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를 뒤로" "앞으로"…MB-검찰, '심리 순서' 신경전 왜?
MB측, 전날 재판서 "다스는 나중에 심리하자"
검찰 "사건 시간 순서대로 짠 심리 계획" 반박
법조계 "여론전 등 고려한 변론 전략" 관측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18.03.23. [email protected]
법조계에서는 변호인단이 심리 순서를 바꾸자는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흔치 않은 일"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 측 변론 전략이 '시간 끌기' '쟁점 흐리기'가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지난 3일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재판에 넘겨진 지 24일 만이었다.
준비기일에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 측으로부터 재판에서 할 주장의 요지와 입증 계획을 듣는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 측은 16가지 범죄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재판 일정을 결정할 증거 의견은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재판 증거기록은 125책에 달한다. 책 한권에 기록 500쪽이 묶여있기에 쪽수로는 6만 페이지를 훌쩍 넘는 것이다. 강훈 변호사는 "복사비에만 3000만원이 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증거 전부에 대한 의견을 내기보다는 기록 양이 적은 국가기록물법 위반, 국정원 특활비 부분을 먼저 진행하면서 일반 뇌물, 삼성 뇌물 순으로 증거 의견을 밝혔으면 한다"며 심리 순서 변경을 제안했다.
다스 관련 비자금 조성, 법인세 포탈,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를 먼저 심리할 것이라 예상했던 검찰은 "아예 다른 방식으로 하자는 것은 검토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기록 검토가 충실히 이뤄지면 재판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나온 불리한 진술을 모두 부동의하면 법정에서 신문해야 할 증인 숫자가 늘어나 재판 기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변호인단 설명과 달리 법조계에서는 이 주장에 대해 '소송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판 초반에 다스 문제에서 불리하게 전개되면 변호인단의 세가 꺾일 수 있어 쟁점을 바꾸려고 한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349억원대 횡령과 110억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4월9일 재판에 넘겨졌다. [email protected]
다른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 내용을 재판에서 언급하면 유죄 여론이 형성되기도 한다"며 "다스에서부터 검찰이 여론을 등에 업고 가기 시작하면 부담스럽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목이 덜 쏠리는 혐의부터 심리하자는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검찰에서 제시한 입증 순서가 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이 기업인 시절이었던 1980년대에 설립됐고, 비자금 횡령 의혹은 1990년대에 시작됐다. 반면 국정원 특활비나 기록물 유출 혐의는 대통령 당선 후의 일이다.
이 같은 다스 관련 혐의를 먼저 들여다 보는 것은 사건의 시간 흐름과 범죄 중대성을 고려한 통상적인 방식이다. 또한 이 전 대통령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 혐의 순서와도 일치한다.
또 다른 변호사는 "변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검찰과 재판부가 시간을 줘야겠지만 이런 식으로 부딪히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시간 순으로 심리하고 판단해야 앞에서 나온 쟁점이 뒤에 다시 나올 때 재판단을 안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재판에서 기록 검토 시간이 부족하다는 변호인 주장에 난색을 표하며 심리 순서에 대해서도 "검찰에 유리하게 한 게 아니라 시간적, 논리적 순서대로 짠 것"이라고 즉각 반박한 바 있다.
경력 30년차 한 변호사는 "법무법인 열림 소속 변호사가 대여섯명이고 이 전 대통령 사건에만 매달리고 있는데 물리적으로 시간 한계가 있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며 "기록 분량이 작은 부분을 먼저 심리하자는 건 핑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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