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언론 활용 방안 적극 논의…"VIP 관심 환기"
상고법원 '주요 언론 활용 협상 압박' 전략
언론 통한 여론 조성 및 활용 방안 검토돼
원세훈, 통상임금 등 판결 언론 동향 수집
법관 카페 등 민감한 사안 언론 보도 경계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6.01. [email protected]
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공개한 문건 가운데에서 이 같은 정황을 담은 내용이 다수 확인된다.
먼저 'VIP(대통령) 면담 이후 상고법원 입법추진전략' 문건에서는 당시 최대 현안이었던 상고법원 도입 추진과 관련해 주요 언론을 활용한 협상 '압박'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전략이 나온다.
해당 문건에서는 '언론을 통해 상고 제도 개선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입법 지연에 따른 법무부 책임론을 부각'한다면서 '언론에 의해 형성된 여론이 BH(청와대)에 유입돼 VIP 관심 환기시키는 부차적 효과도 기대'라는 등의 내용이 다뤄지고 있다. 언론을 이용한 여론 조성으로 당시 상고법원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케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건에서는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설명하면서 '메이저 언론사 활용'의 예로 '조선일보 1면 기사'를 들고 있다. 아울러 '주요 국가 현안으로 부상'시킨다는 등 언론기사의 전체적인 방향도 제안하고 있다.
또 지난 2015년 8월 양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독 오찬을 가졌다는 뉴시스 단독 보도를 설명하면서 '이미 언론에 노출된 CJ(chief justice·대법원장 지칭)와 VIP간 면담 경과 및 내용을 소개하는 방법도 검토 가능'이라는 등 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다각도로 제시된다.
▲기고문이나 사설 게재 ▲대국민 설문조사 실시해 결과 공표 ▲중량급 법조인 등이 참여하는 지상좌담회 개최 등이 함께 활용 방안으로서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당시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통상임금 등 중요 재판과 관련해 언론 동향 및 대응 방안도 검토한 정황도 추가 공개된 문건을 통해 밝혀졌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 문건에 따르면 청와대와 정치권, 언론기관 및 사법부 내부의 당시 분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언론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로 구분해 논조 및 분위기 등을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 원 전 원장 사건 심급 판결 선고 결과에 따라 예상 시나리오 및 대응 방향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피해자 증언대회' 적폐청산을 위한 긴급간담회에서 피해자들이 증언을 하고 있다. 2018.06.05. [email protected]
지난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되지만,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소급 적용을 제한한 판결을 두고 각계 동향을 파악한 문건도 확인됐다. '통상임금 판결 선고 후 각계 동향' 문건에 따르면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은 이 판결과 관련해 정치권, 재계, 노동계, 언론계 등의 반응을 수집했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뒤 제기된 통진당 소속 비례대표 지방의원들 행정소송과 관련해서도 행정처 사법정책실이 작성한 '통진당 비례대표지방의원 행정소송 예상 및 파장 분석' 문건을 통해 언론계의 예상 반응 및 대응 방안이 검토된 정황이 나온다.
법원행정처가 민감한 사안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경계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 또한 검토한 정황도 있다.
법관들만이 회원으로 가입한 인터넷 카페 '이판사판야단법석' 내에서 원 전 원장 판결이나 법원 인사 등 관련 글이 올라오자 '언론 등으로부터의 비판 소지 사전 차단'이라는 주제 하에 '언론의 집요한 취재 예상', '선제적 신속 대응 필요' 등 방안이 검토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판사판야단법석 다음 카페 현황 보고'라는 행정처 기획조정실 작성 문건에서 확인된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이번에 조사단이 공개하지 않은 문건 중 언론 활용 방안 관련 검토 내용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공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사단 단장인 안철상 법원행정처 처장도 "공개의 필요성에 관해 좋은 의견이 제시되고, 그 의견이 합당하다고 판단되면 공개의 범위는 더 넓어질 수도 있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조사단이 확보해 조사한 410개 파일 중에는 가령 '조선일보 첩보보고' '조선일보 홍보전략' '조선일보 방문 설명자료' '조선일보 보도 요청사항' '조선일보 기사 일정 및 컨텐츠 검토'와 같은 제목의 문건들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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