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車전장사업 속도…'테슬라 대항마' 루시드모터스와 손잡아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삼성이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최근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Harman)을 80억 달러(약 9조3760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테슬라 대항마' 루시드모터스(Lucid Motors)와도 손을 잡았다.
루시드모터스는 2007년 설립된 '아티에바'가 본격적인 전기차 생산 및 판매를 위해 사명을 바꾼 것으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테슬라 대항마'로 불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가 오는 2018년부터 양산하는 하이엔드급 스포츠 세단에 탑재되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루시드모터스가 개발 중인 하이엔드급 스포츠 세단은 1000마력을 발휘하고 한 번 충전에 644㎞를 달릴 수 있다. 제로백(시속 100㎞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2.5초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루시드모터스는 지난주 7억 달러(약 8141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 카사그란데에 연산 1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발표한 바 있다.
삼성SDI가 공급하게 될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 출력, 수명, 안전성 면에서 성능이 우수하고, 전기차 충전 환경에 적합하도록 잦은 급속 충전과 방전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가 루시드모터스에 공급하게 되는 배터리는 지름 21㎜, 높이 70㎜의 '21700' 배터리로 기존 18650(지름 18㎜, 높이 65㎜) 제품에 비해 용량이 약 50% 증가됐다.
특히 셀을 엮어 팩으로 제작할 시 원가를 대폭 절감할 수 있어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의 표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피터 롤린슨 루시드모터스 최고기술경영자(CTO)는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은 배터리"라며 "고용량 배터리를 선도하는 기술적인 역량과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을 제공해줄 수 있는 배터리 업체로 삼성SDI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로린스 CTO는 지난 2일 삼성SDI의 천안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안정적 배터리 공급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을 진행했다.
당시 로린스 CTO는 "분당 200개 셀을 생산할 수 있는 고속라인에서 이처럼 완벽한 품질관리가 된다는 것이 놀랍다"며 "삼성SDI의 원형 배터리는 지금까지 우리 회사가 테스트해본 배터리 셀 가운데 가장 균형 잡힌 셀"이라고 평가했다.
◇스마트카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추진
앞서 삼성전자는 향후 10년 내에 '스마트폰'이 저물고 '스마트카'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는 삼성은 스마트카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노리고 있다.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공급사슬을 계열사로 구성하는 수직계열화는 원가 절감과 안정된 부품공급, 신기술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만 인수 역시 이같은 포석을 위한 일환으로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완성차 업계의 티어1(1차 협력사)이 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하만은 커넥티트카와 오디오 분야 전문기업으로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보안, OTA(무선통신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솔루션 등의 전장사업 분야 글로벌 선두 기업이다.
지금까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전장사업을 준비해 온 삼성전자는 하만을 인수함으로써, 전장사업분야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최고경영자)는 "프로세서, 메모리, 디스플레이, 유저 인터페이스, 5G 커넥티비티 등에 대한 삼성의 기술과 하만이 만나면 단번에 업계 1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는 인포테인먼트시스템 개발,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삼성전기는 차량용 충전기, 삼성SDI는 차량용 배터리를 공급해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루시드모터스가 이번에 삼성SDI와 손잡은 것도 이같은 시너지 효과를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루시드모터스 입장에서는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부터 배터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여러 분야에서 협업을 할 수 있는 삼성과 한 배를 타는 것이 원가절감 등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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