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탈출]"삼겹살로 월 매출 2억"…고향사랑기부제가 바꾼 시장 풍경
2년 간 누적 기부금 33억원, 기부자 수 3만명 광주 동구
미슐랭 맛집·유명 빵집도 대거 참여…전국 기부금 1위 견인
답례품 참여업체들 "고향 살리자는 마음, 품질 타협은 NO"
연말 주문 폭주에 과로도…'실질적 지원책 절실' 목소리도
![[광주=뉴시스] 성소의 기자 = 전남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에서 축산물 소매점 '자연축산'을 운영 중인 김웅기 대표가 답례품을 포장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5/23/NISI20250523_0001850802_web.jpg?rnd=20250523181917)
[광주=뉴시스] 성소의 기자 = 전남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에서 축산물 소매점 '자연축산'을 운영 중인 김웅기 대표가 답례품을 포장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성소의 기자 = "작년 연말 한 달 동안 삼겹살을 2억원 넘게 팔았습니다."
지난 14일 찾은 전남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 이곳에서 14년째 축산물 소매점 '자연축산'을 운영하고 있는 김웅기 대표는 뉴시스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만 지난해 12월 2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자가 원하는 지역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지역 특산물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로, 2023년부터 시행됐다. 제도 시행 이후 지역 소상공인들은 답례품 공급업체로 참여하며 자신의 상품을 전국 각지로 알리고 있다.
자연축산도 답례품을 제공하고 있는 업체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지난해 광주 동구청의 제안으로 답례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동구청 담당자가 직접 찾아와 취지부터 꼼꼼히 설명해줬고, 지역을 살리자는 마음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답례품 공급을 시작한 첫해, 12월 한 달 동안 7000여건의 삼겹살 세트가 팔렸다. 3만원짜리 고기 세트로 이달 올린 매출이 평소 몇 달치 매출을 웃돌았다. 쏟아지는 물량을 소화하느라 휴일은 물론 밤낮 없이 일해야 했지만, 고기의 품질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삼겹살 정형부터 포장까지 모든 걸 손수 작업했고, 기부자들의 컴플레인도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챙겼다. 김 대표는 "새벽 5시에 오픈해서 밤 9~10시까지 쉬지 않고 일을 했다"며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두 달을 그렇게 보냈다"고 말했다. '질 나쁜 고기를 보낼 수 없다'는 김 대표의 원칙 덕분에 답례품으로 제공된 삼겹살 7000건 중 클레임이 들어온 건 10건에 불과했다. 답례품으로 팔린 자연축산의 삼겹살 세트는 지난해 12월 한달간 단일 품목 기준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광주=뉴시스] 성소의 기자 = 전남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에 위치한 생선구이집 '역전수산'에서 생선구이들이 판매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5/23/NISI20250523_0001850804_web.jpg?rnd=20250523182102)
[광주=뉴시스] 성소의 기자 = 전남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에 위치한 생선구이집 '역전수산'에서 생선구이들이 판매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자연축산의 성공은 시장 내 다른 상인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자연축산의 바로 맞은편 한과집부터 생선구이집과 참기름집까지 시장 내 여러 상인들도 답례품 사업에 속속 뛰어들었다. 시장 상인들의 참여가 확산하면서 광주 동구는 제도 시행 이후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기부금 1위에 올랐다. 2년간 누적 기부금은 33억1600만원, 기부자 수는 3만1578명에 달한다.
시장뿐 아니라 광주 유명 맛집과 중소기업 규모의 업체들도 대거 합류했다.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갈비집 '마한지'는 수제 양념 돼지갈비를, 전국 5대 빵집 '궁전제과'는 나비파이와 단팥빵 세트를 지난해부터 답례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동네에서 직접 조달한 농산물로 김치를 만드는 '금치'도 답례품 업체로 참여 중이다.
기부자 입장에서는 미슐랭 맛집의 돼지갈비나 '빵지순례' 명소의 빵, 지역 농산물로 만든 신선한 김치를 집에서 받아볼 수 있어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다.
답례품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매출 증대보다는 고향인 광주 동구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사업에 나서고 있다. 답례품 가격이 기부금액의 30%로 제한돼있지만, 품질만큼은 타협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비슷하다. 국중석 금치 대표는 "고향사랑기부제 참여자가 우리 김치를 먹고 '내 고장 김치가 제일 맛있다'는 후기를 남길 때 가장 보람이 있다"며 "항상 본질에 충실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는 고민도 적지 않다. 소상공인들은 답례품 업체 등록을 위한 서류 작업부터 고객 응대와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감당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 특성상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연말에 기부가 집중되는데, 평소보다 몇배나 많은 주문을 처리하느라 과로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탓에 답례품 업체로 참여하면서 매출은 늘었지만 마진이 크지 않다고 토로하는 상인들도 적지 않다.
김 대표 역시 27년째 축산일을 해온 베테랑이지만, 작년 연말은 그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시기였다고 말한다. 그는 "아내, 직원들이랑 일요일도 없이 5명이서 '풀가동'해서 일을 했다"며 "택배원들이 답례품 수백개를 3~4시간씩 테이프 포장을 도와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현장에서는 답례품 업체들을 지원하고 성장시킬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온라인 유통 경험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에게 물품 포장과 배송을 비롯해 고객 응대나 홍보 등을 도울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자체에서 답례품 업체들을 다방면으로 돕고 있지만, 지자체 단위의 지원 만으로는 이들을 경쟁력 있는 사업체로 육성시키는 데 한계가 뒤따른다.
김 대표는 "그나마 고향사랑기부제 민간플랫폼 위기브에서 온라인 마케팅이나 고객서비스 전반을 관리해주지 않았다면 못 버텼을 것"이라며 "정부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 인센티브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관광지방정부협의회와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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