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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승부사 기질 또 통할까…SM 인수에 거액 베팅 나선 진짜 이유

등록 2023.03.07 15:54:42수정 2023.03.07 1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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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15만원 공개매수 '초강수'…지분 39.9% 확보 목표

김범수 '비욘드 코리아' 선언 아닌 성과 의지…SM 편입시 카카오 글로벌 사업 '빅점프' 기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진=카카오] *재판매 및 DB 금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진=카카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지분 공개 매수 카드를 꺼내 들며 SM 경영권을 두고 하이브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카카오가 밝힌 지분 인수 가격은 주당 15만원. 1조2500억원 규모다. 지난해 카카오가 이수만 SM 전 총괄과 물밑 접촉할 때 투자시장에서 거론됐던 적정가격대(4000억원~6000억원)보다 두배 이상 높다. 당장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 안팎 소식통들은 '글로벌에서 성과를 반드시 내야 한다"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現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확고한 의지가 카카오가 막판 초강수 베팅에 나선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는다.
 

"쩐의 전쟁" 뛰어든 카카오, 26일까지 SM 주식 1주당 15만원 공개 매수


카카오는 7일부터 26일까지 약 20일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SM 주식을 주당 15만원에 총 833만3641주를 공개 매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SM 주식의 35%에 해당하며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절반씩 나눠 매수한다. 공개매수 선언 소식에 SM 주식은 현재 14만8300원을 기록하는 등 전일 대비 14% 급등했다.

총 공개매수 비용은 1조2500억원이다. 실탄은 넉넉하다. 작년 12월 말 기준 카카오 연결 기준 현금 잔고는 약 6조3000억원이며, 카카오 별도 기준으로는 1조9000억원이다. 이에 더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약 1조2000억원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중 8975억원은 지난달 24일 납입됐다.

"비욘드 코리아? 선언 NO 이제 성과낼 때"…SM 인수가 최대 지름길

대규모 자금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카카오가 SM 지분 인수전에 뛰어든 데는 창업주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승부사적 기질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글로벌 사업의 빅점프를 위한 승부수를 띄울 기회라고 판단했다는 것.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국내에서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카카오톡·카카오T·카카오뱅크·페이 등 국내 위주의 사업 구조로 늘 '내수기업' '독점 플랫폼' 꼬리표가 달렸고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벌써 성장 정체 위기다.

김 센터장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수년 전부터 카카오가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비욘드코리아)을 외쳐왔다. 콘텐츠를 주 무기로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렸다. 카카오픽코마가 일본 시장 선점에 성공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 웹소설 플랫폼을 해외 주요 지역시장에서 런칭했다. 지난해 카카오 해외 매출 비중이 20%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에 비해 진척 속도가 너무 늦다. '비욘드 코리아' 전략에서 더 이상의 '선언'이 아닌 '성과'가 필요했다. K팝을 비롯한 K엔터테인먼트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잘 먹히는 콘텐츠 키워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계열로 끊임없이 수직계열화한 지적재산(IP)·아티스트 역량 만으로는 아직 갈길이 멀다. SM같은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인수는 단숨에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사업 경쟁력과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SM의 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60%를 넘어선다.

카카오가 지난해부터 이수만 전 총괄이 보유한 SM 지분 인수 협상을 지속해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카카오엔터가 그동안 키워온 웹툰, 웹소설, 드라마-영상 제작에 더해 SM이 보유한 다양한 K팝 아티스트 IP를 확보할 경우 빠르게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다.

연결 재무재표 기준으로 SM의 해외 매출이 당장의 카카오 글로벌 사업성과로 얹힐 수 있고 메타버스·블록체인·인공지능(AI) 등 카카오의 IT기술을 결합해 화학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SM 경영 내분으로 이수만 총괄이 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손을 잡았다. SM 경영권이 하이브로 넘어갈 경우 SM과의 사업 협력은 고사하고 자칫 엔터 시장을 두고 하이브와 경쟁해야 할 판이다. 하이브는 팬플랫폼 분야에서 네이버와 손을 잡고 있다.

'승자의 저주' 우려에도 불구하고 카카오가 SM 지분 인수전에 뛰어든 진짜 이유다. 김범수 센터장의 승부사적 기질이 이번에 다시한번 통할 수 있을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가 2016년 카카오가 SK텔레콤으로부터 멜론(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을 1조7000억원을 들여 인수할 당시 주변에선 '무모한 M&A'라고 입을 모았다. 당시 이사회 멤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IP가 결국 돈이 될 것"이라는 김범수 센터장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지분 인수를 강행했고 결과적으로 멜론 사업은 카카오가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멜론 사업과 같이 카카오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일대 도약할 수 있는 모멤텀으로 작용할 지, 재무 부담을 가중시켜 전체 사업에 위기를 초래하는 화약고가 될 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 로고. 2023.02.23. (사진 = 카카오, SM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 로고. 2023.02.23. (사진 = 카카오, SM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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