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K. 딕상 후보 정보라 "조금 으쓱해졌어요"[조수원 BOOK북적]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세계 3대 SF 문학상 올라
![[서울=뉴시스] 정보라 작가(사진=ⓒ정혜란, 래빗홀 제공) 2025.01.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24/NISI20250124_0001758585_web.jpg?rnd=20250124160406)
[서울=뉴시스] 정보라 작가(사진=ⓒ정혜란, 래빗홀 제공) 2025.01.2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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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49) 작가가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로 세계 3대 SF 문학상인 필립 K. 딕상 후보에 오른 소감을 솔직하게 밝혔다.
최근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로 만난 그는 "개정판이 출간된 직후라서 겹경사"라며 "굉장히 흥분해서 4월 시상식에 가기로 했다"고 들뜬 설렘을 가감없이 전했다.
수상 가능성에 대해 묻자, 의외로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작가가 직접 2024년까지 수상자 면면을 분석해 본 뒤 내린 결론이라고 했다.
"1983년부터 2024년까지 41년 동안 번역작이 오른 경우가 일본 작품 한 번이었는데 장편이었다"며 "번역작이면서 단편집인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너의 유토피아'는 2021년 출간된 소설집 '그녀를 만나다'의 개정판이다. 표제작인 너의 유토피아를 비롯해 ▲영생불사연구소 ▲여행의 끝 ▲아주 보통의 결혼 ▲One More Kiss, Dear ▲그녀를 만나다 ▲Maria, Gratia Plena ▲씨앗 등 8편이 수록됐다. 모두 작가가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대학 강사로 재직하던 시기에 쓴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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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인간을 어떠한 동물이라고 정의하기 시작하면 점점 배제하게 된다"며 "인간은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다'처럼 넓혀가는 게 현실에 더 맞다"고 설명했다.
표제작인 '너의 유토피아'는 전염병으로 인해 인류가 떠난 황량한 행성에서 고장 난 인간형 로봇 '314'를 태워 돌아다니는 스마트카의 이야기를 그린다.
"바퀴가 힘겹게 붉은 땅을 밟는다. 나는 그를 뒷좌석에 실은 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너의 유토피아는.' 그가 뒤에서 가끔씩 속삭인다.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지금은 3이야. 지금은 5야. 지금은 2야. 남아 있는 건전지가 조금씩 방전될 때마다 유토피아 수치도 낮아진다. '그렇지만 나아질 거야.' 나아질 것이다. '오늘은 비생물 지성체를 만날지도 몰라. 만날 거야.' 내가 다독이듯 말한다. '너의 유토피아는.' 그가 대답한다."(52쪽)
"인간은 유토피아와 맞지 않아요. 인간이 유토피아를 만들 수 없고 만들더라도 금방 망할 거예요. 왜냐하면 인간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완벽한 세계를 유지하거나 관리할 능력이 없어요."
정 작가는 유토피아를 조금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짚었다.
그는 "좀 더 나아지려고 함께 노력하는 과정이 유토피아일 뿐"이라며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는 망상 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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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변 하사님 돌아가시고 나서 직후에는 다른 걸 전혀 생각할 수가 없어서 제일 좀 아픈 손가락"이라며 "사회적, 시기적인 배경 때문에 제일 안타까운 이야기"라고 했다.
"그녀는 성확정을 마친 후 다시 군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건강하게 열심히 잘 복무하고 있다. 그녀의 상관들도, 새롭게 함께 생활하게 된 동료들도 그녀가 남군 막사에서 여군 막사로 옮겨 왔다는 사실을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그녀는 군 생활이 허용하는 한 음악 연주도 계속했고, 군대 내의 성소수자들을 위해서 활동했고, 그렇게 활동하다가 만난 사람과 결혼했고, 딸을 입양했다."(264쪽)
SF 장르의 매력에 대해 정 작가는 "SF를 쓰겠다고 결심한 적이 없다"면서도 "과학적인 '것'만 같은 설명을 붙이면 무슨 얘기든지 다 할 수 있기에 그럴듯하게, 설득력 있어 보이는 힘이 조금 더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차기작에 대해서도 전했다.
부모와 친척 등 혈연이 아닌 관계의 인물들이 양육하는 사회를 그려낼 것이라는 정 작가는 "부모가 없어도, 부자든 가난하든 크게 상관없는 사회에서 양육하는 게 정상인 모습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그 안에서 살인 사건도 일어나고 귀신도 나오고 그래야겠죠. 제가 살인 사건과 귀신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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