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로 자영업자 '빚 탕감' 추진…출범 전부터 논란
출자금 규모·출자 방식 등 놓고 줄다리기 예상
금융권 "빚 안갚아도 된단 모럴 해저드 확산 우려"
![[서울=뉴시스] 자영업자 대출 추이. (사진=중기연 제공) 2022.3.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2/03/07/NISI20220307_0000946858_web.jpg?rnd=20220307164514)
[서울=뉴시스] 자영업자 대출 추이. (사진=중기연 제공) 2022.3.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6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소상공인진흥공단, 정부, 은행이 공동 출자하는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기존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를 중심으로 연착륙 방안을 짜왔던 금융당국도 배드뱅크 설립을 구체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배드뱅크란 부실자산 및 채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이다. 은행이 소상공인 대출 등 부실채권을 배드뱅크에 양도(매각)하면, 배드뱅크는 채무자의 상황에 따라 채무를 재조정해 연착륙을 지원하는 구조다.
현재 인수위와 금융당국 등은 오는 9월 금융지원 조치 종료 이후 빚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의 채무를 배드뱅크를 통해 일부 탕감해주고, 남은 채무는 주담대처럼 최대 30년간 나눠 갚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금융당국은 연체 발생 전 차주의 상환 능력을 따져 선제적으로 채무를 재조정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지난달 31일 경제분과 업무보고에서 "소상공인진흥공단, 정부, 은행이 공동출자하는 일종의 '배드뱅크'를 만들어 주담대에 준하는 장기간 저리로 연체된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관련 분과에서 적극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한 바 있다.
현재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 업황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급격한 금리인상까지 맞물리면서 금융지원 조치 종료 후 자영업들의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이 아니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자영업자 부채는 지난해 3분기 기준 887조6000억원으로 2019년 말 대비 30% 가량 뛰어올랐다. 연이은 유동성 지원으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단기적으론 일부 해소했지만, 결국 소상공인이 상환해야 할 부채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하지만 금융지원 조치가 수 차례 연장되면서 잠재부실 규모조차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위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4월부터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가이드라인'을 시행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지금까지 4차례 연장, 종료는 오는 9월 말로 또 다시 미뤄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받고있는 대출은 133조4000억원(70만4000건)에 이른다. 만기연장이 116조6000억원(65만5000건), 원금 상환유예 11조7000억원(3만7000건), 이자 상환유예 5조원(1만2000건)이다.
그간 역대 정부도 배드뱅크를 설치해 취약차주들의 채무 탕감을 지원해 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는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배드뱅크를 설립해 148조원 규모의 기업 부실채권을 처리했고, 2004년과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엔 신용카드 대란에 따른 신용회복 지원을 위해 한마음금융, 희망모아 유동화 전문을 설치해 개인 신용채권을 정리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8년 금융소외자를 지원하기 위한 신용회복기금과 PF 부채채권 증가로 인한 정리기구 '유나이티드 PF 제1차 기업재무안정 사모 투자전문회사(PEP)'를 세웠고, 2013년 박근혜 정부 땐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관련 공약 실천을 위한 국민행복기금 등의 배드뱅크를 설립했다.
이번에도 배드뱅크가 출범하게 되면 대출자들 입장에선 상환 부담이 줄어들고 신용불량자로 추락하기 전 맞춤형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은행은 부실채권을 털어내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어 상호 윈윈이 가능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윤창현 국회의원이 주최한 '국내 금융시장 3대 리스크, 새 정부의 대응전략은' 세미나에서 이재학 신한은행 고문은 "은행이 소상공인을 대상을 공동으로 지원 중인 신용대출 중 원금이 30일 이상 연체된 채권을 관리기구로 매각하는 방식"이라며 "이후 연체 60일까지는 기존 대출의 정상화 관리를 하고 90일까지는 고객별 연착륙 컨설팅과 맞춤형 상환구조로 변경해 관리하고, 90일 초과시 부도 및 신용불량정보에 등재하기 전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환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정부 출자와 시중은행 출연금으로 배드뱅크를 조성한 뒤 소상공인 부실채권 인수와 채무 재조정을 통해 한계 소상공인의 폐업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펀드 조성과 최근 논의 중인 50조원 규모의 손실보상금이 병행할 경우 광범위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이 징검다리 펀드 신청 시 연체를 유발하지 않고 채무 탕감·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 설계, 폐업 비용의 지원 확대, 폐업-교육 지원 연계 강화, 고령자 소상공인 대상 전직 교육 강화 등 비금융 분야까지 포함하는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안철수 위원장은 앞서 소상공인진흥공단과 정부, 은행권이 공동출자하는 방식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추후 출자 규모와 방식 등을 놓고 정부와 금융권과의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채권을 털어낸단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겠지만, 만약 1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넘겼다 해도 출자금을 1000억원 낸다면 갖고 있던 채권만 사라지는 것이니 제로섬 게임이나 마찬가지"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내용이 없어 진행과정을 지켜봐야 하지만 결국 은행들이 정부의 금융지원에 따른 부실 책임을 떠안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모럴해저드가 만연해질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빚을 성실히 갚고 있는 이들의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정책이 지속되면 결국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 해결된다'는 인식이 퍼져 모럴해저드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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