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먹통에 라인·텔레그램 듀얼 메신저족(族) 는다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라인, 텔레그램 등 이용자 급증
보안 뛰어난 텔레그램 서브 메신저 활용 움직임 가속
라인 공격적인 마케팅에 이용자 급증
완전한 대체는 쉽지 않아…"오류 대비한 서브 메신저로 적극 활용"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1. 직장인 이솔(가명·35)씨는 카카오 서비스 장애 이후 남자친구 등 사적 모바일 메신저로 텔레그램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카카오톡 앱을 버리진 못하고 있다. 이솔 씨는 "업무용으로 쓰는 단체 채팅방은 대부분 카카오톡에 있어 아예 카카오톡을 떠나기는 어렵기는 하다”라고 말했다.
#2.워킹맘 신나연(가명·41)씨는 지난주 주말 카카오톡 먹통으로 업무에 애를 먹었다. 그러자 회사에서 카카오톡 대신 사내에서 쓸 수 있는 업무용 메신저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그는 “메시지가 두 개로 분산되니 일과 삶이 분리되는 느낌이라 오히려 좋다”라며“카카오톡은 사적 대화로만 쓸려고 한다"고 말했다.
#3.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고재훈(가명·45)씨는 이번 카카오톡 장애로 불편을 겪은 주변인들의 경험담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말 필요한 용건이나 선물하기를 제외하고는 평소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카카오톡을 대체할 앱은 많은데 한국인들은 카톡만 쓰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 이후 카카오톡 외에 라인, 텔레그램 등 서브 메신저를 이용하는 ‘듀얼 메신저족’이 늘고 있다. 카카오톡을 업무용 혹은 사적인 대화용으로만 활용하고 라인,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등을 서브 메신저로 쓰는 소비 패턴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한국인 만 10세 이상 스마트폰 이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라인은 지난 14일 43만명에서 16일 128만명으로 사용자가 85만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텔레그램은 106만명에서 128만명으로 22만명 증가했다. 반면 지난 16일 카카오톡 이용자 수는 3905만명으로, 화재가 일어나기 전인 14일 이용자 수였던 4112만명 대비 207만명 감소했다.
텔레그램의 경우 서버가 해외에 있고 대화 자동삭제 기능이 있어 타 메신저 앱 대비 보안성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은밀한 대화나 소수 인사가 중요한 내용을 논의할 때는 텔레그램을 사용한다고 알려졌다.
직장인 김재영(가명·34)씨는 "비밀 대화나 중요한 정보들은 텔레그램으로 소통하고 있다"며"서비스 오류 후에 갑자기 텔레그램 신규 가입했다는 알림이 늘어나면서 이용자 수 증가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무료 이모티콘' 제공 등 공격적인 틈새 마케팅에 나선 네이버 '라인'도 대체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라인은 카카오톡이 먹통 되자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 끊기지 않는 글로벌 메신저 라인’이란 홍보 문구를 내거는 등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완전한 카카오톡 이탈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대다수의 이용자들이 서비스 장애 복구 이후 카카오톡으로 회귀하고 있다. 실제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17일 카톡 사용자 수는 4093만명을 기록해 하루 만에 188만명 늘었다.
대학원생 윤지원(가명·30)씨는 "텔레그램을 깔아놓기는 했는데 연락하는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쓰다 보니 이동하기가 쉽지는 않다"며"그래도 불안감이 있어 중요한 데이터를 보내야 하거나 서비스 오류에 대비해 쓰긴 할 예정"이라고 했다.
카카오톡이 4000만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인데다가 메신저 기능 뿐만 아니라 선물하기, 쇼핑하기, 송금 등 일상에 필요한 기능들이 연계돼있는 편리함에 익숙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라인,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등과 비교했을 때 이모티콘, 선물하기 등 아직까지 카카오톡에 대체 불가능한 장점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고연령대 이용자의 경우 새로운 서비스로 갈아타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60대 주부 조현숙(가명·62세)씨는 “라인, 텔레그램은 알지도 못하고 카카오톡만 쓰다보니 다른 메신저 앱을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서비스 장애로 불편하긴 했지만 다른 메신저로 갈아탈 생각은 아직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번 서비스 장애로 일상에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이 많은 만큼 카카오톡 서비스 오류에 대비해 서브 메신저를 활용하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제는 아니더라도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라인, 텔레그램으로 완전히 이탈하지는 않겠지만 메신저 독과점의 폐해가 이번 사태로 드러나면서 2개 이상의 메신저를 병용하는 이용자들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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