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세혁 "부평 소재 '헛스윙밴드', 보편성도 고민했죠"
11~21일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주인공 '방규석' 신현묵·송광일 "자유로운 기분"
![[서울=뉴시스] 지난 2017년 서울예술단 '꾿빠이 이상' 간담회 당시 오세혁. 2020.11.10.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11/10/NISI20201110_0000633811_web.jpg?rnd=20201110075924)
[서울=뉴시스] 지난 2017년 서울예술단 '꾿빠이 이상' 간담회 당시 오세혁. 2020.11.10.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email protected]
코로나19 시대에 로컬(지역)이 주목 받고 있다. 전염병이 세계로 확산하면서 대응이 유연한 작은 도시, 즉 지역의 사회·경제 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지역문화재단이 주목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로 블루칩' 오세혁은 일찌감치 지역에 관심을 쏟아온 작가 겸 연출가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까라마조프' '꾿빠이 이상', 연극 '보도지침' 등에 참여하며 대학로를 대표하게 된 그가 몸 담은 극단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도 안산을 터전 삼아 출발했다.
오는 11~21일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재연하는 뮤지컬 '헛스윙밴드'도 오 작가의 지역에 대한 관심이 반영됐다. 부평구문화재단이 제작해 지난해 초연한 뮤지컬로 한국 대중음악의 성지 중의 한곳으로 통하는 부평의 지역성을 살렸다.
1950∼60년대 부평에는 주한미군 군수지원사령부(애스컴)가 있었다. 이를 중심으로 20∼30개의 클럽이 운영됐다. 록, 재즈 등 밴드 음악이 자연스레 발전했다.
'헛스윙밴드'는 1970년대 부평에서 뭉친 이들이 밴드를 결성, 부산까지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군부독재에 맞선 부마항쟁, 노동운동 등 격동의 시대도 자연스레 다룬다. 특수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건드린다.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오 작가는 "한번 지역문화재단에서 만들어 놓으면 끊임없이 공연되는 작품이 있었으면 했다"면서 "지역을 담으면서도 보편성을 가졌으면 했어요. 지역과 경계의 균형을 고민했죠"라고 말했다.
지역마다 공공성을 가진 극장과 창작을 위한 인프라는 마련돼 있다는 것이 오 작가의 판단이다. "다만 인력과 콘텐츠가 부족한 편이죠.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초청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역문화재단과 대학로의 인력이 만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헛스윙밴드'에는 오 작가 외에 우상욱 연출가, 이진욱 작곡가 등 대학로에서 내로라하는 창작진들이 뭉쳤다. "지역문화재단과 대학로가 만난 기회를 준 '헛스윙밴드'가 너무 고마워요. 2년 간 안정적인 기반 속에서 만들어올 수 있었죠."
![[서울=뉴시스] 뮤지컬 '헛스윙밴드'. 2020.11.09. (사진 = 인천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11/09/NISI20201109_0000633428_web.jpg?rnd=20201109141736)
[서울=뉴시스] 뮤지컬 '헛스윙밴드'. 2020.11.09. (사진 = 인천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오 작가는 "지역에서 제작되거나 지역 소재의 경우 일회성으로 공연하는 경우가 많아 너무 아까웠다"라면서 "어디에서 공연을 하든 뿌듯해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런데 '헛스윙밴드'의 넘버는 주로 재즈다. 재즈는 국내에서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다. 하지만 오 작가는 재즈에서 두근거림을 찾아냈다.
"세계 곳곳에서 온 이민자들이 경조사에서 같이 축하하거나 위로할 때 연주한 음악이잖아요. 각자 다른 악기를 연주하며, 자유롭게 노래에 들어왔다가 빠지고, 다 함께 행진하기도 하는 음악. 그런 부분이 제게 영감을 많이 줬어요."
그런데 '헛스윙밴드' 속 밴드는 전국을 누비며 재즈 클럽이 아닌 곳에서 재즈 음악이 아닌 곡들을 연주한다. 애국가, 새마을노래, 아침이슬 등이다.
"재즈는 모든 것을 연주할 수 있는 유연함이 있어요. 심지어 농민가, 투쟁가, 새마을노래 등 섞일 수 없는 노래마저 섞어서 부를 수 있죠."
형식화된 클래식음악을 전공했지만, 자유로운 재즈에 빠진 극 중 주인공 '방규석'의 심정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이번 시즌 방규석 역엔 신현묵과 송광일이 더블 캐스팅됐다. 두 배우 모두 최근 주가를 높이고 있다.
신현묵은 뮤지컬 '맘마미아', '렌트' 등 대형 뮤지컬에 잇따라 나왔고 송광일은 뮤지컬 '난쟁이들', 연극 '환상동화'와 '와이프' 등에 출연하며 급부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헛스윙밴드'의 창작진을 보고 함께 하고 싶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헛스윙밴드'. 2020.11.09. (사진 = 인천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11/09/NISI20201109_0000633429_web.jpg?rnd=20201109141826)
[서울=뉴시스] 뮤지컬 '헛스윙밴드'. 2020.11.09. (사진 = 인천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실제 신현묵과 방규석은 닮은 점이 많다. 서강대에서 생명공학과를 전공한 신현묵은 방규석이 재즈에 자유로움을 느낀 것처럼, 군 복무 도중 뮤지컬을 접한 뒤 같은 기분을 느끼고 이 분야에 발을 들였다.
"학창시절에는 시키는 대로 살았어요. 모범생이었고 일탈 하지 않고, 사고 치지 않았죠. 그런 부분이 방규석과 닮아 있었죠. 그래서 방규석이 힘들게 클래식을 하다가 재즈를 만나 자유롭게 변하가는 것에 공감이 됩니다."
광주 출신인 송광일은 한 때 주눅이 많이 들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유분방함과 개성으로 입지를 굳혀 나가고 있다. 그런 그는 재즈가 마음에 든다. "자기 박자가 있고, 음정이 틀려도 괜찮고 '재즈로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껴나가고 있습니다. 연극을 많이 했는데, 그래서 뮤지컬에 출연할 때마다 설레요."
코로나19은 평상시에도 쉽지 않은 공연계에 타격을 줬다. 젊은 배우들의 고민도 늘었다. 작사, 작곡 실력을 갖춘 뮤지컬배우 강고은과 함께 하는 '스완유 프로젝트'를 통해 윤동주의 시를 소재로 한 리딩 공연(12월15일)을 준비 중인 신현묵은 코로나19로 올해 '맘마미아!'가 취소되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맘마미아!'에서 '스카이' 역으로 눈도장을 받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잖아요. 무대만 해서는 안 될 거라는 생각에 부업도 생각해봤어요. 공인중개사 일을 해볼까, 빵을 좋아하니 제빵일을 해볼까 고민을 했죠. 여러 자격증 프로그램도 찾아보고요. 그런데 결론은 배우더라고요. 어떤 상황과의 싸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슬기롭게 극복하는 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송광일은 대학로 배우는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듣고 꾸준히 저축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츄러스 가게, 술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어요. 나이가 들면 알바를 하기도 힘듭니다. 연기만 해서는 살기가 힘들죠. 그런데 '헛스윙밴드' 방규석은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용기를 얻어요. 여러 고민이 있겠지만, 좋아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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