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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출신 임원 들인 금융사, 위험관리 개선 없고 제재만 줄어

등록 2019.01.15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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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 경제적 효과'

금감원 출신 임원 둔 금융사, 제재 받을 가능성 16.4% 줄어

위험 관리 성과 개선은 없어…한은 출신 임원 둔 곳만 늘어

美, 금융 감독 분권화로 부당 유착관계 형성될 가능성 적어

"금감원에 집중된 금융사 관련 정보, 유관기관에 공유돼야"

금감원 출신 임원 들인 금융사, 위험관리 개선 없고 제재만 줄어

【세종=뉴시스】장서우 기자 =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를 임원으로 고용한 금융회사가 얻는 경제적 효과는 무엇일까. 금융 시스템 관련 각종 정책과 규제를 직접 수립하고 집행했던 만큼 위험 관리 부문에서 전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 재무 건전성 등에서의 유의미한 개선은 없었고, 되려 금감원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라는 제목의 KDI FOCUS를 보면 2011~2016년 금융사 재직 임원의 67.2%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당국 출신 인사다.

'부당공동행위 가설'에 따르면 이는 당국과 금융사 사이에 형성된 유착관계의 산물이다. 당국 인사가 퇴직 후 임원 취임을 대가로 민간 금융사의 부실한 경영 실태를 눈감아 주는 등 부당한 편의를 제공하거나 금융사가 당국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당국 출신 인사를 채용하는 등 여러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이기영·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해당 가설을 실증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당국 출신 인사가 민간 금융사의 임원으로 취임한 이후 해당 금융사가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가능성을 연구했다. 금융사가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않음에도 당국 출신 인사를 채용한 후 제재를 덜 받는 것이 관측된다면 부당공동행위 가설이 입증된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홈페이지에 공시된 자료를 토대로 2011~2017년 금융사 또는 소속 임직원들이 제재 및 시정 조치를 받은 시점과 내역을 정리한 결과, 금감원 출신 임원이 취임한 이후 금융사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약 1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전 업권 중 제재 관련 가용한 데이터가 있는 금융사 51개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수치는 제재의 건수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토대로 집계됐다.

두 연구위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금융사가 부실자산비율을 1%p 줄였을 때 제재를 받을 확률은 약 2.3% 감소한다. 결국 금감원 출신 인사를 임원으로 들이는 것이 자체적으로 위험 관리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제재 감소 효과를 7배나 늘리는 것이다. 다만 이 효과는 인사 이후 2분기부터는 관측되지 않아 단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감원과 달리 기재부나 한은, 금융위 출신 인사의 경우엔 제재를 받을 확률의 변화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전문성 가설'에 따르면 당국 출신 인사가 금융사 임원으로 취임하면 당국 재직 기간 동안 축적한 위험 관리 관련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회사의 재무적 건전성을 개선한다. 그러나 실증 조사 결과 이러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금융사의 재무적인 총위험액을 나타내는 지표인 '위험가중자산 대비 당기순이익률(RORWA, (Return on Risk Weighted Assets)'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당국 출신 인사가 임원으로 취임한 후 1분기엔 위험 관리 성과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하게 한은 출신 인사의 경우 취임 이후 2분기가 되는 시점에 위험 관리 성과가 3.94%p 늘어났다.
금감원 출신 임원 들인 금융사, 위험관리 개선 없고 제재만 줄어

퇴직 이후 금융사에 취업한 당국 출신 인사들은 재무적 위험 외에 비재무적 위험 역시 눈에 띄게 개선하지 못했다. 인사 이후 1분기가 지난 시점에 국제결제은행 및 국내 금융감독 규정에 따른 '운영 위험액'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2분기가 지난 시점에선 금감원과 기재부 출신 인사를 고용한 금융사는 운영 위험액이 감소했지만, 금융위와 한은 출신 인사를 고용한 금융사의 경우 되려 증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경우 당국 출신 인사들이 민간 금융사 임원으로 이직하면 해당 금융사의 재무적 건전성이 개선되는 모습이 뚜렷했다. 반면 금융사가 감독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가능성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두 연구위원은 이같은 결과가 금융 감독 업무가 다수 기관에 의해 중첩적으로 이뤄져 분권형 구조를 띠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금감원에 집중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하나의 기관에 감독 권한이 집중되면 부당한 유착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분권형 구조에선 유착관계를 형성하는 데 더 큰 비용이 들고, 감독 기관 간 견제와 균형도 활발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두 연구위원은 향후 금융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집중형 감독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이 어렵다면 현재 금감원에 집중돼 있는 금융사 경영 실태 및 부실 위험에 관한 정보를 유관기관들에 제한 없이 공유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이 연구위원은 "분산형 감독 시스템을 추구한다면 부당한 행위를 할 유인이 줄어들고 기관 간 견제·균형 관계가 형성되는 등 장점이 있지만, 금융사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현재로선 제한적으로나마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이 금감원과 유관기관 간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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