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 계란, 캡사이신, 감금...폭력 부르는 '소통의 실패'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이화여자대학교가 '미래라이프 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설립을 철회한 3일 오후 일주일째 이대 학생들이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학생이 미라대 설립 철회와 관련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2016.08.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현섭 이혜원 기자 = 지난달 28일, 이화여대 학생들은 교직원 8명이 있던 본관 소회의실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옮겨진 여교수 등 3명을 제외한 대학평의원들은 문밖을 지키고 있는 학생들로 옴짝달싹 못하게 됐다.
학교 측 신고로 출동한 경찰 1600명에 의해 건물에서 나오기 전까지 이들이 회의실에 갇힌 시간은 무려 46시간이다. 경찰은 '감금' 혐의로 학생들을 입건하기에 이르렀다.
평생교육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미라대) 설립 반대로 시작된 '이대 사태'가 9일을 기해 13일차를 맞았다.
본관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교수와 교직원을 감금해 학생들이 형사입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탓에, 학교의 '미라대 백지화' 발표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총장을 상대로 경찰 수사를 중단해주도록 요구하며 농성을 종료하지 않고 있다.
공동체내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런 불법 혹은 과격 행위가 동반되는 경우는 우리 사회에서 사실 다반사다.
지난달 28일 화해·치유 재단 출범 기자회견에선 김태현 이사장과 일행 2명에게 신모(21)씨가 돌연 캡사이신을 뿌렸다.
화해·치유 재단은 지난해 말 한일 위안부 합의 후속 조치로 일본 정부가 기금 10억엔을 출연해 설립한 재단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시민단체는 "재단은 피해자에 대한 모독"이라며 재단 설립해 반대해왔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김태현 이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바비엥2 그랜드볼룸에서 ‘화해 치유 재단’ 출범 이사장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자리를 나서며 30대 남성이 뿌린 호신용 캡사이신(빨간원)을 맞고 괴로워하고 있다. 2016.07.28. [email protected]
신씨는 "특별히 가입된 단체가 없고 화해·치유 재단 출범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겐 적대행위란 사실을 알리고 싶어 개인적으로 행동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집단으로 거친 물리력 행사를 벌인 사례도 얼마 전에 있었다.
지난달 15일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북 성주 배치와 관련해 주민을 설득하러 현장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는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물병과 계란을 맞았다.
황 총리는 이날 오전 경북 성주군청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여러분들에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 번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북한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핵 도발을 쓰고 있다. 국가로선 이에 대해 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황 총리에게 물병을 투척하고 욕설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주민들은 "북한 핑계 대지 마라" "물러가라" "사드 배치 결사반대" "네가 여기 살아라" "책임져라" "입만 열지 말고 행동을 해라"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다 급기야 황 총리에게 물병과 계란을 던진 것이다.
격앙된 주민들을 뒤로한 채 상경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지만 주민들이 버스를 에워싸고 농성하는 과정에서 황 총리는 7시간가량 발이 묶였다가 경찰의 호위 속에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실상 문제 해결에 거의 도움이 안 되는 이 같은 충돌은 왜 자꾸 빚어지며 어느 쪽의 탓일까?

【성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15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주차장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주민 설득에 나선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주민들이 물병과 계란을 던지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2016.07.15. [email protected]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단으로 행동하다 보면 감정이 고조돼 행동이 거칠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이대 감금 사태가 사전에 계획해 준비된 게 아니라면 학교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앙돼 행동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갈등은 상호적이다. 폭력이 평화적인 해결에 장애가 된다는 점에서 피해야 한다지만, 폭력이 표출됐을 때 왜 그렇게 나왔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대생과 성주군민 사례 모두 학교나 정부 등 압도적인 힘을 가진 쪽이 당사자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정책을 결정해서 문제가 된 것"이라며 "성주군민의 경우 생명이 걸린 사안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점잖은 행동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시위의 폭력화가 공감을 얻긴 어렵지만 일방적으로 매도하긴 어렵다"라며 역시 갈등의 상호성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폭력에는 공동의 책임이 있다. 이대 사태의 경우에는 총장의 리더십이 부족해서 생겼다고 판단된다"며 "이해관계 당사자 중 하나인 학생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총장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논의는 민주주의 운영의 기본 원리"라며 "시위에 잇따라 폭력이 수반되는 건 이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상 징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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