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4세 시대]메타버스·로보틱스…정의선 회장 호랑이해 광폭행보

현대차와 기아 등 그룹 계열사들을 두루 거쳤고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사실상 회장 역할을 하며 누구보다 탄탄한 경영수업을 받은 현대가 3세 정의선 회장은 취임 후 현대차그룹을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인류의 진보에 기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시키겠다는 목표로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속에서도 미국과 유럽, 인도네시아 등 해외 주요국을 방문하는 등 국내외에서 광폭행보를 벌여온 정의선 회장은 오는 3일 '메타버스(현실 세계와 같이 사회·경제·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세계)' 시무식에 참석하고 곧바로 'CES 2022'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2020년 CES에서 직접 연사로 나서 UAM 상용화 계획을 밝힌 바 있는 정 회장은 올해도 직접 연단에 올라 그룹의 신기술을 세계에 공개할 예정이다.
정의선 회장은 범현대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의 장손이자 정몽구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1970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 휘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거쳐 미국 샌프란시스코 경영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유학을 위해 퇴사한 후 1999년 현대차 자재본부 이사로 재입사 했고, 이후 현대차 기아 모비스 등을 거치며 취임 전까지 20년 이상 경영수업을 해왔다.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정의선 회장은 취임 후 빠른 속도로 조직을 변화시키고 있다. 2020년 12월 1조원대를 들여 세계 최고의 로봇기업인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등 대규모 인수합병(M&A), 전략적 투자에 속도를 냈다.
정 회장은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 분야로 로보틱스를 선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하고, 올해 6월 M&A를 완료했다. 보스톤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로봇 '스팟', 연구용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개발하는 등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 인지, 제어 등 종합적인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보스톤 다이내믹스는 내년 중 최대 23㎏의 박스를 시간당 800개 싣고 내리는 작업이 가능한 물류로봇 '스트레치'를 상용화하고 제조, 물류, 건설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수석부회장 시절 앱티브와 함께 설립한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에서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에서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과 공동 개발한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를 공개했다. 모셔널은 글로벌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와 협력해 2023년 아이오닉5 로보택시를 활용한 완전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한다.
정 회장은 이동공간을 하늘로 확장하는 UAM 대중화 기반도 다지고 있다. UAM은 현대차그룹의 지향점인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는 중요한 축이다. 정의선 회장은 사내 UAM사업부 관계자들에게 "인류가 원하는 곳으로 스트레스 없이 갈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서비스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을 선보인다. 또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해 독보적인 효율성과 주행거리를 갖춘 항공용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 개발도 추진한다. UAM 이착륙장 관련 협업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서울시와의 업무협약을 비롯해 LA 등 미국 주요 도시, 싱가포르 등과 신규시장을 열기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으며, 미국 워싱턴에 UAM 법인 '슈퍼널'을 설립했다.
정 회장은 '수소'와 '전동화'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탄소 중립과 친환경 모빌리티 확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3분기 전년 대비 68% 증가한 53만2000여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수소전기차를 포함한 전체 전기차 판매는 17만6000여대로 전년대비 70% 신장했다. 넥쏘 수소전기차는 지난해 세계 수소전기차 중 최초로 누적 판매 1만대를 넘어섰고, 이르면 올 연말 누적 2만대 판매도 기대된다.
환경오염이 없고 무한해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수소'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먹거리이자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수소 사업에 일찌감치 관심을 보였고, 1998년 수소전기차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2000년 싼타페 기반의 첫 수소 전기차 모델을 개발했다. 정의선 회장은 조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더욱 발전시키며 글로벌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 7월 세계 최초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양산해 유럽 수출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주력 모델 넥쏘를 앞세워 세계 수소차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내연기관 파생모델인 엑시언트에서 더 나가아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수소전용 대형트럭 '넵튠'을 출시,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은 "수소사회 실현을 앞당길 수 있도록 앞으로 내놓을 모든 상용 신모델은 수소전기차 또는 전기차로만 출시하고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동화 성과 역시 눈부시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적용한 현대차 '아이오닉5'·기아 'EV6'·제네시스 'GV60'를 출시,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큰 폭의 판매 신장을 이뤄냈다. 각 자동차그룹과 자동차협회 발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1~3분기 세계 시장에 505만대의 자동차를 판매, 세계 1위 폭스바겐그룹(695만대), 2위 토요타그룹(632만대)에 이어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549만대), 스텔란티스(504만대)와 '빅3' 자리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추격자'로 인식됐던 현대차그룹이 이제는 명실상부 '선두주자'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부품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리며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1~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15.8% 증가한 86조5842억, 영업이익은 352% 증가한 5조1493억원이었다. 기아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은 24.6% 증가한 52조6740억원, 영업이익은 396% 증가한 3조8906억원을 나타내며 호실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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