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주취자 방치했다 참변…경찰 현장 대응 놓고 '논란'

등록 2023.02.01 11:16:39수정 2023.02.01 11:42:4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만취해 도로에 누웠다가 차에 치어…출동 경찰은 길 건너편서 대기

경찰 내부선 "인사불성 주취자 이불까지 덮어줘야 하느냐" 불만도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오성규 전 비서실장이 피고발인 조사를 위해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출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입구.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오성규 전 비서실장이 피고발인 조사를 위해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출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입구.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위용성 기자 = 경찰관이 출동했음에도 도로에 누운 주취자가 차에 치어 사망하는 등 유사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경찰의 현장 대응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전날 윤희근 경찰청장 주재로 담당 부서 간부들과 간담회를 열고 지구대 등 일선 경찰관들의 현장 대응 관련 현안 보고를 들었다. 이 자리에선 향후 같은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현장 대응 매뉴얼 개선 등 의견도 교환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19일 오후 8시께 술에 취한 남성 A씨가 서울 동대문구의 한 인도에 누워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으나, 당사자가 사망하면서 논란이 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은 약 6분 가량 A씨를 일으키려 하고 대화를 시도했지만, 만취한 A씨가 이를 거부하자 그를 일단 둔 채로 순찰차를 타고 길 건너편으로 이동해 관찰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때 승합차 한 대가 지나가면서 A씨와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사고를 인지한 경찰관들이 다시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A씨는 끝내 숨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만취한 시민이 부지불식간에 차도로 이동하거나 또는 타인에게 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고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만큼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관직무집행법 4조는 경찰관이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경찰관서에 보호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한다.

서울경찰청은 해당 경찰관들의 현장 조치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보고 감찰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감찰 조사 결과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유사한 사례가 연이어 발생해 경찰의 현장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10일 오전 제주 연동지구대 경찰관들이 순찰 중 노상에 주취자가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귀가 조처하고 있다. 2022.09.10. oyj4343@newsis.com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10일 오전 제주 연동지구대 경찰관들이 순찰 중 노상에 주취자가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귀가 조처하고 있다. 2022.09.10. [email protected]

지난해 11월30일 새벽에도 술에 취한 60대 남성 B씨가 경찰 보호를 받았음에도, 이후 숨진 채 발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강북경찰서 소속 지구대 경찰관들은 B씨를 주거지까지 데려다 줬으나, 건물 공동현관문까지만 데려다주고 집 안에 들어갔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B씨 끝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이 경찰관들의 경우 업무상과실치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게됐다.

지난달 14일에는 부산 동부경찰서 관할 지구대에서 한파에 추위를 피하고자 찾아온 70대 할머니를 내쫓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경찰서장이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경찰 내부에선 경찰관의 역할이 어디까지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일선 직원들의 피로도가 가장 높은 업무가 주취자 상대인데, 이 때문에 정작 필요한 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최근 경찰 내부망 '폴넷'에 한 경찰관은 "어디까지 주취자를 보호하고 돌봐야 하느냐"며 "길바닥에 자고 있는 걸 깨우면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하고 침뱉고 토하는데, 차 태워 집까지 가 이불까지 덮어주고 나와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