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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부터 보조배터리 '선반 보관 불가', 효과 볼까

등록 2025.02.15 07:00:00수정 2025.02.15 07: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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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반입 배터리 수량·용량 제한…기내 직접 충전 불가

전문가 "배터리 선반 보관 때는 화재 발견·대응 어려워"

제도적 보완 필요성 목소리도…시민 "제도 홍보 잘해야"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7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탑승수속 카운터에서 직원이 탑승객들에게 기내 배터리 직접 소지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사진=에어부산 제공) 2025.02.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7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탑승수속 카운터에서 직원이 탑승객들에게 기내 배터리 직접 소지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사진=에어부산 제공) 2025.02.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다음달 1일부터 리튬이온 보조배터리를 기내 선반에 보관하지 못하도록 한 '기내 안전관리 체계 강화 표준안'이 시행된다. 이를 두고 복수의 전문가는 안전 상 적절한 대책이라면서도 일부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8일 발생한 에어부산(BX391편) 화재 사고를 계기로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의 기내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표준안을 13일 마련했다.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와 관련해 기내 선반 보관이 금지된다. 보조배터리로 인한 화재를 막기 위해 이상 징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승객이 직접 소지하거나 좌석 주머니에 보관해야 하고 기내 선반 보관·보조배터리를 직접 충전하는 행위를 제한한다.

국토부는 보조배터리 등 기내 반입 시 단락 방지 조치도 강화한다. 이때 보조배터리의 단자(매립형·돌출형)가 금속과 접촉하지 않도록 절연테이프로 덮거나 보호형 파우치나 비닐봉지(지퍼백) 등에 넣어 보관해야 한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3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25.02.03.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3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25.02.03. [email protected]



"보조배터리 선반 적재 금지, 실효성 있어"

복수의 전문가는 선반에 보조배터리를 두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는 화재가 났을 때 이를 조기 진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선반에 배터리를 두는 행위는 화재가 발생한 때에 초기 발견과 화재 진압을 어렵게 할 수 있는 탓이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좌석 위 선반에 보관하는 것은 초기 소화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다른 가연물로 연소가 확대할 우려가 있으므로 배터리 이상 상황을 감지할 수 있도록 소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배터리가)머리 위에 있으면 분말 소화 약재 등은 아래 방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화점으로 잘 분사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함 교수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보조배터리를) 소지하고 타라고 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문제가 생기기 전에 이상징후가 분명히 생긴다"고 덧붙였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배터리를 선반에 올리지 못하게 한 조치는 바람직하다"면서 "눈에 보이는 곳에 놔둬야 화재를 조기에 발견해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봤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명예교수는 "불이 나더라도 화재 인지가 제일 먼저다"라며 "(보조배터리 기내 반입을)전면 금지하지 않고 제한된 방법으로라도 안전을 확보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소비자원 관계자가 야외에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충전하는데 사용하는 보조배터리의 성능을 설명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보조배터리 7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방전용량, 충전시간, 배터리 수명 등을 시험 평가한 결과 제품별로 차이를 보였고, 특히 고온 환경에서 안전성 및 배터리 수명에 대한 개선이 필요다고 지적했다. 2019.10.15.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소비자원 관계자가 야외에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충전하는데 사용하는 보조배터리의 성능을 설명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보조배터리 7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방전용량, 충전시간, 배터리 수명 등을 시험 평가한 결과 제품별로 차이를 보였고, 특히 고온 환경에서 안전성 및 배터리 수명에 대한 개선이 필요다고 지적했다. 2019.10.15. [email protected]



"배터리 반입 수량·용량 제한 비롯해 제도적 보완 필요"

전문가는 현재 조치보다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대표적으로 보조배터리 제한이 Wh로 표기된 점이 시민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공 교수는 개수와 용량 제한에 세심한 규정이 필요하다며 "보조배터리는 mWh로 표기돼 있다. 시민은 규정이 몇 mWh인지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가로 제안해야 할 부분은 (보조배터리가) 볼록하게 부풀어 오르는 현상은 (리튬 특성상 진화가 어렵고 배터리 온도가 순식간에 오르는) '열 폭주' 현상의 전조이기 때문에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상태의 배터리는 용량과 관계없이 폭발할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배터리 케이스와 같은 충격 흡수 장치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배터리가 자꾸 떨어져서 충격을 받으면 분리막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 그러면 배터리가 폭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설했다.

또 규제 예외 대상인 외국 항공사를 두고는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에는 해당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국토부 조치가 긍정적인 방향은 맞다고 덧붙였다.

김상식 우석대 산업안전소방학과 교수는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환기하면서 "배터리 용량을 제한하는 것보다 배터리를 기내에 반입을 안 하는 것이 안전상 더 중요하다. 배터리가 제조사마다 다른 데다 용량을 제한하더라도 (위험한) 노후한 배터리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되짚었다.

김 교수는 "배터리를 보관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특수 재질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항공사에서 보관 장소를 만들도록 하거나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함 교수는 "보조배터리뿐 아니라 노트북도 있고 많은 제품이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 반입을 제한하는 것이 맞을지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대전화, 노트북 등 내장형 배터리를 장착한 전자기기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토부는 이번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고 원인이 보조배터리로 밝혀진다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공동 논의를 통해 기내 반입 수량 제한 등 추가 규제강화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인천공항=뉴시스] 전신 기자 = 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출국심사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이날부터 출국납부금 부담금은 1만원에서 7000원으로 인하된다. 면제 대상도 2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확대한다. 2024.07.01. photo1006@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전신 기자 = 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출국심사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이날부터 출국납부금 부담금은 1만원에서 7000원으로 인하된다. 면제 대상도 2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확대한다. 2024.07.01. [email protected]



시민 "안전 대책 공감하지만 과정 안내 잘 돼야"

시민들은 이 같은 새 규제 도입에 이해는 한다면서도 일면 불편함이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재현(27)씨는 "배터리를 좌석 주머니에는 넣어도 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불이 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면서 "선반에 넣는다고 크게 좋은 점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내가 탄 비행기에서 불이 날 확률을 막는다면 이득이 더 크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관련 소식을 접한 한유정(28)씨는 "안전성 측면에서 보조배터리 반입을 규제하면 평소에 많은 양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불편할 것"이라면서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원래 비행기가 물도 못 가지고 타고 규제가 강한 편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만 "미리미리 홍보를 잘했으면 좋겠다. 새 규정을 제대로 모르고 선반에 넣었다가 (승무원이) 다시 꺼내라고 한다면 조금 불편할 것 같다"고 짚었다.

이번 주 일본을 다녀왔다는 김모(29)씨는 "규정에 맞는지 하나하나 확인하면 수속 절차가 길어질 것 같다"라며 "짐 검사를 할 때 줄이 길어져서 고객 불편이 지속될 것 같다. 실제로 완전히 제어할 수도 없을 것 같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공항과 항공사는 다음 달부터 키오스크(무인 단말기) 등 셀프체크인 승객을 상대로 항공권 예약 때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반입관리수칙을 안내할 예정이다. 체크인 카운터와 기내에서는 단락방비용 투명 비닐봉지를 비치해 필요한 때에 승객이 필요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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