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사기 의혹까지…'밈코인' 믿을 수 있나

등록 2025.02.20 05:00:00수정 2025.02.20 06:26: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밈코인, 美 대선 이후 상승분 모두 반납…3개월 간 하락만

상승 재료 고갈에 투기 광풍 논란도

"아르헨 대통령 밈코인 사태로 암흑기 길어질 것"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친(親) 가상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한 가운데 취임을 앞두고 자체 밈 코인을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 트럼프 엑스 캡처 ) 2025.01.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친(親) 가상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한 가운데 취임을 앞두고 자체 밈 코인을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 트럼프 엑스 캡처 ) 2025.01.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지난해 가상자산 상승장을 견인했던 '밈코인'에 대한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밈코인이 투기적 거래 외에 유의미한 가치를 만들지 못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으면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행한 밈코인이 투기 광풍을 일으킨 데 이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홍보한 밈코인이 사기 의혹에 휩싸인 점도 불씨가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밈코인 전체 시가총액(시총)이 지난해 11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실상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효과로 얻은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셈이다. 최근 3개월 간 단 한 차례 반등 없이 하락하기만 했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밈코인에 대한 지난해 시장 반응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5월 기준 밈코인 시총 상위 6개 코인 중 5개는 대장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보다 연간 상승률이 높았다. 특히 당시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솔라나 기반 밈코인 봉크(8283.56%)는 비트코인(145.03%)보다 57배, 이더리움(103.02%)보다 80배나 더 올랐다.

밈코인이 수개월 만에 전성기에서 위기를 맞은 배경은 여러 가지다.

우선 지난해 밈코인 유동성을 견인했던 재료가 고갈되면서 투심이 악화한 탓이다. 앞서 밈코인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바탕은 금리인하와 트럼프발(發)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이 겹친 영향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하 결정에 신중한 기조를 보이고, 트럼프가 글로벌 관세 전쟁을 촉발하면서 상승 동력을 잃은 상태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지난 8일(현지시간) "개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알트코인과 밈코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움직임 등으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청산이 발생하면서 밈코인과 알트코인이 대거 급락, 이들의 관심이 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설상가상' 논란 이어져…밈코인 암흑기 길어지나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등 현직 대통령들에 의한 논란도 이어졌다. 해당 논란으로 밈코인의 한계가 전세계 가상자산 투자자에게 각인됐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밈코인은 실질적 기능이나 효용 없이 단순한 밈을 기반으로 발행한 투기적 성격의 가상자산이란 지적을 받는다.

트럼프가 지난달 취임 직전 공식 발행한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가 대표적이다. 트럼프 영향력으로만 발행된 오피셜 트럼프는 거래 시작 직후 1만8000% 폭등한 뒤 곧바로 폭락해 가상자산 시장을 투기장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이 잇따랐다.

최근 발생한 리브라 밈코인 사기 의혹도 가세했다.

리브라는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자신의 X를 통해 출시를 홍보한 솔라나 기반 밈코인이다. 당시 그는 리브라로 아르헨티나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소규모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리브라는 해당 글이 게시되자마자 매수세가 대거 유입, 한때 5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일부 소수의 가상자산 지갑에서 대량의 매도세가 나타나면서 가격은 순식간에 94% 폭락했다.

업계는 이를 두고 전형적인 러그풀(먹튀) 사기로 보고 있다. 내부자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지갑들에서 리브라를 매수한 뒤 전량 매도하는 패턴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내부자들이 이 과정에서 거둔 수익은 최소 2018달러(29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레이 대통령은 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리브라를 홍보했던 글을 삭제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리브라 사태로 밈코인 암흑기가 당분간 심화될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에 이어 현직 대통령과 연관된 밈코인이 가상자산 시장을 또다시 혼란에 빠뜨렸다는 점에서 투자자 신뢰가 거듭 실추됐다는 것이다.

갤럭시리서치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홍보한 리브라 사건으로 솔라나 밈코인 생태계가 직접적 피해를 입었다"며 "리브라 사건 여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밈코인 생태계에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르친 카즈미에르차크 레드스톤 공동 설립자는 전날 더블록과 인터뷰를 통해 "리브라 러그풀 사태는 가상자산 산업 전체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단기적이고 사기성이 짙은 코인 때문에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투기에 쓰이는 돈이 많아질수록, 장기적 투자에 투입될 자금은 줄어든다"고 꼬집었다.

한편 리브라 사태 이후 솔라나는 10% 이상 급락했다. 또 선물 시장에서 솔라나에 대한 하락 베팅도 증가했다. 이는 솔라나 기반으로 발행된 리브라가 사기 의혹에 불거지면서 솔라나에 대한 투심도 함께 악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에 솔라나와 경쟁 구도를 이루고 있는 이더리움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4% 가까이 올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