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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총기 제작법 범람…삭제해도 반복 유통 '무풍 지대'

등록 2025.07.23 14: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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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방심위 삭제 조치에도 유튜브 등 제작 영상 다수

해외 플랫폼 탓 규제 실효성 낮아

전문가 "자율 규제 한계…사전 차단·입법 통한 제재 필요"

[서울=뉴시스]유튜브에 게시된 사제총기 제작 영상들. 영어로 제작됐지만 번역 기능 등을 통해 국내 이용자도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사진=유튜브 캡쳐)

[서울=뉴시스]유튜브에 게시된 사제총기 제작 영상들. 영어로 제작됐지만 번역 기능 등을 통해 국내 이용자도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사진=유튜브 캡쳐)


[서울=뉴시스]최은수 이명동 기자 = 인천 송도에서 60대 남성이 사제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총기 제작 정보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찰이 온라인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삭제 요청에도 여전히 관련 영상이 다수 유통되고 있어 규제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유튜브가 총기 제작법을 유통하는 무풍 지대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을 통해 제작 정보가 쉽게 확산되는 환경이 모방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전 차단 조치와 법·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경찰청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온라인상 총기제조법 불법게시물 8893건에 대해 삭제·차단을 요청했다고 23일 밝혔다. 올해 5월 한 달 간 실시한 '2025년 1차 불법무기 집중단속'에서는 3264건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삭제 요청했다. 사이버 명예경찰인 '누리캅스'도 올 한 해 동안 6756건을 신고했다.

방심위는 경찰청 등 소관기관의 요청에 따라 총포·화약류 불법 게시물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다. 방심위의 불법 무기류 관련 정보 시정요구 의결 건수는 2021년 744건에서 2022년 5610건으로 급증했으며 이후에도 매년 수천 건 이상이 심의되고 있다. 2023년 1785건, 2024년 2447건이 의결됐고 올해 상반기(1~6월)에도 409건이 의결됐다.

정부 단속에도 유튜브 통해 총기 제작 정보 확산…모방 위험성 커져

경찰과 방심위가 수년간 삭제를 요청하고 시정 조치를 이어왔지만 현재 유튜브에는 금속 파이프, 스프링, 목재 등을 조립해 사제 총기를 제작하고 실제로 시험 발사하는 장면까지 담긴 영상들이 올라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수 영상이 영어로 제작됐지만 시청자 댓글이나 자막, 번역 기능 등을 통해 한국어 사용자도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다. '총기 제작법'을 한글로 검색해도 간단한 제작 영상이 다수 노출되고 있다. 

유튜브 측은 총기를 판매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콘텐츠나 시청자에게 총기와 탄약, 특정 액세서리의 제조 방법을 안내하거나 액세서리의 장착 방법을 안내하는 콘텐츠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고 접수 시 내부 검토를 거쳐 삭제 또는 채널 정지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관련 영상이 장기간 노출되거나 재업로드되는 등 반복 노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는 총기 제작 정보가 일부 사용자에게 모방 범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석좌교수는 "유튜브에서 사제총기나 폭탄을 만드는 정보가 오래전부터 유통돼 왔다"며 "동기화된 일부 관심 이용자들은 이를 따라하게 될 수 있다. 언론이 구체적 제작 방법까지 보도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산탄 총알 등 살상력이 높은 부품은 일반인이 쉽게 구매하거나 유통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라며 "경찰이 자진신고를 유도하고 교육·홍보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韓 법망 공백…전문가 "해외 플랫폼 제재할 수 있는 입법 추진 돼야"

현행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은 총기나 폭발물의 제작 방법·설계도 등을 인터넷 등에 게시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모의총포 등 유사 위협 장치의 게시·판매 행위도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다.

국회에서는 이를 명확히 금지하고 통제 체계를 강화하려는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최근 총포화약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사제총기 제작 행위를 명확히 불법으로 규정하고, 관련 정보의 게시·유포에 대해 형사처벌 및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유튜브처럼 해외 사업자가 운영하는 플랫폼에 올라온 영상에는 국내 처벌 규정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IT업계에서는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플랫폼 규제안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총기 제작법은 표현의 자유로 인정될 수 없으며 국내외 플랫폼에 공통으로 적용 가능한 법적 보완이 시급하다"라며 "유튜브가 자율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차단 조치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 플랫폼에 외부적으로 삭제·차단 의무를 부과하는 DSA(디지털서비스법)형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정화하기에는 유해 콘텐츠의 양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정부가 특정 위험 콘텐츠에 대해 선별적 삭제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유튜브 특별법 제정이나 DSA식 법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현재 운영 중인 '총포화약시스템'에 인공지능(AI) 기반 상시 점검 시스템을 구축해 불법 게시물 탐지부터 방심위 삭제·차단 요청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매년 9월 한 달간 운영해온 '불법무기 자진신고 기간'을 앞당겨 오는 8월부터 2개월 간 확대 운영한다. 올해 10월에는 한달 간 2차 불법무기 집중단속을 시행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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