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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편이라고?"…경영권 분쟁 개입하는 사모펀드, 왜?

등록 2024.02.16 11:42:01수정 2024.02.16 1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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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모펀드 운용사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주주제안에 나선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2023.12.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사모펀드 운용사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주주제안에 나선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2023.12.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사모펀드가 국내 대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끼어드는 사태가 잦아지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가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 측과 손잡고 지분을 끌어모아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들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행동주의 펀드'라는 자신들의  존재를 적극 홍보하며, 직간접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가 사모펀드의 속내라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로 알려진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최근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로부터 주식 권리를 위임받아 다음 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제안에 나설 예정이다. 이 제안에는 자사주 소각과 사외이사 선임 요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철완 전 상무는 보통주 기준 금호석유화학 지분 9.10%를 가진 단일 최대 주주이지만,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6.46%)과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7.65%) 등에 밀려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박 전 상무는 2021년과 2022년 이익 배당,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등을 놓고 주총에서 박 회장 측과 표 대결을 벌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사모펀드의 힘을 빌려 또 다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박 전 상무와 동맹을 맺은 뒤 지난 7일 금호석유 주식 7179주(0.03%)를 확보하며 주주 지위도 획득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형과 누나인 조현식 전 고문과 조희원 씨 등이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함께 경영권 확보에 나선 것이다.

조 전 고문 등과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지분 20.35% 확보를 목표로 공개 매수에까지 나섰지만, 청약이 목표치에 미달하며 결국 경영권 확보는 커녕 지분 확보마저 포기했다.

MBK파트너스는 당시 공개 매수 목표를 터무니 없이 높게 잡고,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단 1주도 사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만 내세워 주가 변동성을 키웠고, 이 과정에서 개미 투자자들만 속을 끓였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사모펀드가 현실성 없이 국내 대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는 이유로 자본시장에 부는 행동주의 펀드 열풍을 등에 업고 욕심을 채우려 한다고 진단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사모펀드가 자연스럽게 전 언론에 홍보되기 때문에 사모펀드 입장에선 직간접적 홍보 효과가 상당해 나쁠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사모펀드는 기업들에게 우호적으로 활동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최근에는 주주제안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경영권 분쟁에 적극적으로 끼어들어 사익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이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확대를 추구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정책이 설득력을 얻자, 사모펀드가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마치 행동주의 펀드인냥 활동하는 것은 문제라는 분석도 들린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앤컴퍼니와 금호석유화학 사례가 화제가 되면서 앞으로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대기업 분쟁에 사모펀드가 홍보 효과를 노리고 개입하는 사태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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