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미세먼지가 뭐죠?'…베이징 시민들이 생각하는 대기오염은

총 연장 1.2km, 폭 30~50m에 이리는 이 거리의 이름은 예전에 왕족(王族)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졌단다.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거리 쯤된다는 이 곳은 영상 19도의 따뜻한 날씨에 전날 내린 비로 인해 유례없이 청명한 하늘이 더해지면서 평일임에도 수만명의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베이징은 중국의 심장부 같은 곳이지만 대외적으로는 대기오염이 극에 달한 도시로 알려졌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평소 같으면 200m앞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만큼 도시가 매연으로 뒤덮여 있다.
2000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자동차와 합비·산시성·요녕성·산동성 등 주변도시에 줄지어 선 공장 굴뚝, 여기에 대부분의 가정집에서 여전히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석탄이 이 매연을 만들어낸다.
통상 대기오염도를 말할 때 PM2.5라는 초미세먼지 측정치를 사용한다. PM 2.5는 지름이 2.5㎛이하의 초미세먼지가 1㎥에 몇 개나 되는지를 의미하는 수치다.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치는 25㎛/㎥인데 지난해 베이징은 연 평균 농도가 120㎍/㎥이 넘었다. 스모그 발생일수도 140일이나 됐다.
초미세먼지는 호흡기에 침투해 폐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혈관으로 흡수돼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을 일으킨다.
베이징의 매연문제는 비단 이 지역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정확한 연구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중국 대도시들의 매연은 서해를 건너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지역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이 하루 일정으로 베이징을 찾아 왕산순(王安順) 베이징시장과 양 도시간 협력관계 구축을 골자로 한 '대기질 개선 공동합의문'을 발표한 것은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박 시장의 이날 방문은 대기질에 유독 관심이 많은 서울시민으로부터 적지않은 관심을 받았다.
그렇다면 베이징 시민들은 자신들의 도시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현지 중국동포 가이드 허건화씨는 "4월까지는 바람이 자주 불어 대기오염 물질이 날아가는데 5월이면 바람도 잦아들고 여기에 꽃가루까지 섞이면 심각해진다"며 "특히 겨울철이면 석탄을 때 난방을 하는 집들이 많아 대기질이 더 나빠진다"고 설명했다.
남편, 그리고 딸과 왔다는 영어명 아니타(29)씨.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2시간 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는 서안에서 왔다는 그는 대기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이제 3살 된 딸아이 때문이다.
아니타씨는 "대기문제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은 베이징올림픽때부터였다"며 "이전에는 딸아이가 그렇지 않았는데 기관지 때문에 병원에 자주 간다. 아이 반 친구들도 스모그로 인해 기관지가 아파 힘들다. 딸아이는 건강이 좋은 편이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날 만난 대다수 베이징 시민들은 대기오염에 대해 대부분 초보적인 지식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스모그 정도의 단어는 인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최근 큰 주목을 받고있는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에 대해서는 개념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봄철이면 서울 어느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른바 '황사마스크족'은 100명당 1~2명 수준에 불과했다.
10년째 왕부정 거리 청소를 책임지고 있다는 왕만인(42)씨는 "금방 끝난 인민회의에서 스모그 개선을 위해 중국정부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며 "베이징은 주변에 공장이 많은데 관리를 잘 해주면 환경오염문제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시 이 거리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40대 중반의 여성은 "정부를 믿고 있고 잘 해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금 농구를 마친 듯 땀이 배어있던 대학생 3명. 베이징 시내 대학에 재학중이라는 양모(20)씨와 동갑내기 친구 2명은 '운동할 때 매연 때문에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젊다, 습관이 돼 괜찮다"고 태연히 말했다.
다만 대기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도시간, 국가간 공동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왕부정 거리를 찾은 류모(23)씨는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는 "평소보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황사도 그렇고 해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모그 때문에 여러 문제가 있는데 아침마다 기관지에 이상을 느낄 정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류씨는 "환경문제는 중국을 떠나 세계적으로 같이 노력해야 하는 생각"이라며 "자동차 매연을 줄이고, 전기자동차 사용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위 중국발(發) 매연이 동북아 지역 대기오염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국이나 일본은 우리 입장에서는 작은 규모이며 대기오염도 작을 것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규모다. 인구도 제일 많다보니 환경오염이 더 있지 않겠는가"라며 "모든 책임을 중국에 돌리는 것은 무리이다. 중국도 각 성(省) 별로 차량 5부제를 실시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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