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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00년 전통' 지평 양조장의 변신…전통주 알리고, 양평 지역활기 되살린다

등록 2025.07.03 16:25:50수정 2025.07.03 2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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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개관 1개월여만 2000명 찾아

"주질(酒質)이 생명"…4대째 이어진 철학·장인정신 고스란히

지평, 年매출액 500억 상회 목표…수출국 10여→22곳 늘린다

[서울=뉴시스] 경기 양평군 지평양조장 외관. (사진= 지평주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경기 양평군 지평양조장 외관. (사진= 지평주조 제공) [email protected]

[양평=뉴시스]변해정 기자 = "여기가 양조장이야? 박물관이야?"

일제 강점기인 1925년부터 막걸리를 만들어오다 2020년에 문을 닫았던 '지평 양조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경기 양평군 지평리에 위치한 이 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다.

조선 후기만 해도 전국 1000개가 넘은 양조장이 있었지만, 일제 치하의 국가총동원령(국산 농산물로 술을 빚지 못하게 한 법령) 같은 규제로 거의 다 명맥이 끊어졌다.

그 와중에도 지평 양조장은 살아남아 전통적 밀 입국(粒麴·곰팡이 배양) 방식으로 막걸리를 빚어왔다.
[서울=뉴시스] 경기 양평군 지평양조장 내 밀가루를 증자해 누룩을 파종하던 보쌈실(左)과 갓 담금한 술을 발효하는 발효실(右)을 재현한 공간. (사진= 지평주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경기 양평군 지평양조장 내 밀가루를 증자해 누룩을 파종하던 보쌈실(左)과 갓 담금한 술을 발효하는 발효실(右)을 재현한 공간. (사진= 지평주조 제공) [email protected]


애초에 막걸리 주조를 위해 설계된 건물이어서 높은 지붕과 길게 뚫린 창이 특징이다.

벽 사이에는 30㎝ 두께로 왕겨를 채워 온도와 습도를 조절했다.

1951년 한국전쟁 때는 유엔군 프랑스대대 사령부로 활용되며, 전쟁의 풍파 속에서도 소실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93년 세월을 버텼다.

2014년엔 등록문화재 제594호로 지정되며 문화적 가치도 인정 받았다.

그러나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2019년을 끝으로 복원 공사에 들어갔다.

4대째 가업을 잇는 김기환 대표는 지평주조의 과거와 미래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순탄치 않았다.

등록문화재인 탓에 문화재청의 허가가 필수였고 양평군과도 협의도 필요했다. 건너편에 중·고등학교가 있어 교육 당국과 조율까지 해야 해 기획만 2023년부터 1년여 간 소요됐다. 

노력 끝에 3억원을 투입해 올해 2월 착공에 들어가 3개월여 만에 개관할 수 있게 됐다.
[양평=뉴시스] 경기 양평군 지평양조장 내 복원된 우물. 일제 강점기인 1925년 양조장을 지을 때부터 막걸리를 빚는 데 사용하던 우물로,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았을 만큼 수원이 깊고 물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 뉴시스 DB) photo@newsis.com

[양평=뉴시스] 경기 양평군 지평양조장 내 복원된 우물. 일제 강점기인 1925년 양조장을 지을 때부터 막걸리를 빚는 데 사용하던 우물로,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았을 만큼 수원이 깊고 물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 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지난 2일 기자가 찾은 지평양조장은 총 대지면적 1157㎡, 연면적 427.7㎡(약 130평) 규모에 보쌈실→종국실→발효실→양조실→집무실 순으로 관람 동선을 짰다.

실제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특히 집무실은 한국전쟁 당시 프랑스군의 수장인 몽클라르 장군이 사용했던 책상을 전시했다.

로비에는 양조장을 지을 때부터 막걸리를 빚는 데 사용하던 수십 미터 깊이의 우물을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 가뭄이 들어도 이 우물만큼은 마르지 않았다고 한다.

또 곳곳에 세월을 간직한 고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주질(酒質), 그거 하나만 지켜"라는 김 대표의 할아버지인 김교섭 2대 회장의 말과 '지평양조장' 현판은 4대째 이어진 지평주조의 철학과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양평=뉴시스] 4대째 가업을 잇는 김기환 지평주조 대표의 할아버지인 김교섭 2대 회장의 철학이 담긴 "주질(酒質), 그거 하나만 지켜"라는 말이 전시돼 있다. (사진= 뉴시스 DB) photo@newsis.com

[양평=뉴시스] 4대째 가업을 잇는 김기환 지평주조 대표의 할아버지인 김교섭 2대 회장의 철학이 담긴 "주질(酒質), 그거 하나만 지켜"라는 말이 전시돼 있다. (사진= 뉴시스 DB) [email protected]


개관한 지 한 달여 만에 벌써 2000여 명이 다녀갔다. 당초 예상 방문객의 4배를 웃돈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큰 이유다.

이종민 지평주조 마케팅본부장은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관람형 동선을 도입해 양조 환경과 지평주조가 고수하는 주질 원칙, 역사적 의미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이 곳의 수익은 전액 지역에 환원하게 돼 지역상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100주년을 맞은 지평주조는 2010년 연 매출이 2억원에 불과했지만 같은 해 김 대표가 경영권을 잡으며 10년 만에 160억원으로 80배 증가하는 초고속 성장을 보였다.

지난해 기준 연매출은 456억원으로 전통주 점유율 기준 장수막걸리에 이어 2위다.

올해 연 매출은 500억원을 넘기는 것이 목표다. 제품 수출국도 현재 미국·호주·대만 등 10여 개국에서 22개국을 늘린다는 복안이다.

이 원 경영전략본부장은 "올해 500억원을 순탄하게 넘길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전통술의 가치를 해외 시장에 널리 알리기 위해 수출국도 22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경기 양평군 지평양조장 내부. (사진= 지평주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경기 양평군 지평양조장 내부. (사진= 지평주조 제공)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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