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호반"…한진칼, 경영권 분쟁 재점화하나?
호반그룹, 한진칼 지분 18.46%로 확대
최대주주 조원태 회장 측과 1.67%p 차이
한진, LS그룹과의 공동전선 가능성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대한항공 등이 주력사인 한진그룹이 5년 만에 다시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노출됐다.
과거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KCGI 사모펀드로부터 주식을 매입한 호반그룹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지분 격차를 1.67%p 차이로 줄인 것이다.
호반그룹은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밝혔지만 한진그룹 경영에 관심이 크다는 분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호반그룹은 한진칼 주식 보유비율이 기존 17.44%에서 18.46%로 1.02%p 늘었다고 공시했다.
호반은 구체적으로 지난해 3월11일과 12일에 한진칼 주식 3만4000주(0.05%)를 사들였고, 호반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3월12일부터 올해 4월30일까지 82일에 거쳐 주식 64만1974주(0.96%)를 매입했다.
호반그룹은 지분 보유 목적에 대해 '단순 투자'라고 밝혔지만, 호반건설이 한진칼 경영에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호반그룹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KCGI로부터 지분을 사들인 이후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다.
호반그룹이 2대 주주로 올라선 것은 지난 2022년 3월이며, 2023년 11월에는 팬오션으로부터 한진칼 지분 5.85%를 추가 매입했다.
실제 지난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 참석해 이사 보수 한도를 9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증액하는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이번 지분 증가로 조원태 회장과의 지분 격차는 1.67% 수준으로 좁혀졌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은 20.13%이다.
우호 지분을 포함하면 조 회장 측 의결권은 45.61%에 달한다.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이 지분 14.9%를, 산업은행이 10.58%를 각각 갖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20년 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지원할 당시 한진칼 주식을 매입했다.
다만 변수는 산업은행 지분이다. 통합 대한항공 출범 이후 지분을 점차 줄여나갈 가능성이 있다.
만약 호반그룹이 KCGI, 팬오션으로부터 지분을 매수한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장외매수에 나선다면 양측 지분 격차는 더 줄어든다.
이에 한진그룹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LS그룹과의 공동전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호반그룹은 지난 3월말 기준 LS그룹의 지주회사인 ㈜LS의 지분도 3%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그룹이 지분을 확보하기 시작한 시점은 자회사 대한전선과 LS전선의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다. 또 현재 대한전선의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 유출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LS의 자사주를 한진그룹이 사고, LS그룹도 한진칼의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양측이 우호 세력을 확보할 수 있다.
㈜LS는 지난해말 기준 자사주 15.07%를 보유 중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매각되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과 LS는 이미 사업 관련 MOU를 체결하며 협력관계가 형성돼 필요하다면 공동전선도 가능하다”며 “향후 필요한 시기가 오면 지분 교환 같은 협력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