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두, 이청준 소설을 그리다 ‘고향 읽기’

소설가 이청준(1939~2008)의 소설에서 존재적 삶은 ‘나무’가 상징하는 붙박이 삶이고 관계적 삶은 ‘새’가 상징하는 떠돌이 삶이다. 새 중에서도 ‘빗새’는 비 오는 날 편안히 깃들 둥지조차 없는 새다. 고향을 떠나 정처를 읽고 떠도는 사람을 나타내는 이런 빗새들은 귀향을 통해 젖은 날개를 말리고 다시 날아오를 힘을 얻는다.
화가 김선두(56)는 이런 이청준의 산문과 소설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서울 소공동 롯데갤러리 본점에 전시했다.
‘이청준 김선두의 고향 읽기’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는 전시에는 이청준의 산문과 소설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린 김선두의 대표작과 신작 40여 점이 나왔다. ‘사라진 밀실을 찾아서’ ‘그와의 한 시대는 그래도 아름다웠다’ 산문집에 수록된 ‘유년의 산을 다시 탄다’ ‘선학동 나그네’ ‘고향풍경 나누기’ 등 이청준의 유년시절, 고향을 향수하는 다양한 산문 등을 새롭게 해석한 신작 16점이 포함됐다.
‘눈길’과 ‘서편제’ 등 이청준 소설의 모티브를 즐겨 그린 김선두는 이청준과 30여 년간 전시와 출판을 함께 하며 친분을 쌓아왔다. 특히 둘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고향 남도를 산문과 그림을 바탕으로 담아온 공통분모가 있다.
김선두에게 ‘이청준의 글을 읽는 것’은 ‘고향에 가기’ ‘고향길 걷기’와 같다. 김선두는 이청준의 ‘눈길’을 여러 번 그림으로 그렸고 병풍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는 “병풍은 펼쳐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구부려놓고 걸어가면서 보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하나가 네모난 구도 속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큰 전체로 연결되는, 마치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네모난 차창으로 보는 풍경의 끝없는 유혹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느린 선의 미학을 통해 우리네 삶의 본질을 찾아가는 것이 내 그림이다. 나의 그림길엔 항상 느린 선의 꿈과 노래, 그리고 사랑의 마음이 함께한다.”
전시장에는 이청준이 생전 고향을 주제로 쓴 수필과 소설 등의 인용구와 육필원고, 타자기, 재떨이, 필통 등 유품도 있다. 생전 모습을 담은 다양한 사진기록물도 볼 수 있다. 전시는 28일까지 열린다. 02-726-4456
유상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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