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헬리카 리델 "'좋아요' 누르는 세상 혐오…대중, 예술과 만나길"
연출·작가·배우 리델 사랑의 죽음' 첫 내한 공연
급진적·파격적 미장센…자학적 퍼포먼스도 포함
"몸으로 하는 예술의 힘 믿어…관객 감동시켜야"

안헬리카 리델이 30일 국립극장에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은 영혼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중이 예술적인 것과 만나기를 바랍니다."
'스페인의 분노', '마드리드에서 온 괴물'로 불리는 안헬리카 리델이 연극 '사랑의 죽음. 피비린내가 떠나지 않아. 후안 벨몬테(이하 '사랑의 죽음')'로 한국을 찾았다.
리델은 30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립극장에 초대 받아 큰 영광이다. 먼 이국땅까지 작품을 가져올 수 있어 감동스럽다"고 한국 공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스페인 출신인 그는 작가이자 연출가, 배우로 활동하며 인간의 위선을 비판하며 존재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랑의 죽음'은 벨기에 엔티겐트 극장 상주 예술가이자 연출가 밀로 라우가 기획한 '연극의 역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스페인의 전설적인 투우사 후안 벨몬테와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Liebestod(사랑의 죽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리델은 유난히 긴 제목에 대해 "모두 죽음을 관통하고 있다. 인생의 경계를 나타내는 상징을 가지고 있고, 가깝고 긴밀하게 붙어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우 자체도 하나의 큰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투우는 그 자체로 가장 눈부신 아름다움에 둘러싸인 죽음이다. 벨몬테는 투우를 영적인 행위로 생각했고, 내 작업은 무엇보다 예술과 영적인 행위에 대한 옹호"라고 덧붙였다.

안헬리카 리델의 '사랑의 죽음. 피비린내가 눈에서 떠나지 않아. 후안 벨몬테' (사진=국립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무대에서 리델은 현대미술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미장센을 보여준다.
거대한 황소 오브제와 소의 사체 등 전위적인 시각 요소들이 등장해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자아낸다. 11마리의 고양이가 무대에 등장하기도 하고, 면도칼로 자신의 다리를 긋기도 한다.
소품을 모형으로 대체하지 않는 것에 대해 리델은 "실제 동물이 등장하는 건 이것들이 무언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종이로 만들어 대체하면 이들이 가진 힘이 없어진다"고 짚었다.
자신의 다리를 상처내는 데 대해선 "피가 나오는 걸 보면 그 때부터 두 시간 동안 다른 세계에 있는 느낌으로 연극을 하게 된다. 피 냄새와 새빨간 색깔 등 그 모든 것이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고 했다.
그가 매번 이처럼 극한의 작업을 하는 이유는 '관객'을 위해서다.
리델은 "몸으로 하는 예술의 힘을 믿는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행위 예술가)의 계보를 잇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을 감동시키고, 감정의 폭풍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깊은 감동을 주고 감정적으로 관객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헬리카 리델이 30일 국립극장에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경험을 통해 "대중이 예술적인 것과 만나길 바란다"고도 했다.
리델은 "모두가 인정받고 싶어하는 시대에 살고 있고, 남들의 '좋아요'를 받기 위해 모든 것을 하고 있다. 그 모든 것은 거짓"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좋아요'만 받으면서 살 수 없다. 우리는 나약하고, 모두 빛과 그림자가 있다. 더 이상 갈 데 없는 공허함을 느끼며 살고 있기도 하다. 완벽함을 추구하며 살고 있지만 그건 허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달하고자 하는 것은 예술가를 미치광이로 보는 것이다. 예술가는 사회에 속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가 아니다. 세상과 전쟁을 겪듯 살아야 한다. 그래서 '좋아요'를 누르는 이 세상이 혐오스럽다. 왜냐하면 그것은 거짓이니까. 우리가 나약함을 인지하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의 연극사 상당 부분이 피와 관련이 있다는 리델은 일찌감치 뚜렷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드러냈다.
9세에 '외로움'이라는 시를 썼고, 열넷에 등장 인물이 모두 자살하거나 죽는 내용의 연극 시나리오 세 편을 썼다.
리델은 "내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은 죽음이다. 매일 죽는 것을 상상하고, 그로인해 삶을 생각한다"면서도 "내 작업, 내 일이 어떨 때는 나를 구원해주는 것 같고, 어떨 때는 형벌 같다. 예술과 인생 사이에서, 내가 항상 싸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의 죽음'은 다음 달 2~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안헬리카 리델의 '사랑의 죽음. 피비린내가 눈에서 떠나지 않아. 후안 벨몬테' (사진=국립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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