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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함께한 팽목항, 두 개의 이름 갖게 된 배경은

등록 2017.04.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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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뉴시스】류형근 기자 = 인양된 세월호 목포 항해를 하루 앞둔 30일 오후 기다림의 항구였던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등대에 세워진 조형물 뒤로 노을이 지고 있다. 팽목항의 가족대기실 등 컨테이너 시설물은 세월호와 함께 목포신항으로 옮겨지며 조형물은 영구 보관될 예정이다. 2017.03.30.  hgryu77@newsis.com

【진도=뉴시스】류형근 기자 = 인양된 세월호 목포 항해를 하루 앞둔 30일 오후 기다림의 항구였던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등대에 세워진 조형물 뒤로 노을이 지고 있다. 팽목항의 가족대기실 등 컨테이너 시설물은 세월호와 함께 목포신항으로 옮겨지며 조형물은 영구 보관될 예정이다. 2017.03.30.    [email protected]

【진도=뉴시스】신대희 기자 = 4년 전 항구 명칭이 바뀐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리의 '진도항'은 왜 여전히 '팽목항'으로 불리고 있을까?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는 진도항을 두 개의 이름을 가진,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항구'로 만들었다.

 2일 진도군에 따르면 군은 2013년 2월 남해안권 발전 종합계획 선도사업으로 선정된 팽목항을 지명도와 상징성이 높은 진도항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방파제 옆에는 '진도항'이라고 적힌 안내판까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진도항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팽목항'으로 불리고 있다.

 2014년 4월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 때문이다.

 탑승객 476명 중 구조된 172명이 '진도항'을 거쳐 진도체육관으로 이동했는데, 언론이 해경과 소방본부, 진도 주민들에게 확인해 최초 보도한 항구의 명칭이 그때까지 입에 익숙했던 '팽목항'이었다.

 뒤늦게 진도군이 나서서 '팽목항이 아닌 진도항'이라고 바로 잡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팽목항'으로 각인된 상태였다.

 희생자들의 시신이 이 곳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팽목항에는 희생자 가족, 수습본부, 취재진, 자원봉사자 등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국민의 눈과 귀도 팽목항으로 향했다. 탑승객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염원이 이 항구로 모였다.

 하지만 기적을 애타게 기다리던 국민과 가족들의 바람은 팽목항으로 옮겨진 시신 앞에서 처참히 무너졌다.

 무능한 재난 관리 시스템과 언론의 오보가 더해져 안타까움, 허탈, 분노 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진도=뉴시스】추상철 기자 = 인양된 세월호 선체의 목포신항이동이 임박한 30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이 구름이 걷히며 맑은날씨를 보이고 있다. 2017.03.30.  scchoo@newsis.com

【진도=뉴시스】추상철 기자 = 인양된 세월호 선체의 목포신항이동이 임박한 30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이 구름이 걷히며 맑은날씨를 보이고 있다. 2017.03.30.  [email protected]

 수습 과정에 주검으로 돌아온 295명의 가족들은 목 놓아 오열하다 팽목항을 떠났다.

 하지만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은 피해자 중에서도 가장 소외된 채 팽목항을 1080일 동안 지켜왔다.

 팽목항에는 "9명 모두 집으로 돌아가자"는 간절한 기도가 이어졌고, 지난 3년의 기억과 기록이 조형물과 노란 리본 등으로 새겨졌다.

 국민의 염원과 수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이 더해져 1073일만에 세월호가 인양됐고, 이날 세월호가 목포 신항으로 옮겨지면서 멈춰있던 팽목항의 시간도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이처럼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해 온 팽목항에는 지난 3년간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항구', '통곡의 항구' 등 많은 이름이 붙여졌다.

 진도군 관계자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함께 해오면서 진도항이 아닌 팽목항으로 알려진 것 같다"며 "수사적으로도 진도항보다는 팽목항이 '아픔을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진도항 개발사업소 관계자도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진도항이라는 새 이름이 자리 잡을 새도 없이 팽목항으로 불렸다"며 "언론도 팽목항으로 보도하다보니 인식이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팽목(彭木)이라는 마을 이름에는 두 가지 설이 얽혀 있다고 한다.

 이 바닷가 마을에 팽목구미라는 나무가 많아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과 팽목리에 속한 도리섬에 팽나무가 많아서 팽목(彭木)이란 이름이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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