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예측 사이트의 사기극…'당첨 예상번호'로 86억 꿀꺽

로또 당첨 번호 예측할 수 있는 필터링·기술력 없어
로또 예측 프로그램 특허출원 등 허위 광고도 버젓이
경찰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당첨률 높일 수 없어"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위조한 1~2등 로또복권, 가짜 당첨 후기, 무료 조합 프로그램으로 로또 당첨 번호를 제공한다고 속여 수십억원을 받아 챙긴 로또 예측 사이트 운영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로또 예측 사이트 운영자 유모(45)씨 등 12명을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유씨 등은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위조한 1~2등 로또복권, 가짜 당첨 후기, 무료 조합 프로그램으로 로또 당첨 번호를 제공한다고 속여 1만9803명으로부터 모두 86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4개의 로또 예측 사이트를 운영한 유씨는 회원 2327명에게 로또 1등 당첨 예측 번호를 제공하고 2년내 미 당첨시 구매 비용까지 환불해 주는 조건 등으로 회원을 모집해 55만~660만원 상당의 가입비를 받는 등 모두 49억원 상당을 가로챘다. 이 가운데 50% 이상이 부당수익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가입비 120만원 이상인 VIP등급을 비롯해 금액이 높을수록 당첨 확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회원들을 속였다. 그러나 온라인 상 무료 배포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든 로또 예측 번호를 등급 구분 없이 무작위로 발송했다.
유씨의 로또 예측 사이트 프로그래머 황모(45)씨는 회원들에게 발송한 번호 조합이 당첨되지 않자 유씨 지시를 받아 포토샵을 이용해 낙첨된 영수증 번호를 오려붙이는 방법으로 위조해 당첨 영수증으로 둔갑시켰다. 또 허위 당첨후기와 함께 팝업창과 당첨인증 게시판에 게시함으로써 회원들에게 제공한 예측조합이 신뢰성이 있는 것처럼 속였다.

이들 업체들은 당첨 예측 번호를 만드는 고유의 분석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고 광고했지만 특별한 필터링이나 기술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연속숫자조합(1,2,3), 소수조합(2,3,5), 이전 당첨조합 등을 배제하고 남은 조합을 랜덤 방식으로 번호를 만들었다.
일부 업체는 온라인상 무료 배포되는 로또조합 프로그램을 통해 무작위로 당첨 예측 번호를 만든 뒤 무료회원, 수백만원 상당의 고가 유료상품을 구매한 회원들과 구분 없이 예측번호를 배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1등이 배출되는 업체는 회원이 많아 그만큼 표본 집단이 커져 당첨이 나오는 것일 뿐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당첨율을 높일 수 없다"며 "매회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이라고 말했다.
운영자들은 또 홈페이지에 포토샵 등으로 위조된 1~3등 당첨 영수증을 게시하고 마치 당첨자인 것처럼 허위 당첨후기를 게시해 회원들을 속였다. 이들은 20~30명의 텔레마케터를 고용, 검증되지 않은 예측 프로그램으로 확실한 당첨 확률을 제공하고 허위 당첨 사실을 고지해 회원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일부 업체는 로또 1~2등에 당첨된 사실이 없음에도 아르바이트를 고용, 허위 당첨 인터뷰 영상을 제작·광고해 예측 프로그램에 신뢰도가 있는 것처럼 거짓 광고를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숫자조합 분석', '필터링' 등 입증된 기술력으로 예상 번호를 만들고 특허취득을 했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로또예측 프로그램과 전혀 관련 없는 허위 광고로 회원들을 속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온라인 상 로또 예측 사이트가 급증하고 있어 유사 위법행위가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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