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살인을 단순병사로… 충북경찰 뒤늦게 허둥지둥
초동수사 부실이란 경찰의 고질병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은 21일 오후 3시 벌어졌다.
증평군 증평읍의 한 마을 주택에서 B(80·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아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괴산경찰서 경찰관들은 증평의 한 병원에서 발급한 검안서를 근거로 사건을 단순 병사로 마무리했다.
유족은 단순 자연사라는 경찰의 말만 믿고 지난 23일 장례까지 마쳤다.
그런데 사건 현장 방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전혀 다른 상황이 찍혔다. 한 남성이 집에 몰래 들어와 B씨의 목을 조르고, 시신을 추행까지 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단순 병사가 아닌 살인사건이었던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 CCTV는 경찰이 아닌 유족이 발견했다. 장례를 마친 유족은 고인이 언제 어떻게 사망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CCTV를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의사의 검안서만 믿고 방에 설치된 CCTV는 확인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사망 경위를 확인한다며 CCTV 저장장치를 가져갔지만,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셈이다.
유족이 장례 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노모의 억울한 죽음은 영원히 묻힐뻔했다.
유족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들은 경찰은 뒤늦게 CCTV 녹화 영상을 확인한 뒤 인근 마을에 살던 50대 남성을 살인과 사체오욕 혐의 등으로 긴급체포했다.
살인범은 경찰이 녹화 영상을 확인한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검거됐다. 살인사건을 단순 병사로 처리한 '얼빠진' 경찰 대신 유족이 진범을 밝혀낸 셈이다.
노모의 억울한 죽음을 그냥 넘기려 했던 경찰의 부실 수사에 유족들은 오열하고 있다.
유족들은 "당시 CCTV만 확인했어도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겠다"며 "더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괴산경찰서 관계자는 "현장에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불찰"이라며 "당시 시신이 많이 부패해 의사 검안서를 바탕으로 자연사로 판단해 CCTV 영상은 확인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