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 10곳 중 5곳서 당(堂) 흔적 사라져…인식 변화[오름이야기②]
무속제례를 하는 공간인 당(堂) 점차 사라져
오름 방문 이유로 운동·산책이 64.6%…1위
자연 체험·건강 활동을 중요한 가치로 인식
![[제주=뉴시스] 제주시 애월읍 수산봉 전경. (사진=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 제공)](https://img1.newsis.com/2025/06/11/NISI20250611_0001864268_web.jpg?rnd=20250611100233)
[제주=뉴시스] 제주시 애월읍 수산봉 전경. (사진=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 제공)
작은 화산체인 제주의 오름은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과 신앙이 축적된 복합문화경관이다. 오늘날에는 운동과 치유, 자연 체험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도민지원사업에 따라 오름에 대한 지역주민 인식을 주제로 설문조사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내용을 3회에 걸쳐 조명하며 오름의 다양한 의미를 살펴본다.<편집자주>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제주는 예로부터 '당 오백, 절 오백'이라고 불릴 정도로 무속신앙이 강한 지역이다. 당(堂)은 개인이나 마을 단위의 신앙 공간으로 제주에서 '심방(무당을 뜻하는 제주방언)'이 무속의례를 진행하는 곳이다.
작은 화산체인 '오름'에서 신목으로 불리는 나무 주변이나 궤(길이가 짧은 동굴) 등에 당이 자리 잡은 경우가 많았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는 최근 지역주민 생활과 밀접한 10개 오름을 대상으로 답사를 실시한 결과 5개 오름에서 당의 흔적을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제주시 구좌읍 입산봉에서는 마을주민들이 돼지를 제물로 올리고 마을의 풍년과 무병장수 등을 빌었던 '궤네깃당'이 있었으나 제주4·3을 겪으면서 주민들이 당에 다니지 못했다. 이후에는 각 가정에서 제를 지내면서 당의 기능을 상실했다.
제주시 애월읍 어도오름에서는 '할망당'이 일부 지역주민들의 기억에만 있을 뿐 폐당된 것으로 추정됐으며 애월읍 고내봉의 '허릿당'도 주민들이 다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월읍 수산봉에서도 과거에 지역주민들이 다녔던 '서목당'의 흔적을 찾을 수 없고 한경면 고산리 당산봉에서는 '당목잇당'을 고산리청년회에서 관리하지만 굿 등을 주재하는 심방이 없어서 형태만 보전하는 실정이다.
![[제주=뉴시스] 제주시 애월읍 수산봉에 '서목당'이 있던 자리. 서목당은 흔적이 없어진 상태다. (사진=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 제공)](https://img1.newsis.com/2025/06/11/NISI20250611_0001864269_web.jpg?rnd=20250611100251)
[제주=뉴시스] 제주시 애월읍 수산봉에 '서목당'이 있던 자리. 서목당은 흔적이 없어진 상태다. (사진=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 제공)
도시화와 생활환경 변화, 불교나 기독교 등의 종교 영향력 강화 등으로 무속신앙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 무속신앙을 미신이나 비과학적, 시대착오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작용하고 있다.
오름에서 당이 사라지는 대신 건강과 자연 체험 활동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가 10개 오름 답사와 더불어 주변 지역주민 2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름을 방문하는 이유로 운동·산책이 64.6%로 가장 많았고 자연 관찰·감상 13.6%로 뒤를 이었다.
또한 오름이 마을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가치로는 자연환경 37.3%, 건강 활동 22.3%, 문화적 유산 18.4%, 신앙 등 정신적 가치 5.2%로 나타나 오름에 대한 인식이 자연·건강 중심으로 변화했다.
![[제주=뉴시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당산봉 전경. (사진=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 제공)](https://img1.newsis.com/2025/06/11/NISI20250611_0001864270_web.jpg?rnd=20250611100303)
[제주=뉴시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당산봉 전경. (사진=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 제공)
이번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제주시 시가지에 있는 사라봉, 별도봉, 민오름, 광이오름 등은 지역 주민이 즐겨 찾는 운동 및 산책 장소로 자리 잡았다. 서귀포시 시가지에서는 고근산, 삼매봉이 탐방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용눈이오름, 다랑쉬오름, 새별오름, 노꼬메오름 등은 관광객이 몰리는 탐방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 관계자는 "이번 답사와 설문조사를 통해 제주의 오름이 자연 체험과 건강 활동을 하는 힐링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오름에는 여전히 봉수대, 진지동굴 등 다양한 유물과 유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찰과 마을제의 장소로도 이어지고 있어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시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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