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금융계 사활건 서울시 시금고 쟁탈전 왜?

등록 2018.05.03 10:41:32수정 2018.05.03 10:55:4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내년부터 1-2금고 분리해 관리

선정결과 저녁 늦게나 나올 듯

市세입-세출 수익에 區금고 유치 유리

우리 수성전략에 신한·국민·농협 도전장

금융계 사활건 서울시 시금고 쟁탈전 왜?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연간 32조원을 굴리는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를 놓고 시중은행들이 3일 마지막 진검승부를 벌인다.

 금융·전산분야 전문가 등 민간전문가와 시의원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시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내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시금고를 운영할 은행을 지정한다.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는 대내외적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 대출·예금금리, 시민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와 시 협력사업 등 5개 분야 18개 세부항목을 평가한다. 평가 결과 각 금고별 최고 득점한 금융기관을 차기 시금고 우선지정대상 금융기관으로 선정한다.

 2014년도 금고지정 심의위가 12시간만인 오후 9시께 종료됐다는 점에서 이날 회의도 12시간을 넘길 전망이다. 게다가 올해는 복수금고제가 처음으로 도입됨에 따라 결과가 더 늦게 발표될 수 있다.

 시가 새 시금고를 지정하는 것은 시와 우리은행간 시금고 운영 약정기간이 올해 12월31일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전신인 조선경성은행 시절인 1915년부터 시금고를 103년간 운영해왔지만 수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우리은행은 1915년부터 85년 동안 수의계약 방식으로 서울시금고를 맡았고 일반 공개경쟁 입찰방식이 도입된 1999년 이후에도 20년 가까이 시금고 금고지기 자리를 지키며 독점체제를 구축해왔다.

 우리은행은 그간 서울시 소관 현금·유가증권 출납·보관, 세입금 수납·이체, 세출금 지급, 세외세출외현금 수납·지급 등 업무를 독점적으로 취급해왔지만 이번에는 자리를 뺏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공개경쟁입찰 외에 복수금고체제가 도입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시는 그동안 세수가 크고 항목도 복잡하다는 이유로 단일금고체제를 고집해 왔다. 하지만 금융권 등으로부터 '서울시만 전국 17개 지자체중 유일하게 단일금고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집중되자 복수금고 전환을 전격 결정했다.

 일반·특별회계 관리는 제1금고가, 성평등기금이나 식품진흥기금 등 각종 기금은 제2금고가 관리한다. 1금고는 수시로 돈을 넣고 빼는 입출금통장에, 2금고는 일정기간 돈을 묵혀두는 정기예금에 가깝다. 지난해 기준 1금고 운용 자금은 약 30조원이고 2금고는 약 2조원이다.

 이번 시금고 쟁탈전에는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거 출전했다.

 수성을 노리는 우리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KB국민은행·KEB하나은행·NH농협은행이 입찰 제안서를 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KB국민은행은 1·2금고에 동시 지원했다.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 2금고에만 지원했다. 1금고와 2금고에서 모두 최고점을 받으면 1개 은행이 2개 금고를 다 맡을 수도 있다.

 이들 은행은 15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거액의 출연금을 감수하고 지원했다. 시금고를 운영하게 되면 명예와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금고를 운영하면 서울시 세입·세출 등을 맡아 수익을 낼 수 있고 '수도 서울의 금고지기'라는 명예도 따라온다. 25개 자치구 금고 운영권 확보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게다가 수만명에 이르는 시 공무원과 가족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1금고와 2금고를 모두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서울시에 특화된 전산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며 수성을 자신하고 있다. 다만 채용비리 논란, 그리고 3월6일 발생한 서울시 지방세 납부시스템 전산 오류 등이 부담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경찰공무원 대출 사업권 경쟁과 자산규모 600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탓에 이번 입찰에 사활을 걸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부산과 광주 등 다른 지자체 금고를 운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시금고 확보를 시도한다.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기관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시금고 유치에 나선다.

 다만 시금고 유치가 은행 수익성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과도한 출연금,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장가보다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해야 하는 점, 기관장과 이면계약 우려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