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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축내는 벌레라니"…무안공항 참사로 부모 잃은 20대 호소

등록 2025.01.13 08:38:55수정 2025.01.13 08: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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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부모를 잃은 대학생이 "우리는 나랏돈을 축내는 벌레가 아니다"며 사고 보상금 관련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에 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진=박근우씨 페이스북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부모를 잃은 대학생이 "우리는 나랏돈을 축내는 벌레가 아니다"며 사고 보상금 관련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에 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진=박근우씨 페이스북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부모를 잃은 대학생이 "우리는 나랏돈을 축내는 벌레가 아니다"며 사고 보상금 관련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에 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근우(23·광주광역시)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었다"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박씨는 "지난달 29일 우리 유가족 대부분은 그날 돌아온다는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비행기가 연착이나 하겠거니 해서 별생각 없이 기다리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새가 날개에 끼어 착륙을 못 한다. 유언해야 하냐'는 어머니의 카톡에도 '설마'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부모님이 탄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비보를 접하자마자, 박씨는 광주광역시에서 무안공항까지 30분 만에 달려갔다. 무안고속도로에서 미친 듯이 액셀을 밟은 차는 박씨 말고도 몇 대 더 있었다고 한다.

박씨는 "30일에는 어머니를, 31일에는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를 찾고 나니 그제야 주변이 보였다. 이 엄동설한에 힘들게 일해주신 소방관, 경찰관, 공무원, 자원봉사자분들 그리고 유가족협회 대표단 모두 고마운 분들뿐이었다"며 "이 모든 게 앞으로 제가 갚아야 할 빚"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염치 불고하고 전국의 동료 시민 여러분께 빚을 하나 더 져야만 할 것 같다"며 유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을 보듬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정상적인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제주항공의 잘못일 것이고, 새를 제때 쫓지 않고 방치했다면 무안공항의 잘못일 것이며 로컬라이저를 콘크리트 덩어리 위에 설치한 것은 항공청과 공항공사의 잘못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여러 주체 간의 책임 떠넘기기와 정치권의 숟가락 얹기, 네 탓 공방으로 이 문제는 늘어지고 유가족은 고통받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기에 이들의 죽음이 억울한 죽음이 되지 않도록 눈에 쌍불을 켜고 끝까지 버틸 거다. 이 과정에서 동료 시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제가 빚지고 싶은 건 그저 여러분의 관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고 보상금과 유가족에게 지급된 긴급 생계비와 관련해서 쏟아지는 악성 댓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씨는 "이번에 긴급생계비 300만원이 모금을 통해 들어왔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자 악성 댓글들이 엄청나게 달리더라"며 "그런 댓글 하나하나도 저희에게는 너무 큰 상처가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나랏돈을 축내는 벌레가 아니다. 사고 보상금이 들어온다 한들 그게 우리 가족들 목숨값인데, 펑펑 쓰고 싶은 마음이 들까"라며 "저희는 돈 벌자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아가 됐는데 아직 제대로 슬퍼해 본 적이 없다. 앞으로의 걱정에 깔려 죽어버릴 것 같다. 어디로 도망가 버리고 싶다. 먹고 살려면 지금 당장 돈 벌어야 할 판"이라면서도 "그런데도 잊혀서 모든 게 유아무야 흩어지고 흐지부지돼서 내가 잃은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이 억울한 죽음이 될까, 그게 싫고 두려워서 생업을 제쳐두고 유가족들이 무안에 나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이 사고가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만이라도 무안공항과 여객기 참사를 잊지 말아달라"며 "그래야만 저희도 이 모든 슬픔과 허탈감을 가슴 한편에 고이 묻어두고 다시 동료 시민 여러분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 한 번만 같은 사회에 살아가는 동료로서 저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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