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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립 잡기노트]천마·신마·용마…웰컴, 진짜 갑오년

등록 2014.01.20 09:02:27수정 2016.12.28 12: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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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404>  ‘신라 6부의 조상들이 각기 자제를 데리고 알천 언덕에 모여서 백성을 다스릴 덕있는 임금을 세우려고 의논을 하고 이에 높은 곳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니 양산 아래 나정 옆에 이상스러운 기운이 땅에 비치더니 거기에 백마 한 마리가 꿇어 앉아서 절하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에 찾아가 보니 붉은 알이 있었고 말은 사람을 보자 길게 울다가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그 알을 깨니 단정하고 아름다운 동자가 나왔다. 이 아이를 동천에 목욕을 시키니 몸에서 광채가 나고 새와 짐승이 따라 춤추며 일원이 밝아졌다. 그래서 혁거세(赫居世)라 했다.’ (삼국유사 권1 ‘신라시조 혁거세왕조’)  문화부장 reap@newsis.com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404>

 말띠해에는 띠타령이 별나게 심하다. ‘말띠 여자 팔자 세다’라는 속담이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조선의 왕비 중에는 말띠가 많다. 왕실이 사주팔자를 따질 줄 몰라서 말띠를 왕비로 간택했을까.

 말띠의 고약한 속신이 우리나라에 토착된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다. 말해에 태어난 사람은 기질이 세고, 이 띠해에 여자가 시집을 가면 남편을 깔고 앉아 기세를 꺾으므로 말띠 태생 부인을 경원하는 습속이 일본에 있다.

 우리나라는 말을 기피하지 않았다. 말에게 간단히 제사를 지내고 찬을 줘 숭상하는 정월 상오일(上午日) 세시풍속이 보기다. 장을 담그는 날이기도 하다. 말이 좋아하는 콩이 장의 원료이고, ‘맛있다’의 ‘맛’과 ‘말’의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유감의 원리로 맛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말날(午日)에 장을 많이 담근다.

 천연두를 앓은 뒤 13일 만에 두역신(痘疫神)을 전송할 때 베푸는 배송(拜送)굿에서 실마(實馬) 또는 추마(芻馬)를 등장시켜 마부로 하여금 두신을 모시고 나가게 하는 무속제의도 있다.

 한국인은 말을 상서로운 메신저로 대하기도 한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하늘을 나는 천마, 흰 백마, 두 마리의 쌍마, 용과 같은 기상의 용마가 길하다. 천마는 몸에 빛나는 양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비상하면서 천상과 지상을 자유롭게 다니며 신과 인간을 연결한다. 백마의 흰색은 광명, 즉 태양의 상징이요 남성의 원리다. 백마는 신성, 서조, 위대함의 특이한 관념을 지니고 있다. 신랑이 백마를 타고 장가를 들고,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시대와 사회를 구원한다. 한 마리보다 두 마리의 쌍마가 더욱 힘차고 길하다. 애기장수가 태어날 때는 운명을 같이할 용마가 세상에 같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말은 왕, 장수와 깊은 관련이 있다. 명마를 알아보는 눈과 말을 다루는 솜씨는 왕으로서의 자질이나 능력과 직결된다. 훌륭한 장수가 태어나면 어디에서인가 명마가 함께 태어나고 장수가 죽으면 말도 함께 죽는다. 명장 뒤에는 명마가 항시 따라 나온다.

 경주 황남동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는 유명하다. 백화수피(白樺樹皮)로 된 장니(障泥)에 하늘을 나는 백마가 그려져 있다. 주인공을 태우고 저 세상(하늘·冥界 天界 光明界)으로 훨훨 날아가기를 바라는 계세(繼世)사상의 표현이다. 피장자에게 드리는 공헌적 부장이기도 하다.

 고구려 고분벽화 가운데 개마총의 개마도는 말 앞에 ‘총주착개마지상(塚主着鎧馬之像)’이라고 묵서(墨書)가 돼 있다. 주인공이 말을 타고 있는 그림이라는 뜻이다. 천 관장은 “주인공의 혼이 말을 타고 있어 사람을 그리지는 않았으며, 이 특수한 성장마(盛裝馬)는 영혼을 천상으로 모시기 위한 말이다. 피장자인 주인공의 영혼을 태우고 영계를 왕래하는 천마일 것”이라고 해석한다.

 조선시대로 오면 죽안마(竹鞍馬)가 영혼을 천상으로 인도한다. 왕이나 왕비의 장례식 때 쓰인 인조 말이다. 다리는 나무, 몸체는 대(竹)로 만들고, 눈과 갈기·꼬리·안장까지 갖췄다.

 천 관장은 또 “한국의 건국신화에서는 말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동부여의 금와왕, 고구려의 주몽, 신라의 혁거세 등 국조의 탄생신화에 말이 등장한다. 말은 성인의 탄생을 알리고 암시해 주는 예시적 동물”이라고 특기한다.

 ‘신라 6부의 조상들이 각기 자제를 데리고 알천 언덕에 모여서 백성을 다스릴 덕있는 임금을 세우려고 의논을 하고 이에 높은 곳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니 양산 아래 나정 옆에 이상스러운 기운이 땅에 비치더니 거기에 백마 한 마리가 꿇어 앉아서 절하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에 찾아가 보니 붉은 알이 있었고 말은 사람을 보자 길게 울다가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그 알을 깨니 단정하고 아름다운 동자가 나왔다. 이 아이를 동천에 목욕을 시키니 몸에서 광채가 나고 새와 짐승이 따라 춤추며 일원이 밝아졌다. 그래서 혁거세(赫居世)라 했다.’ (삼국유사 권1 ‘신라시조 혁거세왕조’)

 천 관장은 “이상한 기운이 땅에 드리웠다(異氣如電光垂地)는 이야기에서 백마는 하늘과 땅 사이를 수직으로 왕래하는 말이다. 하늘을 나는 천마, 백마다. 천마총의 백마와 일치한다. 백마는 최고 지위의 군주인 조상신이 타는 말”이라고 풀이한다.

 멋진 선구자(先驅者), 말을 탄 행렬의 맨 앞에 선 사람이다. 2014 말띠해는 1월31일 설날 또는 2월4일 입춘부터다.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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