가용 승용차가 대폭 늘어나고 대중교통 수단이 발달하는 상황에 태백시의 경우 인구가 반토막 났다. 당연히 상당수 택시기사들은 사납금 채우기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여기에 가스비도 50% 이상 오르고 법인과 개인택시 간 승객유치 경쟁이 치열해 살벌한 기분이 든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원주와 강릉 등 장거리 승객이 많아 돈벌이가 좋았다. 당시는 원주와 강릉 대학병원에 진찰이나 치료를 위해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이 많았다. 1시간 가량 병원에서 기다리다 다시 택시로 왕복하는 승객들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시외버스도 좋아지고 자가용이 워낙 많이 늘어나 그런 손님은 거의 없다. 과거에는 밤늦은 시간까지 술집이 흥청됐다. 그러나 지금은 늦은 시간에 술 마시고 귀가하는 승객이 대폭 급감했다.”
-단골 승객도 많고 태백에서 운행거리가 가장 많은 비결은 무엇인가.
“차별화라고 생각한다. 우선 마음자세다. 보통 택시기사는 몇 달 일하다 다른 직업을 택하려는 사람이 많다. 당연히 직업에 대한 애정도 없고 택시기사 직업을 창피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여럿이더라. 나는 직업에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다. 직업에 긍지를 갖다보니 자연히 승객들에게 친절하게 되고 승객은 왕이라는 생각으로 핸들을 잡는다. 보통 나는 동료들과 식사를 함께 하지 않는다. 승객이 하차한 뒤 곧바로 승객이 이어지는 사이클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식사 약속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면 ‘승객 리듬’이 깨져 사납금을 채우기도 힘들게 된다. 그렇게 부지런히 운행하다 보면 오후2시께 손님이 끊긴다. 그때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나는 다른 택시기사와 차별화를 위해 고민하다가 복장 차별화를 하게 됐다. 택시에서 군복과 비슷한 조끼를 단정하게 입고 있으면 대부분 승객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 복장이 특이하다는 말부터 입은 옷이 군복이냐 호기심어린 말로 관심을 나타낸다.
그러면, 감사합니다! 손님, 차별화를 위해 이런 복장을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대다수 승객은 목적지에서 하차하면서 명함을 달라고 한다. 어떤 할머니 승객에게는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 옮겨주기도 하고 승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댓가는 없지만 보람도 있고 승객이 감사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기분도 좋다. 그러면서 단골 승객이 늘어나게 됐다. 이른 아침 고랭지 채소 유통업을 하는 단골 승객이 태백에서 석포까지 5시간 넘게 장시간 이용했다. 오늘도 사납금 채우는데 지장을 없을 전망이다.”
-거주는 정선군 고한읍에 하면서 직장은 태백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16년 전 택시운전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정선군 남면의 법인택시에서 일을 시작했다. 나름 열심히 했고 안정을 찾아가던 어느 날 문제가 생겼다. 모처럼 쉬는 날인데 택시회사 사장이 회사로 부르더라. 그런데 자신의 집 정리와 청소 등을 시키는데 완전 머슴 부리듯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사장에게 따지자 회사를 그만두라고 하더라. 당신이 아니라도 일할 사람이 줄을 서 있다는 투다. 그리고 태백의 동원운수로 옮겨 14년째 다니고 있다. 지난 1999년 12월 태백 12.12사태 당시 동료들과 태백선 열차선로에 누웠다가 검찰에 불려가 혼나기도 했다.
당시 검사가 ‘당신은 정선사람인데 왜 태백에서 데모에 가담했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동료들이 지역을 살리자며 함께 투쟁하는데 태백에 살지 않는다고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어 동참했다고 하니 고객을 끄덕이더라. 고향이 경남 거창인데 군생활을 마치고 먹고 살기 위해 1978년 강원도 탄광촌에 들어왔다. 고한 정동탄광에 입사했고 채탄광부로 15년을 근무했다. 숱한 동료들이 탄광사고로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햇볕을 보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택시운전면허를 땄다.
이제는 택시운전을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핸들 잡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런 각오로 근무해서 그런지 사납금이 부족한 날이 없고 항상 몇 만원은 더 챙기게 되더라. 사고 나지 않게 안전하고 기분 좋은 운행을 하니까 매일매일 행복하다. 특히 쉬지 않고 승객이 끊이지 않는 날은 밥을 굶어도 기분이 좋다. 비가 오는 날은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고 하지만 승객이 더 많아져 돈벌이가 많아진다. 쾌청한 날씨는 승객이 감소하지만 그런 날도 더 없이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1년 365일 웃지 않는 날이 없다.”
-택시운전을 하다보면 별난 에피소드가 많다고 하던데.
“맞는 말이다. 다섯 시간 이상 소요되는 장거리 운행을 한 뒤 돈이 없다고 마음대로 하라는 승객도 있고 은밀하게 유혹하는 여자 승객도 있었다. 어떤 승객은 아예 파출소로 데려다 달라고 하면서 돈이 없다고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승객도 경험했다. 그런데 답답하고 억울한 일은 경찰관이 무임승차로 벌금 스티커를 당사자에게 발부하지만 택시 기사는 돈 한 푼도 받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간혹 어떤 경찰관은 그런 승객을 엄하게 꾸짖으며 택시를 이용했으면 돈을 내라고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경찰관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며칠 전 저녁시간에 전화가 왔다. 그 전날 택시를 이용했다는 승객인데 자신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주차된 차량을 치고 도주했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더라. 그래서 뺑소니는 처벌이 엄하다, 그러니 술을 마신 상태에서도 두려워 말고 경찰에 자수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알려줬다. 그랬더니 다음 날 고맙다고 연락이 왔다. 얼마 전에도 여자 승객이 장거리를 간 뒤 돈이 없다며 자고 가라고 엉뚱한 말을 하더라. 마음을 독하게 먹고 그랬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 중학교와 고등학교 다니는 남매의 학비도 못 내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인데 돈을 받지 못하면 나는 영업을 망치게 된다. 제발 살려 달라고 했더니 마지 못해 택시비를 주더라.“
-지금 태백은 황지연못 확장논란으로 시끄럽다.
“대부분 택시 기사들이 연못 확장을 찬성하는데 나는 더 찬성한다. 생각해봐라, 태백은 관광도시라고 자랑하고 있다. 태백의 택시 기사들은 겨울철에 태백산으로 먹고 산다. 또 사철 태백산 등반객이 가장 많다. 시내에서도 황지연못은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시민들이 편안하게 쉬고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를 제대로 만드는 것은 태백시가 잘 하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하는 사람은 지금은 확장 시기가 아니라는 논리를 말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것 저것 따지면 아무 것도 못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생각한다.
몇 사람이 반대하고 큰 소리를 친다고 해도 반드시 연못은 화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문제로 갈등을 빚는 일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황지연못이 제대로 정비되면 관광객은 물론 인근의 고한사북에서도 주민들이 많이 찾을 수밖에 없다. 시내 중심지에 이런 곳이 어디 있나. 맑고 깨끗한 물이 콸콸 쏟아지고 숲이 우거진 황지연못에 가끔 들리면 마음이 편해진다. 제대로 손을 보면 황지연못은 외지 관광객을 훨씬 많이 찾아 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관광도시가 관광명소를 제대로 만드는데 이를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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